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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해고를 막자며 전국 아파트에 부착하거나 SNS를 통해 확산시키고 있는 벽보.
 민주노총이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해고를 막자며 전국 아파트에 부착하거나 SNS를 통해 확산시키고 있는 벽보.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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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아파트 경비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적용을 받게 되면서 최근 일부아파트에서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앞장서서 '경비노동자 정리해고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노동자의 한 사람인 경비노동자의 해고는 살인과 같은 것이며,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므로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해고를 막아야 한다"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우리들 아버지 마지막 생애일자리인 아파트 경비원을 해고하지 말아달라'는 호소 벽보를 각 아파트에 전파하는 한편 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부영 민주노총 전 울산본부장이 전국 노동자들에게 "아파트 경비노동자 해고를 노동자들이 나서서 막아내자"고 호소하고 나섰다.

특히 그는 "노동조합 활동 경험이 있는 일부 노동자들이 아파트 동대표나 입주자대표회의에 진출해 찬반투표에 앞장서고 있다"며 "해고를 막아야 할 노동자들이 오히려 그동안 회사 관리자들이 해온 노동탄압과 임금착취, 정리해고시키는 수법을 배워 써먹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 전 본부장은 "노동자에게는 살인과 같은 해고를 막는 데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라며 "노동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서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행동해달라"고 촉구했다.

"경비노동자 정리해고 찬반투표는 불법, 중단해야"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일부 아파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경비노동자 정리해고 찬반투표는 불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2014년 12월 대한민국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게 되었다는 기쁨보다 정리해고의 공포에 떨고 있다"며 "최저임금 100%를 주도록 법이 개정되자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비를 아낀다는 명분으로 경비노동자 숫자를 줄이는 방식을 택하고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아무리 노동탄압이 심해도 노동자를 해고시키는데 찬반투표를 허용하지는 않는다"며 "더군다나 법망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비노동자 수를 줄이고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 남을 죽이는 짓은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아파트 경비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 찬반투표가 허용된다면 수많은 기업에서 노동자들을 자기들 마음대로 해고해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아파트입주자대표회가 경비노동자를 해고시킬 권한이나 자격이 없다"며 "관리비를 아낀다는 명분으로 노동자의 목숨을 놓고 찬반투표를 한다면 이 나라는 이미 법치국가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하부영 전 본부장은 또 "경비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노동자이고, 헌법과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최저임금법 등에 따라 최소한의 보호를 받는다"며 "노동자들에게는 노동관련법이 아파트 관리를 규정하는 주택관리법보다 우선순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하 전 본부장은 "경비노동자가 직영이라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법적 절차에 따른 해고를 논의할 수 있다고 쳐도, 전체 90%에 이르는 위탁관리 아파트에서 관리주체(관리사무소와 관리회사)의 권한에 속하는 아파트노동자들에 대해 아파트입주자대표회가 해고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불법이다"고 말했다.

"불법으로 진행되는 정리해고 찬반투표, 결국 큰 손실로 다가올 것"

하부영 전 본부장은 지금 일부 아파트에서 진행되는 경비노동자 정리해고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는 불법이라 앞으로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봤다.

그는 "근로기준법 제24조 정리해고 제한의 엄격한 요건을 따라야 합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불법적인 정리해고는 부당노동행위가 되고 지노위, 중노위에서 노동자가 승소할 확률은 거의 100%"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부당해고 판정이 나면 그동안 지급해야 할 임금 100%와 이자 그리고 복직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명해진다"며 오히려 아파트 입주민에게 더 큰 손실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에는 정리해고의 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정리해고는 최후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만약 정리해고를 피할 수 없다면 사업주는 해고 대상자 기준을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정기준을 정할 것'을 명시하고 있고,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사업주는 해고일 50일 전까지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에게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한 이후 정리해고를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 본부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아파트 도로공사, 벽체 도장공사, 폄프 수리공사, 엘리베이터 수리나 교체공사 등의 입찰 부정부패만 없어져도 몇천만 원에서 몇백만 원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지하주차장 수은등을 LED로 교체하고, 아파트 통신시설과 설치물의 전기료 받아내고, 공동시설 전기료 계산방법을 변경하는 등 새나가는 공동관리비만 막아도 경비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고 함께 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파트 경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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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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