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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긴 이명박 전 대통령.
 생각에 잠긴 이명박 전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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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사자방(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 국정조사 요구 때문이다.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모두 이명박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일이어서 새누리당 내 친이(친이명박)계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반면, 당내 다수인 친박은 비교적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장파 일부는 사자방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이었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초기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등과 척을 지면서 권력과 멀어졌다. 

그는 24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아무 잘못이 없다면 국정조사가 아니라 그 이상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사자방 국정조사 수용을 주장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지금까지 국정조사를 통해서 뭘 제대로 밝혀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정치공세만 하다 만다"라며 "야당의 요구대로 (국정조사를) 하게 됐을 때 아무 성과도 없다면 야당도 거기에 대한 일부 책임을 지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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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 의원은 이 인터뷰에서 "자원외교라는 게 사실은 어이가 없는 이야기다, 물건을 사러 가면서 공표를 하고 가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값을 올리겠느냐"라며 "어마어마한 사람이 성과를 꼭 내야 한다고 팡파르를 울리고 가면 얼마나 바보같은 장사인가"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미 초고를 탈고한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서도 자원외교 문제를 다룰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내년 초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치적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반대 취지의 또 다른 '비망록'이 나오는 셈이다.

정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제가 이명박 정부 탄생에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인데, 이명박 정부는 실패했다"며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정말 자성을 하며 거기에 대한 교훈을 (회고록을 통해) 정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자방 국정조사 불가'는 사실상 우선순위 문제?

문제는 정 의원처럼 사자방 국정조사에 동의하는 당내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소장파 의원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역시 사자방 국정조사에 동의한다. 박 의원은 지난 14일 TBS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에 출연 "여당이든 야당이든 할 것 없이 방산비리, 자원외교에 부정부패가 있고 국민 혈세를 많이 축냈다고 한다면 국정조사가 아니라 검찰수사, 특검도 당연히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자방 국정조사 불가'를 천명한 당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른바 사자방 국조 문제는 발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고 많은 쟁점이 있으니 국회 차원에서 그에 대한 분석, 평가, 판단 등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이인제 "사자방 국정조사, 발전적으로 대처해야" )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우는 이정현 최고위원 역시 같은 날 "있는 그대로 실상이 알려져야만 그 다음에 무엇이 잘못됐는가를 찾아 시스템 개혁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사실상 사자방 국정조사에 찬성했다.

이에 김무성 대표는 "오늘 발언 중 국정조사 관련 발언은 개인 의견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당론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라며 지도부 내 '엇박자'에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하는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와 관련해 "여당이 거부해야한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국정조사,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등을 예로 들며 "결국 결과가 무엇인가. 자기 정파적 논리 주장만 되풀이하다 국력과 예산만 낭비했다. 이번에도 형태와 결과가 뻔하다"고 주장했다.
▲ 김태호 "세월호 국정조사 결국 예산 낭비"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하는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와 관련해 "여당이 거부해야한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국정조사,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등을 예로 들며 "결국 결과가 무엇인가. 자기 정파적 논리 주장만 되풀이하다 국력과 예산만 낭비했다. 이번에도 형태와 결과가 뻔하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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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의 '사자방 국정조사 불가' 입장도 변할 수 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국정원 댓글 사건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결과가 뭔가, 정파적 논리만 되풀이하다가 국력을 낭비하고 예산을 낭비한 것 아닌가"라며 사자방 국정조사 수용 불가를 주장했다.(관련 기사 : 김태호 "세월호 국정조사 결국 예산 낭비")

그러나 이완구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조사나 이런 문제들은 일단 정기국회가 끝난 연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자방 국정조사를 아예 할 수 없는 사안으로 짚기 보다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룬다는 뉘앙스였다.

'친박'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역시 21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도저히 국회 차원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아쉬움과 국민적 요구가 있으면 국정조사를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의 발언을 '사견'으로 전제했던 김무성 대표조차 당일(2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자방 국정조사를 '못할 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국정조사는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의 중요한 문제"라면서 '협상 카드'로 바라봤다.

조금씩 전면에 나서는 MB... 국정조사 대응 세력화 준비?

이 전 대통령 측과 당내 친이는 이런 여론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이미 지난 11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자원외교라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도 다 하고, 어느 정권도 다 한다" "4대강 사업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등 사자방 국정조사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와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부가 만날 거짓말을 한다"라며 공약 파기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그는 새벽 예배를 본 후 마트에 들러 지역구 주민들과 한 대화를 그대로 소개하며 무상급식·무상보육 예산 편성 논란과 야당의 '신혼부부 집 한채' 정책을 모두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표가 되면 남산도 팔아먹을 거야'라는 주민의 발언을 소개한 후 "다 표 때문에 한 짓이지, 말인 즉 맞는 말이네"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우려하는 '집안 싸움'의 한 예시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전면에 나서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 측근 10여 명과 한 만찬 모임에서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자원외교를 정쟁으로 삼아 안타깝다, 자원외교는 문제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한 측근을 만나서도 사자방 국정조사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원외교에 쓸 돈을 다른 곳으로 빼돌려 쓴 것도 아니지 않느냐" "자원외교의 경우, 투자가 성과로 돌아오려면 5~10년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 "(4대강 사업은) 4대강 주변에 실제로 거주하는 일반 국민들이나 지방자치단체장, 특히 호남지역 야당 지자체장들조차 '잘된 사업'으로 평가한다"라고 주장했다.

당내 친이계와 회동도 이뤄지고 있다. 사자방 국정조사에 대한 정치권의 기류 변화에 따라 친이계의 집단 움직임도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이다. <한겨레>는 24일 자 신문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아랍에미리트 방문 며칠 전 당 친이계 의원들로부터 사자방 국정조사 관련 당내 상황을 보고 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친이계 의원들은 "지도부가 4대강 국정조사를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했고, 이 전 대통령은 "그렇게 돼야지"라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야당은 이 전 대통령 측의 이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며 새누리당의 '결별'을 촉구하고 있다. 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도 더 이상 사자방 비리의 공범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지난 정권의 잘못과 분명히 절연할 수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사자방 국정조사, #이명박, #계파갈등, #새누리당,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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