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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재보강 : 24일 낮 12시 43분]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영역 25번 문항(홀수형)과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II 8번 문항의 출제 오류를 인정했다. 이 두 문항은 복수 정답으로 처리된다.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두 문항의 복수 정답을 인정하는 내용의 수능 정답을 발표했다. 김성훈 원장은 발표 직후, 국민에게 사과하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동석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머리를 숙이면서, 수능 출제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능 출제 오류로 인한 혼란이 발생하자, 교육부와 평가원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있다. 수능 체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명과학II 8번, 영어 25번 복수 정답 인정

생명과학II 8번은 대장균이 젖당을 분해할 때 생성되는 효소를 다루는 문제다. 보기 중에서 'ㄱ. 젖당이 있을 때 야생형 대장균에서 RNA 중합효소는 (문항 속 그림 (가)에서 구조 유전자의) ㉠에 결합한다'는 내용이 옳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평가원은 'ㄱ'은 옳은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평가원의 판단은 과학적으로 오류가 없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는 오페론 학설을 다루면서 RNA 중합효소가 ㉠ 부분이 아닌 ㉡(프로모터) 부분에 결합하는 것으로 나온다. 결국 교과서를 충실히 공부한 학생은 보기 'ㄱ'을 틀린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 아무개 학생은 지난 15일 평가원의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RNA 중합효소는 프로모터에 붙는다'라고 열심히 수업을 듣고 공부해온 학생들이라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기 때문에 ㄱ이 '반드시 틀렸다'란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했다.

평가원은 이 문항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은 후, 학회 3곳에 자문한 결과 2군데는 'ㄱ을 참으로 볼 수도 있고 거짓으로도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결국 평가원은 ㄱ도 참이라는 내용을 담은 ④번 외에 ②번도 정답으로 인정했다.

영어영역 25번은 미국 청소년들이 소셜 미디어에 개인 정보 제공하는 문제를 다루는 그래프를 보고, 여기에 일치하지 않는 설명을 찾는 문제다. 답안 ⑤번은 '휴대전화 번호 공개율이 18퍼센트(%) 올랐다'는 내용이다. 그래프 속 공개율은 18%에서 20%로 상승했다. 문제는 백분율간의 차이를 나타날 때의 단위가 '%'가 아닌 '%포인트'라는 점이다.

평가원은 통계 관련 전문가와 영어 관련 전문가가 참석한 이의심사실무위원에서 단위를 잘못 표기해 그래프와 일치하지 않은 내용이 담긴 답안 ⑤번도 ④번과 함께 정답으로 인정했다.

김성훈 평가원장 "모든 책임지고 사퇴"

김성훈 평가원장은 이날 사퇴했다. 김성훈 원장은 "올해는 작년과 같은 문항 오류를 막기 위해 출제 및 검토 과정을 보완하고 평가원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면서 "하지만 흠결을 가진 문항을 출제하게 됐고, 수험생과 이들을 뒷바라지하는 학부모, 수험지도하시는 선생님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 평가원을 대표해 깊이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지고 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황우여 장관도 "수능 문항 오류가 재발하여 수험생과 학부모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수능 시험 주관 위탁 기관으로서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 출제·운영 체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이에 따라 평가원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문제의 소재를 밝히고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능 시험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확실한 개선안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 가칭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운영 체제 개선 위원회'를 12월 중에 구성·운영할 예정"이라면서 "개선방안은 내년 3월에 발표되는 2016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에 반영될 것이며, 내년 6월 모의평가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교원단체들은 수능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수능을 포함한 대학입학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지난 19일 현행 수능제도를 대입 자격고사화하자고 제안했다. "대학서열화 해소대책과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학은 변별기능을 상실한 수능대신 더욱 강력한 대학본고사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권에 독립적인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교육과정 정책수립, 교과서 개발 및 검정, 대학입시 정책수립 등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사회적인 합의기구의 성격을 갖고 현장교사 등 교육주체와 학자 뿐만 아니라, 사회 전 계층을 대표하는 인사 등으로 구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내놓은 대안도 전교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총은 이날 "수능을 문제은행식 국가기초학력수준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대학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대학이) 설립 본령에 맞게 학생선발 이후, 고등사고력을 갖춘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우수 교수진의 확보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책무를 다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입 제도 개선을 위한 교육부·대교협·교원단체·학부모단체 등이 참여하는 상설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태그:#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출제 오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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