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에 태극 마크 붙인 양현종 한국 야구 대표팀 투수 양현종이 24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B조 예선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역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 ⓒ 유성호


KIA 타이거즈가 에이스 양현종의 거취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22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양현종에 대한 포스팅 결과를 전달받고 이를 KIA 타이거즈의 통보했다.

현재 양현종에게 최고액을 제시한 구단과 금액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포스팅 최고액을 써낸 구단이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미네소타 트윈스라고 보도했지만 미국에서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C. J. 니코스키는 자신의 SNS를 통해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이 150만 달러로 포스팅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분명한 사실은 양현종의 해외진출은 전적으로 KIA 구단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양현종은 변함 없이 해외진출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2년 연속 8위로 추락하며 '야구명가'의 이름에 커다란 흠집이 난 KIA에서 에이스를 분위기에 휩쓸려 헐값에 내놓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낮은 포스팅 금액에도 굳건한 양현종의 빅리그 도전 의지

양현종은 올 시즌 16승 8패 평균자책점 4.25 165탈삼진으로 다승과 탈삼진 부문 3위에 올랐다. 특히 데뷔 후 가장 많은 171.1이닝을 던지면서 내구성에 대한 우려도 깨끗하게 씻어냈다. 김광현(SK 와이번스)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토종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올 시즌 기록한 뛰어난 숫자 뒤에는 숨길 수 없는 단점도 적지 않다. 양현종은 프로 입단 후 8년을 활약했지만 두 자리 승수를 올린 시즌은 단 3회에 불과하다.

게다가 통산 평균자책점이 4.33에 달할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시즌은 한 번도 없는 반면에 2011년에는 6.18의 평균자책점으로 크게 부진한 적도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도 나오는 이 기록들을 꼼꼼한 메이저리그 스타우터들이 모를 리 없다. 결국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양현종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200만 달러로 낙찰된 김광현(SK 와이번스)에도 미치지 못한 금액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팅 금액은 KIA가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받을 이적료를 의미한다. KIA가 포스팅을 수용하면 양현종은 최고액을 써낸 구단과 따로 연봉협상을 벌이게 된다. 갑과 을의 입장이 뒤바뀌는 셈이다. 따라서 해외진출 의지가 강한 양현종 입장에서는 포스팅 금액에 상관없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양현종은 이미 현지 에이전트도 고용한 상태다).

하지만 KIA 구단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적료가 구단 운영에 미치는 경제적인 부분도 생각해야 하고 무엇보다 에이스의 이탈로 인한 내년 시즌 전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KIA가 양현종을 '쿨하게' 보내기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팀 평균지책점 8위' KIA 마운드에 양현종마저 없다면?

KIA는 올 시즌 5.82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출범 후 최악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한화 이글스(6.35)를 제외하면 프로야구 최하 수준의 마운드였다. 부상 선수가 많았다곤 하지만 부상이라는 변수는 9개 구단 모두 같은 조건이다.

올 시즌 KIA 마운드의 최다승 투수는 당연히 양현종(16승)이었다. 하지만 팀 내 다승 2위는 시즌 5승의 데니스 홀튼, 김태영, 임준섭까지 내려가야 한다. 이중 홀튼은 이미 시즌 중반에 팀을 떠났고 김태영은 선발 등판이 한 번도 없었던 전문 불펜 투수다.

만약 양현종마저 미국 무대로 떠난다면 내년 시즌 KIA의 선발 로테이션은 재앙 수준으로 추락할지 모른다(양현종의 미국 진출 이야기로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KIA는 FA 투수 송은범의 잔류도 결정짓지 못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양현종에 대한 포스팅 입찰 금액이 알려진 것처럼 150만 달러 내외라면 KIA가 수령할 수 있는 돈은 20억 원이 채 되질 않는다. 모기업의 지원이 비교적 탄탄한 KIA로서는 당연히 만족하기 힘든 금액이다.

사실 양현종 해외진출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KIA 입장에서는 포스팅 내용이 불만족스럽다면 이를 단칼에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KIA는 에이스의 자존심을 고려해 양현종과 면담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려 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하길 원하는 양현종의 도전정신은 분명 높게 살 만 하다. 하지만 현재의 해외진출 시스템에서 양현종의 진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쪽은 분명 KIA 구단이다. KIA가 에이스의 의지와 팀의 현실 사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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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타이거즈 양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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