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공식 포스터

<인터스텔라> 공식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 이 기사에는 영화의 결말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이맥스 버전은 예매조차 어려워 암표 거래가 횡행할 정도로, 최근 극장가를 평정한 초대형 SF영화 때문에 전국이 떠들썩하다. 더불어 <에이리언> 시리즈, <팬도럼>, <그래비티> 등 종전까지의 우주 배경 영화들이 단번에 추월당했다는 평까지 등장했다. 공상과학 영화의 새 지평을 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인터스텔라>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여러 흥행작들을 통해 할리우드의 명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놀란 감독이 각본과 연출, 제작까지 도맡아 개봉 전부터 평단과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다. 169분이라는 만만치 않은 러닝 타임에도 팝콘 조각 집을 틈조차 여의치 않은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영화의 해답이 된 '사랑', 감독이 꾸준히 제시해온 주제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 워너브라더스


<인터스텔라>는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쌓아올려졌다. 이론물리학의 권위자 킵 손 박사의 자문을 받았으며,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동생 조나단 놀란은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4년간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다.

이러한 노력의 덕분으로 영화는 블랙홀과 웜홀, 5차원 세계 등 대단히 추상적이고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개념의 공간들을 훌륭하게 시각화해냈다. 구체의 블랙홀이나 어지러운 웜홀의 내부, 거대한 행성의 띠 등은 유례없는 장관을 구현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웅장한 장면 묘사를 위한 요란한 배경음악의 남용이 없다는 것도 적절했다. CG를 최대한 배제하고 실제 세트 제작과 수작업 자연 재해를 통해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감독 성향이 반영되어 영화는 비현실적 상황을 위화감 없이 묘사하고 있다.

다른 종말론적 영화들에서 대홍수나 지진 등을 주요 재난 상황으로 채택한 것과 달리 극심한 가뭄과 이상 기후로 인한 식량난을 인류 존폐의 위기로 그린 것은 진부하지 않은 설정이다. 영화는 시종 불길하게 몰아치는 거대한 황사를 통해 지구의 상황을 심각하지만 담담하게 보여준다. 가뭄과 모래바람, 식량 위기라는 '조용한 위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몰입을 유지하면서, 주인공 일행의 모험에 대한 당위성을 충분히 제시해주고 있다.

 <인터스텔라>에서 머피 역의 제시카 차스테인, 톰 역의 케이시 애플랙

<인터스텔라>에서 머피 역의 제시카 차스테인, 톰 역의 케이시 애플랙 ⓒ 워너브라더스


좋은 시계의 좋은 톱니바퀴들처럼 합이 꼭 맞는 배우들의 열연 역시 돋보인다. 연기력으로는 이미 보증된 배우 매튜 맥커너히를 비롯,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기점으로 놀란 사단에 합류한 앤 해서웨이, 놀란 사단의 마스코트 격인 마이클 케인 등이 설득력 있는 연기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영화 <헬프>에서의 모습과 180도 다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제시카 차스테인, <브레이킹던>의 앳된 모습에서 벗어나 부쩍 성숙해진 연기를 펼친 맥켄지 포이의 연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영화 속에 '지적 유희'를 녹여내길 좋아하는 놀란 감독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타개해야 할 문제 상황에서 궁극적으로는 '사랑'을 해답의 열쇠로 제시한 것에 이질감을 느꼈다는 평들도 보인다. 축적된 영상 메시지에 대한 장면들이 지나치게 신파가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다크나이트>를 비롯한 배트맨 시리즈나 <인셉션>, <프레스티지> 등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사랑'의 가치에 대한 고찰과 그 존엄성의 제시는 꾸준히 있어왔다. 그의 작품들에서 '사랑'은 영웅을 무력화시키고 평범한 가장을 사지로 내몰며, 굳은 우정을 갈등의 화염으로 밀어 넣는다.

마찬가지로 <인터스텔라>에서도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며 쿠퍼 부녀를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위기 해결의 씨앗으로 작동한다. 또한 지구에 남겨진 남매의 목소리가 쿠퍼를 비롯해 관객의 심금을 절절하게 울리며 캐릭터와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해당 장면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인터스텔라>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인터스텔라>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 워너브라더스


갈등의 시작과 전개가 그러했듯 결말까지 이성과 논리로 무장했다면 어땠을까? 오히려 영화가 아니라 허구적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져, 영화의 매력이 반감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소재를 고려해 보았을 때, 극 초반 집안에서의 이상 현상이나 등장인물간의 갈등 요소들이 다소 예측 가능한 전개라는 점과 아버지 때문에 집과 옥수수 밭을 버리지 못한 아들이 쿠퍼 가족의 일원으로서 매우 미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인터스텔라>가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을 유치하지 않게 연출하며 휴머니즘과 희망의 메시지를 적절히 아우른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인터스텔라>는 본디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개된 스필버그의 플롯과 놀란 형제의 시나리오를 비교해 보았을 때 감독 교체에 전혀 아쉬움이 없다는 것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 작품을 기점으로 제임스 카메론과 스필버그에 필적할만한 거장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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