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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일반노조기 공개한 삼성SDI 관심(문제)사원 현황 문건.
 삼성일반노조기 공개한 삼성SDI 관심(문제)사원 현황 문건.
ⓒ 삼성일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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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직원 등을 소위 '관심(문제)사원'으로 분류해 감시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문건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들을 담당하는 책임자까지 지정해 '전향 조치'를 시도하기도 했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삼성SDI 관계자에게 최근 이 문건을 제보 받아 그동안 분석작업을 해왔고, 지난 24일 1차분을 공개했다. 공개된 문건의 제목은 '2002년 부산 사업장 핵심 관심사원 현황'. 작성된 시점은 지난 2002년 3월 11일 자다.

이 문건은 "사업장 내 각 부분의 신조직문화 발전에 걸림돌 작용을 하고 있는 인물들을 단계별로 변화 조치 하기 위한 일환"이라며 "(대상) 인력 가운데 대부분은 개인역량 및 부서내 목표 달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사전 조치하여 조직기강 강화, 경쟁력 창출을 만들어 변화된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가기 위함"이라고 작성 배경을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는 22명의 '관심사원' 실명과 소속, 그 인력을 맡을 책임 부서장을 실명으로 기록했다. 대상 인력의 개인별 역대 '전력' 현황도 상세히 적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제조1G 소속 - 오OO / 책임부서장은 - 이OO 과장 / 전력현황 - 노사핵심, 조직걸림돌, 변화거부
정밀기술 소속 - 김OO / 책임부서장 - 배OO 과장 / 전력현황 - 노조선호, 조직걸림돌, 비모임'

삼성SDI '관심사원' 실명 관리 

또한 이들에 대한 향후 조치 방안으로 '일대일 코디네이터를 활용한 상시적 관리', '현업에서는 정상적 업무를 부여하여 근본적 조직기강 바로 세울 것', '상기 인력에 대해 전향 조치시킬 인력과 전향 불가능 인력을 구분하여 2002년 방향을 설정하여 관리할 계획' 등이 제시됐다.

소속이 해외공장파견인 이만신씨는 책임부서장이 전OO 과장, 개인별 전력현황에 '노조, 조직걸림돌, 변화거부, 비토'로 나와 있다.

실제로 이씨는 노조 설립 등에 관여하다 17년간 해외공장에서 근무했고 이후 해고 당했다.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일한 이씨는 지난 1987년 동료들과 함께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했고, 회사 측은 1990년대 초부터 이씨를 17년 동안 해외파견근무를 시켰다. 이씨는 지난 2011년 10월에 한국으로 왔고, 회사는 2012년 6월 27일 그를 해고했다.

이에 이씨가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하자 삼성SDI 측은 "이만신씨가 회사 임원진에게 지속적인 금전 요구와 협박을 했다"며 공갈협박 혐의로 형사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 8월 2일 형사소송 항소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또 지난 10월 30일에는 해고 2년 4개월 만에 울산지법으로부터 해고무효소송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판결 후 "해고 사유가 사실과 다르고, 내가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울산, 천안, 기흥공장 동료를 만나 노동조합설립준비위원장을 맡은 뒤 해고된 것은 노동탄압"이라며 "회사가 나를 '문제인력'으로 별도 관리하기도 했다, 회사는 더는 노동탄압을 하지 말고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환 위원장 "삼성, 우월한 지위 악용해 노동자 탄압"

김성환 위원장은 이 문건에 대해 "적어도 지난 2001년부터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노동자를 감시·사찰했다"며 "심지어 (삼성SDI는) 퇴직 노동자의 동향과 모임 활동을 파악해 문건으로 남겼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여름 삼성SDI 노동자들과 노조 설립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기로 했으나, 무산된 적이 있다"며 "회사 관리자가 먼저 사실을 파악해 찾아오거나 '김성환 위원장 만나는 것을 알고 있다'는 카톡을 보내와 (약속 장소에) 못 나갔다고 노동자들이 증언했다"고 말했다. 회사의 노동자 사찰이 최근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관련 내용을 향후 공개할 예정이다.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유로 노동조합을 건설하려는 노동자를 미행, 감시, 납치, 감금 등 부당노동행위를 하거나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며 "삼성 계열사의 노동자 사찰 실체가 이번 문건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 탄압은 삼성이 우월한 힘을 악용해 자행한 사회적 범죄"라며 "이를 끝내기 위해 문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24일 "12년이나 지난 오래된 것이라 (문건) 실체 여부를 알기가 어렵다"며 "우리는 5년이 지나면 문건을 파기한다. 12년이 지난 것이라 그 문건이 실제 삼성SDI에서 나온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전략이 담긴 문건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을 공개했었다. (관련기사: 삼성그룹 노조파괴 문건 첫 공개... 이마트 복사판)


태그:#삼성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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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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