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포스터 미생 포스터

▲ 미생 포스터 미생 포스터 ⓒ tvN


하루하루의 삶이 일상이라는 단어로 불리기 시작하는 순간, 어쩌면 경이일지도 모르는 하루는 똑같은 삶의 반복이 되어 버리고,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그리고 누구나 겪는, 그저 그런 하루로 전락해 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하고, 즐거움을 찾고, 떠나며, 자신의 하루를 경이로 바꾸고자 한다.

드라마 또한 일상의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하나의 경이이다. 그 안에 있는 인물과 호흡하면서, 때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우린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드라마는 일상적이지 않다. 드라마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야기들 사건들은 항상 특별하다. 우리가 일상 안에서 항상 마주하는 공간들이 드라마 안에서 특별한 공간으로 변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회사라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속의 회사에는 분명 어딘가에 사장님의 숨겨진 아들이 다니고 있을 것이고, 그 사장님의 아들과 평범한 회사원인 누군가와의 말도 안 되는 로맨스가 펼쳐질 것이다.

내가 신문기사에서 본 사고치고 행패를 부리는 그런 사장님 아들은 드라마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아들이 있더라도 이유가 있거나 상처가 있거나 할 것이며, 결국엔 평범한 여자주인공에 의해 치유 받고 훈남으로 변신할 것이다. 사장 아들이 아니면 항상 궁극의 패션센스를 지닌 실장님이 있어서 역시나 평범한 여주인공을 지켜줄 것이다. 물론 평범한 여자 주인공은 말만 평범하지 사실은 대단한 능력자다. 가끔은 모두를 놀랄만한 일을 해내기도 하며, 남자 한둘 매혹하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우린 그런 드라마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물론 이런 일들이 현실 그러니까 내가 사는 일상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대리만족은 일상이 된 삶을 조금이나마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아무리 드라마가 욕을 먹어도, 이 미덕만큼은 분명히 존재한다.

<미생>은 이런 접근과는 안전히 반대로 우리에게 다가온 드라마다. <미생> 안의 모습은 현실과 매우 흡사하다. 원작 만화가 연재되는 내내 수많은 사람이 '공감된다', '나도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댓글을 달았던 것처럼, 드라마 <미생> 또한 우리네 현실을 보여주고자 애쓴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일상을 보여주는 것. 드라마로서는 위험하고도 당돌한 시도이다.

하지만 <미생>은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게다가 그저 일상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미생>은 그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버린다. 퇴근 후 마시는 술 한 잔이 지니고 있는 그 특별함, 업무 하나를 끝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그 특별함,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그러나 사실은 하나하나가 새로웠던 그 일상의 특별함을 <미생>은 다시 일깨운다.

그래서 <미생>은 일상을 벗어난 세계를 그려 일상의 단조로움에 활력을 주고자 했던 드라마들과 달리, 당신이 살고 있는 일상 자체를 특별하게 만들어 버린다. 덕분에 기존 드라마는 보고 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미생>은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나의 일상을 조금 더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오 과장이 우리에게 '술맛을 아냐?'고 물어봤을 때, 고개를 끄덕인 이후로, 우리에게 일 끝나고 마시는 술 한 잔이 전보다 조금 더 특별해진 것처럼 말이다.

<미생>의 가장 큰 미덕은 여기에 있다. <미생>은 현실 그 자체를 특별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 다른 드라마보다 몰입도가 높은 것, 그리고 계속해서 나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knightp)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그래 미생 오차장 임시완 이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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