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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필리핀으로 여름어학연수를 가려던 A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 유학업체를 알게 됐다. 홈페이지뿐 아니라 블로그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활발히 영업하는 업체로 보였다. 유학원 원장도 명문대와 육군 장교 출신으로 믿을 만해 보였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가격이었다. 다른 유학원들에 비해서 훨씬 저렴했다.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바로 문의를 했다. 자신들의 가격이 다른 곳보다 싼 이유는 '거품'을 뺏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교 출신으로 정직하게 운영한다는 말에 더욱 신뢰감이 커졌다.

길게 생각하지 않고 조금 더 의심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3개월 어학연수비 39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첫 해외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좌절감과 분노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학비 납부 후 점차 연락이 뜸해지더니 출국이 가까워오면서는 전화조차 잘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함흥차사였다.

늘고 있는 유학사기... 협회 등록만 확인해도 사기 가능성 낮아져

필리핀의 한 어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필리핀은 최근 매년 수만 명의 학생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 연수지역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피해와 사기사례도 많이 늘었다.
 필리핀의 한 어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필리핀은 최근 매년 수만 명의 학생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 연수지역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피해와 사기사례도 많이 늘었다.
ⓒ 유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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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유학사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해당 어학원에 물어보니 "그 유학원과는 거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당장 수백 만 원을 날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멍해졌다.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직접 찾아가 돈을 돌려받아야겠다는 생각만이 더 강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무실 주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게 가짜였다. 대표전화로 수십 번의 통화 시도 끝에 연락이 닿았다. 카페에서 만난 대표는 자신도 몰랐던 일로 직원의 사기라고 변명했다.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직원은 따로 없었다. 변상해주겠다는 약속도 거짓이었다. 대표는 경찰에 수배 중으로 현재 필리핀에서 도주 중이다.

A씨는 아직도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다. 한국유학협회에 등록된 A씨의 피해사례는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사기의 한 케이스에 불과하다. 수백 만 원의 금액은 물론 그 몇 배에 달하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사기범이 잡히더라도 보상 받을 길은 없다.

그나마 A씨는 나은 편이었다. 해외에 도착해서야 자기가 사기에 걸린 것을 아는 사람도 많다. 어학원 과정이나 시설에 대한 과장광고는 애교 수준이다. 공부하는 도중 갑자기 학원이 문을 닫은 경우도 발생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접수된 해외연수 관련 소비자 피해는 203건에 달한다. 작년에만 84건이 등록되는 등 특히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 인턴십 등과 관련된 피해들이다.

유학사기를 당하지 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믿을 만한 유학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포하는 표준약관을 준수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며, 가급적 한국유학협회에 등록된 유학원이라면 믿을 만하다. 최소한 사기를 당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유학원을 정 믿지 못하겠다면 개인이 직접 어학원에 등록할 수도 있다. 다만 감수해야할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 어학원들이 모두 해외에 있다. 직접 등록할 경우 해외로 수백 만 원의 학비를 송금해야 한다. 유학원 사기만큼 어학원 사기도 흔한 편이다. 해외에서 어학원과의 마찰이 생길 경우 개인적으로 등록한 학생들은 도움을 받기 어렵다. 현지 실정에 어두운 학생들은 학원과의 관계에서 대부분 '을'의 입장에 놓이게 된다. 학원과 학생들을 잘 중재하는 것도 좋은 유학원의 조건이다.


태그:#유학사기, #어학연수, #필리핀어학연수, #유학원, #한국유학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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