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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저스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미군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 의회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중국과 다른 1~2개 국가가 사이버 공격을 통해 미국의 전력망 가동을 중단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나 언론들이 여러 자료를 인용해 이러한 주장을 하기는 했지만, 미국 정보기관 당국자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는 처음이다.

로저스 국장은 중국 이외에 1~2개 국가가 이러한 사이버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했으나, 어느 나라를 지칭하는지는 결국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발표만 안 했을 뿐, 러시아와 북한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데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란과 함께 일부 언론은 시리아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핵 능력은 물론이고 특히, 해커 등을 이용한 사이버전에서 북한이 이미 이들 나라보다도 상당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대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왜 로저스 국장은 이날 언급에서 북한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늘 강조해 말하고 있는 이 '불량 국가(Rogue State)'에 대한 핵 능력이나 군사력에 대한 발표는 항상 정치적인 입장에서 축소되거나 때론 과장되기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당장 이 '불량 국가'가 사이버 공격만으로도 미국의 전력망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미 국민들의 불안은 물론 이에 따른 비난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실로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사이버 공격력뿐만 아니라, 이른바 'EMP(전자기파)탄'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능력이 때로는 축소되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과장되기도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막강한 비대칭 군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가능하면 북한의 이러한 군사적 능력만은 일반 미국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행정부의 정치적 입지나 환경을 고려해서 축소하거나 때론 확대해 발표하는 것을 반복했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8월 7일, 미 정보기관의 또 다른 부서인 국방정보국(DIA)의 마이클 플린 국장이 전격 사임했다. 그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대북 정보에 있어서 플린 국장은 북한의 핵능력에 관한 여러 보고를 했으나, 클래퍼 국장이 이를 백악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소문도 이들 불화설의 한 몫을 차지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고 발사 기술을 포함한 강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싫어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과민반응', 네오콘이 노리는 것

기자가 이러한 점을 다시 지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은 지난 18일 유엔 총회에서 이른바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하자 다시 "핵실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다"며 "전쟁억제력을 무제한 강화할 것"이라며 또 설익은 핵실험 위협론 등을 들고 나왔다. 북한은 기자가 표현한 '설익은 위협론'이라는 말에 반감을 보이거나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북한 스스로 핵무기의 '경량화, 소형화,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이미 발표했는데, 또 무슨 핵실험이 필요하냐는 말이다. 그리고 이미 1만km 넘어가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능력을 보여주며,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을 보여줬는데,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이참에 EMP탄도 보유하고 있음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서 이를 실험하려고 해도, 평양을 포함해 북한 상공에 이를 폭발시켜 북한 전역의 전력망이 마비되는 것을 보여줄 수도 없다. 다른 나라의 사막을 빌려 실험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목표물을 타격하거나 인공위성을 올리는 불필요한 ICBM의 기술을 보여준다 한들 이전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북한의 이러한 '과민 반응'을 바로 미국의 강경파인 매파와 네오콘들이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이른바 '북한인권문제'로 북한을 자극하고 나면 북한은 반드시 과민 반응 할 것이고, 더 나아가 핵실험 등을 감행하면 '기회가 왔다'고 박장대소를 할 세력들이다. 그래야 한반도에는 다시 초긴장 상태가 몰아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특히, 북한이 이른바 잠수함에서도 발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 완료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관해 북한 스스로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근 미국이 언론을 통해 우리의 잠수함 발사 미사일 능력에 대해 계단식으로 계속 여론화하고 있다"며 "미국이 우리의 잠수함 발사 미사일 여론을 확대해 국제 무대에서 대조선 압박의 도수를 더욱 높이려고 타산했다면 그보다 큰 오산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 몰이보다도 한방에 북한을 다시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북한은 다시금 깨닫기 바란다. 북한 말대로 "핵실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게" 만드는 세력의 의도를 북한이 정녕 모른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이른바 "강위력한" 핵능력이나 핵억제력은 이미 보여줄 만큼 보여줬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서 이를 발표하든 안 하든 그것은 북한이 신경을 쓸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발표를 안 한다고 해서 있는 능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과장해 발표한다고 해서 없는 능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강경 세력과 '맞짱' 뜨겠다는 생각 버리길

따라서 북한은 지금이라도 미국 내 일부 강경 세력들이 나름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이른바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는 데 대해 부화뇌동하지 말기를 거듭 당부하고자 한다. 북한은 아마 미국 등이 북한을 말살하거나 고립시키려고 지난 세월 동안 북한에 해온 일을 되새겨 보라고 기자에게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었는가. 예를 들어 북한이 지금보다도 못한 핵능력을 가졌을 때에는 미국은 왜 북한의 이른바 연변 핵시설 등을 정밀 타격하지 못했다고 북한은 생각하는가. 북한 스스로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었다고 주장하듯이 어찌 보면 1994년 당시부터 이른바 전쟁억제력은 발휘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완벽한 핵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를 통한 전쟁 억제력을 구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핵무기란 단 한발이 살아남아도 상대방에게는 전멸에 가까운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핵 억제력이라는 초등학교 수준의 설명은 더는 필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제라도 아무 도움도 안 되는 미국과 특히, 미국의 강경 세력과 '맞짱'을 뜨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더욱 경제 개발에 매진하기 바란다. 미국 등 서구권이 그렇게 봉쇄 정책을 취하면 지금처럼 더욱 대러시아 경제 외교를 강화하고 중국과도 경제 교류를 더욱 확대해 한국을 비롯한 서구권을 오히려 경제적으로 안달이 나게 만드는 것이 추가 핵실험보다 몇천 배의 효과가 있음을 북한은 알기 바란다.

오바마 행정부 집권 기간 내내 바뀌지 않는 '전략적 인내'라는 허울 좋은 '북한 봉쇄정책'에 관해 북한은 더 이상 화를 내지 말기를 권고한다. 또한, 미국 내 일부 강경파들이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이른바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게 과민 반응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하루 빨리 깨닫길 바란다.

오늘날 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공산주의 진영의 치열한 사상 투쟁의 결과가 아니다. 그들은 치열한 사상 투쟁 속에서도 현실적으로 개혁과 개방을 수용하고 이를 중국의 현실에 맞게 확대해 실천할 수 있었던 현명한 정치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서구나 남한 국민들이 인정을 하든 안 하든 이제 새로운 지도자를 맞아 다시 앞으로 나가고 있다. 이 지도자가 앞으로 우리 민족에 어떠한 발자취를 남길지, 아니 적게는 북한에 어떠한 번영을 가져다줄지가 지금 이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지도자의 현명한 지도력은 밑에 있는 일꾼들이 정확한 정세 판단을 해서 이를 뒷받침할 때만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는 것이 지나간 역사가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다시금 북한의 오늘과 내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고 현 지도자를 뒷받침하고 있는 조선로동당 고위급 관료와 그 핵심 지도부 세력에게 국제 정세에 관한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태그:#북한 핵실험, #북한 인권 문제, #경제 개발, #개혁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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