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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에서 YTN 발 기사 중 각 시기 '대통령의 성과'를 키워드로 검색해보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2003.2.25~2008.2.24) '노무현 대통령의 성과' - 1536건
이명박 전 대통령 (2008.2.25~2013.2.24) '이명박 대통령의 성과' - 1677건
박근혜 대통령 (2013.2.25~2014.11.24) '박근혜 대통령의 성과' - 2103건


박 대통령의 임기가 2년이 채 안 지났음에도 검색 기사 숫자가 압도적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괄목할 만한 성장도 없었는데, 역대 정부의 기사 수를 훌쩍 넘는다. 7년 연속 국내 언론학자들이 뽑은 '가장 공정한 언론사' 선정, 2013년 제7회 미디어 어워드에서 '가장 신뢰받는 미디어'로 꼽힌 YTN의 민낯이다. 

YTN의 공정성, 어디로 가나
 YTN의 공정성, 어디로 가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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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해직 사태... 원인 제공자는?

지난 2013년 6월 20일 YTN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관한 단독 보도를 냈다. 국정원의 SNS 의심 계정에서 발견된 트윗글과 인용 글을 분석한 기사였다. 오전 5시 뉴스부터 보도된 뉴스는 다른 언론의 인용 보도로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하지만 정작 YTN에서는 볼 수 없었다. 편집국장의 압력 때문이었다.(관련기사 :YTN 보도국 간부 '국정원 SNS 보도 중단' 지시 내려) 노조의 반발에도 '리포트 내용이 좀 어렵고 애매하다'는 이유로 그 기사는 YTN에서 지워졌다.

YTN의 대표 피디 저널리즘인 <돌발영상>도 어려움을 맞았다. 정치인의 발언, 행동, 뒷이야기를 풍자 형식으로 엮어 주목을 받은 <돌발영상> 제작진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인 구본홍 사장에 의해 징계를 받았다. 2009년 부활했지만 YTN 사태를 겪으며 전담 기자가 해직되거나 정직을 받아 기존의 야성을 잃은 지 오래다. 심지어 2013년 11월 <돌발영상>은 폐지되고 <돌발 플러스>가 생겼지만, 인력과 업무 부담으로 허울만 좋은 프로그램이 되었다.

YTN의 정권 유착형 보도와 권력 친화 행태는 '낙하산 인사' 때문이다. 사실 YTN은 흔하디흔한 케이블 채널이 아니다. YTN의 주요 주주는 한국전력, KT&G, 한국마사회, 우리은행 등이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마사회를 제외해도 매번 '낙하산 인사'가 논란이 될 만큼 정부의 입김이 센 기업들이다. 관계는 복잡하지만 공영방송과 비슷한 셈이다. 정부의 영향을 안 받으려야 안 받을 수가 없는 위치다.

그렇기에 더더욱 공공성의 의무를 지켜야만 했다. 하지만 그 의무는 버려지고 정부의 권리만 지켜졌다. YTN은 2008년 MB정권 이후로 줄곧 구본홍, 배석규로 대표되는 친정권 인사를 받아야만 했다. 2008년 구본홍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언론 특보 출신으로 사장에 취임한 뒤, '공정방송 수호'를 위한 언론파업 사태 등을 초래했다.

사측은 파업에 참여한 기자들을 징계하고 해고했다. 이때 해직된 6명의 해직기자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며 투쟁 중이다. 오는 27일엔 대법원의 YTN의 이들에 대한 해고무효소송 확정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지난 10월 2일 구 전 사장의 뒤를 이은 배석규 현 사장은 청와대 홍보수석과 친밀한 기자를 보도국장에 임명하면서 한 차례 더 논란을 일으켰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공정성 훼손'등의 책임으로 불려 나갈 때는 출석 직전 해외 출장을 가는 꼼수를 부렸다. 권력에 줄 대려는 사람만 자리를 차지하고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려는 언론인들은 해직됐다. 

'자율적 해결' 앞에... YTN의 갈 길은 멀다

YTN 해직 사태 6년을 맞은 지난 10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사옥앞에서 동아투위, 민언련,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 기자협회 등 언론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직언론인(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조승호, 정유신, 현덕수) 복직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YTN 해직 사태 6년을 맞은 지난 10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사옥앞에서 동아투위, 민언련,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 기자협회 등 언론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직언론인(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조승호, 정유신, 현덕수) 복직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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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에서 선택하려면 주저 없이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

토마스 제퍼슨의 말은 나를 비롯한 많은 이에게 진부할 정도로 당연하게 다가온다. 누가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아닌 정부에 의해 탄압받는 언론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상상이 2014년 한국에서 현실로 드러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현실은 생각보다 끔찍하다. 더 안타까운 점은 박근혜 정부의 언론관이 이 현실을 더욱 나쁘게 만들 것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줄곧 언론 노조와 언론사의 갈등에 대해 '자율적 해결방안'을 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MBC 파업 사태에 관해 "노사 간에 빨리 타협하고 대화해서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2월에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정홍원 총리 역시 "개별 방송사의 경영에 관한 문제라 외부에서 왈가왈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엄연히 정부의 언론 장악으로 생긴 정치 파업인데도 '노사 자율'을 존중한다는 등의 소리만 늘어놓았다. 얼마나 천박한 언론관인가.

객관성과 중립성은 언론의 가치다. 하지만 그건 과학적 기사 작성 과정에서 보장되어야만 한다.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지 못하는 언론은 중립은커녕 틀린 언론일 뿐이다. 언론사는 '경영상의 이유'라며 언론인을 해고시켰다.

위정자들은 '노사 자율'이란 핑계로 저들을 외면한다. 잘못됐다고 말하는 언론인은 차가운 길바닥에, 잘못된 언론인은 회사 건물의 사장실에 있는 시국이다. 정치 권력을 날카로운 보도로 감시했던 어제, 견제는커녕 부패 권력의 일부가 된 오늘,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유사 보도'만을 내보내야만 하는 YTN의 내일은 더더욱 안녕치 못하다.


태그:#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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