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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은행연합회장 선출이 연기됐다.

신임 은행연합회장 선출은 회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가 열리기도 전에 정부 당국에 의해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내정됐다는 보도가 흘러나오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까지 나서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이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24일 오후 5시 30분께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선임을 위해 9개 은행의 은행장들과 현 회장과 부회장까지 모두 11명이 모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1시간 20분 만에 회의장을 빠져나온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오늘 논의를 했는데 (신임 은행연합회장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그 이상 할 말이 없다"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관치 논란 때문에 후보 선정을 연기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엔 침묵했다. 이어 "28일 총회 전에 다시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날 이사회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금융노조 조합원 70여 명이 이사회가 열리는 11층 복도에 집결해 '은행연합회장 관치·낙하산 인사 저지 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28일 총회로 연기... '하영구 내정설'엔 침묵

이사회 참석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은행장들은 복도를 가득 메운 노조원들을 보고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가장 먼저 박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회의장에 들어섰다. 뒤를 위어 김병호 하나은행장 직무대행, 권선주 기업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아제이 칸왈 한국SC은행장, 홍기택 산업은행장, 김주하 농협은행장, 박진회 씨티은행장 등이 차례로 입장했다.

기자와 마주친 서 행장은 "난 잘 모르겠다, 들어가 봐야 안다"며 대답을 피했다. 홍 행장도 "이사회에 참석하러 왔을 뿐 어느 것도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사회 시작 전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갑자기 회의장에 들어가면서 한때 혼란을 빚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에서 자율성을 완전히 침해하는 행태를 저질렀는데 이사회에서 이 부분을 강력하게 항의하고 관련자를 징계할 것을 촉구했다"며 "선출을 1~2개월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회장을 선출해달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하 행장이 선임되면) 은행장들이 관치 금융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연합회는 국내 민간은행들을 회원으로 하는 사업자단체다. 정부는 연합회에 지분이 없지만 그동안 공공연하게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역대 은행연합회장 10명 중 7명이 관료 출신으로 오는 30일 임기 만료를 앞둔 박 회장도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태그:#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이순우, #박병원, #홍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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