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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 등 불교계인사를 비롯해 종교계 원로들이 참여하고 있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아래 국민운동본부)이 통합진보당 해산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 논란이다. 도법 스님은 불교계 대표적 진보인사로 분류됐지만 이번 성명에 이름이 포함되면서 진보인사의 갈지자 행보라는 비판도 나왔다.

월주 스님이 상임 대표로 있는 국민운동본부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세월호 참사 이후 이번 기회에 기필코 국가가 개조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범한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은 통합진보당이 종북좌파 정당임이 명확하게 확인된 이상 이 정당을 정치권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에는 도법 스님을 비롯해 월주 스님과 성타(불국사 주지), 원산(통도사 주지), 원행(중앙승가대 총장, 금산사 前주지), 지홍(불광사 회주, 불교광장 대표), 돈관(은해사 주지,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운동본부는 "통합진보당은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원칙인 자유민주주의 체제,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통일 원칙을 부정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통합진보당은 한결같이 북을 대변해 왔다"며 "김정은 3대 세습이나 장성택 처형을 비판하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정당해산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지만 통진당은 끝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며 "급기야는 이석기의 RO 내란음모사건까지 일으켜 스스로 묘혈을 팠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사회가 종북좌파세력인 통진당에 의해 끊임없이 휘둘림을 당해 왔고, 이 때문에 야당이나 진보세력, 시민단체들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왔다"며 "이제는 국가백년 대계를 위해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헌재가 결심을 하고 이 종북(從北)정당을 정리해 내야 우리나라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을 요구했다.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는 판결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대소용돌이 대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는 판결을 내리지 못하는 헌재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종교인들이 우리 사회의 혼란을 부추기고 헌법기구를 겁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만일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는 판결을 내리지 못한다면 나라는 대소용돌이, 대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라며 "이 엄청난 위기상황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해산 판결을 하지 못한다면 헌재는 자신의 존재까지 뒤흔드는 대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될 것이다"며 "이 실수는 헌법재판소 체제조차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도록 만들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나라의 앞날을 위해 바른 판단을 해 주실 것을 간곡히 청원한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성명을 발표한 종교인들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사표가 되어야 할 종교계 원로들이 다수 참여하는 단체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어 버리는 데 앞장섰다며 실망감을 표하는 상황이다.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대화와 통합을 강조하던 종교인들이 정당 해산에 발 벗고 나선 것으로 볼 때 이미 우리 사회의 사표가 아닌 민주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에 변절자라고 성토하고 있다.

김영국 연경정책연구소장은 자신의 페북에 "도법 스님...또 월주 스님을 따라갔나, 이 사람들의 근본이 뭔가, 김영환처럼 전향을 한 것인지 아니면 본성을 드러낸 것인가"라고 했다.

조계종 결사추진본부장을 맡은 도법 스님은 이번 성명이 내부문제 제기로 회수됐다고 했다. 도법 스님은 <불교닷컴>과의 통화에서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에서 성명을 내면서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올린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충분한 논의 고민 과정 없이 진행됐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성명을 다 거둬드리기로 했다"며 "다만 이미 성명서가 나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공식적으로 정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도법 스님은 "세월호를 겪으면서 새로운 한국 만드는 데 동의가 있었고 원로들 중심으로 단체가 이루어졌는데 보수진영의 원로들이 그 문제(통합진보당 해산)에 공유된 입장들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운동본부는 세월호 문제를 겪으며 만들어져서 기구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폭이 넓어졌다, 나 역시 (운동본부의 입장에) 부분적으로 동의한 부분도 있다"며 "(성명은) 충분히 논의했어야 하는데 자기들(원로)끼리 모임처럼 여겨 당연히 공유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그러나 원로들의 생각과 다른 분들도 있고,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돼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여기저기에서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미 거둬들였다"고 했다.

또 "운동본부 내부에서도 명단 문제가 논란이 있었다고 안다, 대표만 넣자고 했는데 실무진에서 논란을 벌이다가 전체 이름을 넣는 쪽이 우세했는지 그렇게 나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도법 스님은 발표된 성명의 내용에 어떤 문제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도법 스님은 "정당 해산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이 더 많지만 보수진영은 그런 것 같지 않다"며 "이 역시 사회적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고 해 '화쟁'의 대상으로 보았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만들어졌지만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자유총연맹 등 대표적인 보수단체들과 행보를 같이 해왔다. 이들은 오는 25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사건의 최종변론기일을 앞두고 보수 관변 단체들과 '통진당 해산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이 단체는 통합진보당 해산과 전체주의 부역질 근절, 전체주의 부역집단 퇴출, 자유통일 자유대한 만세를 주창하고 있다.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도 이름을 올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불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계종, #도법 스님, #지홍 스님, #원행 스님,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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