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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전(錢)은 쇠 금(金)과 두 자루 창의 상형인 전(?)이 결합된 형태로 삽(鈒)과 같은 농기구의 일종에서 돈이란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 錢 돈 전(錢)은 쇠 금(金)과 두 자루 창의 상형인 전(?)이 결합된 형태로 삽(鈒)과 같은 농기구의 일종에서 돈이란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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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도 "부자 되세요(恭喜發財)!"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지만, 중국은 오래전부터 이 말이 새해 인사로 널리 쓰여 왔다.

경제적 실리와 교역에 밝은 중국에 사회주의 체제가 들어선 것이 아이러니일 정도로 중국인들은 돈을 좋아하고, 돈에 대한 얘기도 거부감 없이 꺼내는 편이다. 자본주의의 황금만능주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돈이면 귀신에게 맷돌질을 시킬 수 있다(有錢能使鬼推磨)거나 돈이면 신과도 통할 수 있다(錢可通神)는 말이 속담과 성어로 굳어져 사람들 사이에 회자된다.

화폐의 유래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오래되었다. 화폐(貨幣)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조개껍질(貝), 베(巾) 등이 돈으로 통용되다가 점차 쇠, 종이로 대체되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포폐(布币), 도화(刀貨), 의비전(蟻鼻錢), 환전(環錢) 등 각기 다른 재질과 모양의 돈이 유통되다가 진 시황제가 통일 이후 청동으로 하늘을 상징하는 둥근 형태에 가운데 땅을 나타내는 네모 구멍이 있는 반량전(半兩錢)으로 일원화하였으며, 한대에는 오수전(五銖錢)이라는 화폐가 발행되어 위진남북조, 수나라 때까지 약 900년이나 쓰였다.

송대에는 교자(交子)라는 세계 최초의 지폐가 출현하기도 하였다. 중국인들이 교자(餃子, 만두)를 만들 때 양쪽 끝을 둥글게 붙여서 금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명대와 청대에는 은이 대량으로 중국에 유입되어 화폐로 쓰이기 시작해 지금도 은행(銀行), 수은대(收銀臺, 계산대) 등의 용어로 남아 있다. 

현재 중국에 유통되는 중국 지폐에는 1위안에서 100위안까지 모두 마오쩌둥이 도안되어 있는데 중국인들은 그래서 돈을 '머둥둥(么洞洞)'이라고 희화하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화폐에 혁명의식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모두 마오쩌둥을 도안한 발상이 재미있다.

돈 전(錢, qián)은 쇠 금(金)과 두 자루 창의 상형인 전(戔)이 결합된 형태이다. 여기서 전(戔)은 창처럼 다듬은 얇은 쇳덩이를 의미한다. 화폐의 초기 형태는 원래 농기구나 무기에서 비롯되었다. 돈이란 의미의 전(錢)도 원래는 삽(鈒)과 같은 농기구의 일종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주의 중국이 자본주의적 요소들을 끌어들여 발전하기 시작한 것을 두고 중국인들이 드디어 돈을 보고 눈을 뜨기 시작했다(見錢眼開)고 풍자한다. 돈을 목숨처럼 여기며(一錢如命) 조금 인색한 것은 괜찮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往前走)이 곧 돈을 향해 가는 것(往錢走)이라는 지나친 황금만능주의의 우는 범하지 않길 바란다.


태그:#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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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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