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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마을숲
 하향마을숲
ⓒ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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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은 우리나라에서 이제 학문적 위치에 오른 듯 합니다. 마을숲은 아주 다양한 분야 즉 조경학, 생태학, 풍수학, 심지어 조류학, 곤충학 등까지 연구가 이루지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마을숲이 도대체 무엇인가?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상황이기 하지만 일본, 중국 등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곳곳의 마을숲을 찾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느 지역보다 마을숲이 집중적 분포하는 진안군 마을숲에 주목하여 요사이도 많은 마을숲 연구자들이 찾고 있습니다.  

진안 하향마을에는 독특하게 2그루의 느티나무가 마을의 수구막이 역할을 하는 마을숲이 있습니다. 하향마을은 천반산(天盤山 647m) 줄기가 북서쪽으로 휘돌아 가는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마을로 안산(案山)은 성주봉(聖主峯 511m)이 뻗어 나온 줄기입니다. 정확한 근거는 없으나 성주봉은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가 산제를 지낸 곳이라 전해집니다.

하향 마을은 성산리에서 으뜸가는 마을입니다. 그러나 정확히 언제 형성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문헌기록이나 마을에 유서 깊은 유적이 현존하는 것이 없어 더욱 그러합니다. 처음 들어온 성씨는 하동 정씨라고 합니다. 이후 안동 권씨, 김해 김씨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하향은 '아래 열원리'라 부르는데 이는 열원리 마을에 옛날에 살구나무 꽃동산을 이룬 행화낙지(杏花落地)에서 십선녀가 언니․동생을 이루고 내려와 놀았다 하여 붙여졌다고 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보다 신빙성 있는 연원은 이 부근에 역원(驛院)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하향마을과 상향마을 중간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이곳을 '원터'라 부릅니다. 그러니까 과거 이곳에 역원(원집)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곳을 '원터' '원터거리'라 부릅니다. 그래서 필자는 마을이름을 '열원리'라 하는 것은 '역원'을 '열원리' '열언니' 등으로 부르면서 역원을 사이에 두고 윗마을을 윗열원리(역원 윗쪽 마을), 아랫마을은 아랫열원리(역원 아랫 마을)라 부른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지명으로 하행원(下行院), 상행원(上行院)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 하향(下杏), 상향(上杏)이 된 것은 하행원(下行院), 상행원(上行院)을 축약해서 부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거닐 행(行)이 살구나무행(杏)으로 바뀌었고 하행, 상행이 발음상 어렵기 때문에 살구나무행(杏)자를 쓰면서도 부르기는 하향, 상향이라고 부른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을로 들어서기 전 오른쪽에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 충렬사라 하여 오충(五忠) 오열사(五烈士)(오충 : 송병선, 최익현, 민영환, 조병세, 홍만식 오열사 : 이준,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를 모신 사당이 있습니다. 사당은 하향 마을 출신인 성선호(작고)씨에 의하여 1948년에 세워졌으며 지금도  매년 음력 3월 27일 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하향 마을 좌청룡(左靑龍)줄기가 약하여 참나무, 팽나무 등으로 마을 숲이 조성되고 돌탑도 세워 약한 좌청룡 맥을 비보(裨補)했습니다. 그런데 1980년경에 마을숲은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좌청룡 맥이 끝나는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 수구 지점에 2그루의 느티나무로 조성된 마을숲이 있습니다. 보통 마을숲이라면 규모가 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을사람 입장에서는 비록 2그루에 불과하지만 마을숲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수구막이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마을숲의 정의도 이제는 학자적 입장도 중요하지만 마을사람, 내부자적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이곳 마을숲 아래에도 돌탑이 있었는데 새마을운동 때 제방을 쌓으려고 없어졌던 돌탑을 최근(2008년)에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자 마을 사람들에 의하여 새롭게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하향마을은 현재 마을신앙은 모두 사라졌으나 돌탑이 새롭게 조성되고 마을 숲도 자연 복원되고 있으며 음력 3월 27일 충렬사에서 제를 지내면서 순국선열의 애국정신을 배우고 공동체적인 의식도 키워나가는 하향마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새전북신문(2014.11.18)일자 글입니다.



태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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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북 전주고에서 한국사를 담당하는 교사입니다. 저는 대학때 부터 지금까지 민속과 풍수에 관심을 갖고 전북지역 마을 곳 곳을 답사하고 틈틈히 내용을 정히라여 97년에는<우리얼굴>이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전북지역의문화지인 <전북 문화저널> 편집위원을 몇년간 활동한 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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