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방 에서 야마노 노부치카를 연기하는 서범석

▲ 취미의 방 에서 야마노 노부치카를 연기하는 서범석 ⓒ 연극열전


연극 <취미의 방>에 등장하는 야마노 노부치카는 '취미를 권하는 사나이'다. 취미 생활을 하고 싶어도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이들을 모아놓고는 이들이 한 자리에서 각자만의 취미 생활을 갖도록 배려한다.

요리가 취미인 내과의사 야마노 노부치카가 취미의 방에 모인 회원에게 주는 음식은 좀 생소하다. 캥거루 덮밥이나 악어로 만든 국을 끓여 대접한다.

그의 냉장고는 쇠사슬과 자물쇠로 꽁꽁 묶여있는지라 도대체 무슨 식재료로 요리를 하는지 알 수 없다. 미스터리한 재료로 음식 만드는 걸 즐기는 알 수 없는 이 남자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취미의 방>에서 야마노 노부치카를 연기하는 서범석을 만났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취미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 야마노 노부치카는 희한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서범석씨가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다면.
"못 먹는 게 거의 없는 편이다. 그렇지만 살아 있는 원숭이를 기절시킨 후 뇌를 먹는 '원숭이 골' 요리가 있는데 이걸 음식으로 먹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것 같다. 뱀과 메뚜기 요리도 못 먹는다. 극 중에 등장하는 캥거루 고기라면 돼지고기 먹듯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극 중 악어로 만든 국은 못 먹을 것 같다."

- 야마노 노부치카처럼 요리에 취미가 있는가.
"김치찌개는 저만의 레시피로 만들 줄 안다. 김칫국 수준으로 국물이 많은 김치찌개를 만드는데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제일 좋은 김치와 돼지고기, 된장 한 숟갈이면 끝이다. 너무 맛있는 요리라 아내도 잘 먹어주는데 처제는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한다."

- 극 중에서 요코는 어떤 의미의 여자인가.
"<취미의 방> 대본이 하나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열려있는 결말의 형태를 갖는다. 요코는 백치미가 있어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요코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 여자다. 대본 속의 인물인 거짓 허상일 수도 있고, 야마노 노부치카의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일 수도 있다. 열린 결말이다 보니 야마노 노부치카를 배우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요코를 허상의 인물이냐, 아니면 실존 인물이냐로 다양하게 바라보고 연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취미의 방>의 서범석 "취미라는 건 숨 쉴 수 있는 공간과도 같다. 간혹 취미에 목숨을 거는 듯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취미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취미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다."

▲ <취미의 방>의 서범석 "취미라는 건 숨 쉴 수 있는 공간과도 같다. 간혹 취미에 목숨을 거는 듯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취미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취미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다." ⓒ 연극열전


- 코미디극은 배우가 웃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웃음을 참기 어려울 때도 있을 텐데.
"뮤지컬을 하는 대극장에 비해 관객이 너무나도 잘 보인다. 관객 분들이 웃을 때 배우인 저도 너무 웃긴다. 관객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무장해제되어 덩달아 같이 웃게 된다. 이럴 때에는 티가 나지 않게 웃는 게 중요하다.

저는 야마노 노부치카를 진지하게 연기한다. 뮤지컬을 할 당시 코미디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배우가 진지하게 연기해야 관객이 웃는다. '웃을 거야'라고 예상하고 가볍게 던지면 관객은 절대로 웃지 않는다. 반대로 '어떻게 저래?' 하고 진지하게 가주어야 관객이 웃는다.

저는 웃기는 부분이 별로 없다. 진지하게 몰아가는데 관객이 웃는다. 웃기려고 마음먹고 연기했을 때 관객이 웃으면 배우인 제가 덜 웃길 것이다. 한데 진지하게 연기하는데 관객이 웃음보를 참지 못해서 저마저 웃음을 참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거다."

- <취미의 방>은 성인들이 취미를 갖는 공간이다.
"사람은 외롭다. 그 외로움을 취미를 통해 숨 쉴 줄 알아야 한다. 극 중 인물들은 취미에 목숨을 거는 것처럼 보이고 몰입도가 대단하다. 캐릭터들이 젊은이들이 아니라 나이 든 남자들이다. 각자의 직업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냥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

이런 남자들에게는 취미를 즐길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대본을 맨 처음 보았을 때 느낀 게 있다. 코미디도 코미디지만 '외로운 사람이 모여서 취미에 목숨을 거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 사람에게 취미란 얼마만큼 중요한 일인가.
"외로운 사람에게는 취미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취미가 있다면 우울증 환자나 불면증 환자는 없어질 것 같다. 취미라는 건 숨 쉴 수 있는 공간과도 같다. 간혹 취미에 목숨을 거는 듯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취미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취미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다.

연극을 보면 캐릭터들이 정말로 외롭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관객만의 취미 하나쯤은 가져보아야 하지 않을까를 되돌아보게끔 만든다. 저만 해도 어릴 적에 집 밖에서 볏단을 쌓아놓은 저만의 기지가 있었다. 저녁 때 집으로 들어오라는 부모님의 말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 정도로 나만의 공간이었다."

취미의 방 서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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