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51회 대종상 4관왕을 차지한 <명량>의 김한민 감독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의 손예진, 신인남우상 수상자 <해무>의 박유천

51회 대종상 4관왕을 차지한 <명량>의 김한민 감독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의 손예진, 신인남우상 수상자 <해무>의 박유천 ⓒ 이정민


'흥행에 성공한 영화에 주는 상.' 올해 대종상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된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51회 대종상영화제는 이른바 대박을 이뤄낸 흥행영화가 주인공이었다. 무리 없는 선정이기도 했지만 결과가 뻔한 수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700만 관객을 넘기며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이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기획상. 기술상을 받으며 4관왕에 올랐고, 천만 영화 <변호인> 역시 신인감독상. 여우조연상, 시나리오상, 하나금융 스타상 등 4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8백만 관객을 모은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은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같은 8백만 영화 <수상한 그녀>는 음악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으나 음악상을 받으며 '흥행영화=대종상' 공식을 이어갔다. 최근 수년간 흥행한 영화가 주요 수상작으로 결정됐던 흐름에 변화는 없었다.

흥행영화 외에 독립·예술영화는 들러리 역할

물론 심사 논란이 있었던 예년과 비교해 대체로 무난한 선택이었음은 분명하다. <변호인>이 신인감독상과 시나리오상을 받고, <명량>이 남우주연상과 기획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일부 수상작을 제외하고는 거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수상자가 선정됐다.

다만 <명량>이 최우수작품상까지 받은 것은 작품성에 대한 평단의 평가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다관객기록을 세운 영화라는 점이 더 고려된 느낌이다. CJ가 배급한 <명량>은 1586개의 스크린을 점유하는 기록도 세우며 스크린독과점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러한 대종상의 결정은 영화평론가협회가 주최하는 영평상이 올해 최우수작품상에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을 선정하고, 감독상에는 <경주>의 장률 감독을 선택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평상은 <명량>의 최민식에게 남자연기상을, 양우석 감독에게 신인감독상, 박유천에게 남지신인상을 줬다. 몇몇 부문에서는 이번 대종상의 결과와 같았지만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등 작품성 있는 영화에 대해서도 분명한 평가를 내렸다. 독립영화지원상을 신설해 한국영화를 최대한 담아내려는 모습도 보였다.  

대종상의 하락한 위상은 올해 예심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종전에는 출품신청을 받아 본선 후보작을 선정했으나 올해는 지난 1년간 제작된 모든 영화를 대상에 넣었다. 대종상 측은 새로운 도약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으나 지난해의 경우 제작한 영화의 30%를 웃도는 정도만이 출품해 체면을 구긴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전체 영화 중에서 일반인의 온라인 투표와 영화관계자의 투표로 후보작을 골랐으나, 상대적으로 흥행작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형태가 되면서 '흥행영화잔치'로 굳어졌다.    

끊임없는 잡음 속 기업인에게 위탁한 영화상

 5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발표하는 이규태 조직위원장

5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발표하는 이규태 조직위원장 ⓒ KBS


대종상의 지속적인 위상 하락은 행사를 주관하는 원로영화인들이 만들어 낸 결과다. 일부 영화인들이 대종상을 이권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종상은 영화인총연합회 주관하는 행사였으나 비리 문제 등이 끊임없이 불거졌고, 수차례 법정소송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법원의 판결을 통해 정리됐지만 지난해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기업인에게 위임한 모양새가 됐다. 행사를 치러낼 능력이 부족한 원로영화인들이 기업인에게 의탁했고, 영화인이 아닌 기업인이 주는 상을 받는 모습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견 대립이 있었던 듯 공개적인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행사를 앞두고 지난 10월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규태 조직위원장의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표현에 정진우 감독이 "대종상이 잘 되는 것 같지 않다"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지난해 8월 6일 대종상영화제 이규태 조직위원장과 영화인총연합회 남궁원 이사장, 정진우 감독 등 영화인들이 '대종상영화제는 조직위원장으로 하고 영화인총연합회 산하 8개 소속 단체 이사장들이 집행위원으로 참여한다'는 협약을 작성했으나, 이규태 위원장이 이를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는 남궁원 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과 이규태 조직위원장이 지난 3월 부속합의서를 체결해 '영화인총연합회 경상비 1억 원과 가칭 영화인복지재단 설립기금 3억 원을 내놓고 집행위원회 권한을 최소화'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원로영화인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었다. 

양측의 대립이 거세질 조짐이었으나 어떻게든 행사는 치러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운영주체와 관련한 논란은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인들이 들러리를 서는 영화상을 굳이 저런 방식으로 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원로영화인들 존재 증명하는 상, 전체 한국영화 담아내지 못해

영화인총연합회 산하 단체의 한 관계자는 "영화인들의 집행위원회 참여를 요구했으나 대종상영화제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그렇다고 행사를 못 하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이미 3년 동안 행사를 주관하기로 계약된 상태이기 때문에 자칫 문제를 제기할 경우 법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화인총연합회 관계자는 "영화인들이 집행위원회에 정상적으로 참여했다. 모든 게 별문제 없이 준비됐는데, 말 만들어 내기 좋은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영화계 인사는 "양쪽의 힘겨루기일 뿐"이라며 "영화인들이 돈이 없으니 기업인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 그래 놓고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 서로에게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51회 대종상영화제 포스터

51회 대종상영화제 포스터 ⓒ 대종상영화제


올해 정진우 감독의 공로상은 이 같은 역학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회고전을 열었고 1970~80년대 한국영화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한 영화인이라는 점에서 수상은 당연하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평가다. 그러나 수상자 결정을 영화인총연합회가 맡고 있고, 부속합의서 체결로 인해 남궁원 이사장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논란을 막겠다는 것도 수상자 결정에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한 원로영화인은 "공로상은 정진우 감독이 당연히 받아야 할 상으로 그가 한국영화에 끼친 영향을 볼 때 사실 늦게 받는 것이다. 후배들이 먼저 다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터면 이번 대종상을 못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진행하게 된 것만 해도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양쪽이 원만하게 타협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 영화평론가는 "영화를 철저히 독재 체제 유지의 수단과 통제의 대상으로 봤던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상으로 영화 현장을 떠난 영화계 원로들의 존재를 증명하는 상"이라고 비판했다.

한 영화계 인사 역시 "원로영화인들이 재정적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외부 인사에게 대종상의 주관을 맡긴 셈인데, 그렇게 주는 상이 영화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영화상 하나조차 제대로 운영 못 하는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종상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한국영화계 전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원로영화인들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국영화를 포괄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영화인들이 배제된 채 일부 원로영화인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중견 영화제작자는 "대종상은 잘 살려보고 싶은 상인데, 저런 식으로 가고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한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한국 최고의 영화상이라는 평가는 빛이 바랜' 대종상의 운명은 더 초라해질지도 모른다는 현장 영화인들의 시각도 있다.

대종상 영화상 명량 변호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