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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학년이잖아. 금방 6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된다고!"
"그래서?"

엄마의 말에 아빠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래서라니? 지금부터 안 하면 금방 뒤처질 거 아니야!"
- 본문 15쪽

<내 꿈은 누가 정해요?> 겉그림
 <내 꿈은 누가 정해요?> 겉그림
ⓒ 풀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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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 성장동화 <내 꿈은 누가 정해요?>에 나온 지영이네 집 이야기다. <내 꿈은 누가 정해요?>는 초등학생 5학년 지영이가 주인공이다.

지영이는 엄마 아빠의 말다툼 하는 소리를 들으며 현관문에 생긴 움푹 파인 자국을 보고 있었다. 엄마아빠가 크게 싸웠던 날 화가 난 아빠가 주먹으로 현관문을 쳐서 자국을 만들었다. 그날만큼 큰 싸움이 일어나지 않길, 지영은 바랐다. 지영이는 그렇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부모님의 다툼 소리를 숨죽여 들었다. 게다가 싸움의 원인이 자신을 학원에 보내는 문제여서 지영은 안절부절못했다.

그런데 엄마아빠가 갑자기 지영을 불러낸다. 그리고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지영은 정한 꿈이 없다고 말했다. 엄마는 쉬지 않고 이런저런 직업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당장 선택하지 않으면 이 세상 모든 직업이 다 나올 때까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꼭 지금 정해야 해요?"
"누가 지금 정하래? 생각을 좀 하고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지!"
"그게 그 말이잖아요!"
- 본문 19쪽

뜨끔했다. 우리 모습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보일 것 같았다. 내 모습도 지영의 엄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다. 솔직히 우습다. 20대의 청년들도 30대의 장년들도 꿈이 뭔지 몰라서 헤매는 것을 자주 본다. 아이들에게는 꿈이 뭐냐 쉽게 묻는 어른들도 자신의 갈 길이 어딘지 몰라서 헤매고 고민한다.

아이들에게 노력하라 다그치는 어른들

어른들 역시 10년 뒤엔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세상 구경을 아직 조금밖에 못한 초등학생들에게 "꿈이 뭐냐" 묻고 "시간 허투루 흘려보내지 말고 꿈을 향해 노력하라고 질주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성공에 대한 강박이 많아서 그런 거 같다.

지영에게는 친한 친구가 둘 있다. 수미와 송이다. 셋이 어느 날 떡볶이를 먹다가 비밀모임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한다. 비밀모임이라야 별것도 없다. 수업이 끝나고 일주일 하루 다른 친구들 몰래 만나서 그림일기를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몇 가지 약속을 했다. 절대로 아무에게도 그림일기를 보여주지 않기. 5학년 마치는 날에 모여서 그림을 어딘가에 묻기. 그리고 스무 살이 되는 해 만나서 그림을 열어 보기.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다. 지영이랑 친구들의 비밀모임 계획은 상상만으로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 나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비밀 모임'이니 '탐험대'니 이런 모임을 만들어 저녁에 플래시 들고 만나 아무도 안 살고 있는 귀신 집을 가자는 둥 그런 약속을 많이 했다. 물론 지키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영이와 친구들은 비밀모임에서 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수미의 장래희망은 상담선생님이었다. 송이는 여행가가 되고 싶었다. 지영이는 꿈이 없어 찾는 중이라고 말한다. 

꿈이 생긴 지영, 엄마의 태도에 당황했다

지영이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남대문 시장에 가게 되었다. 그곳엔 아빠의 일터가 있었다. 지영이네 부모님은 액세서리 가게를 한다. 그곳에 다녀오면서 지영이에게 꿈이 생긴다.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기쁜 마음으로 친구들에게도 새로 생긴 꿈을 말하고 부모님에게도 말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꿈을 찾으라고 했던 엄마가 그 꿈에 반대를 한다. 엄마는 다른 꿈을 찾으라고 한다. 지영이는 엄마의 태도에 당황한다. 지영이가 새롭게 생각한 꿈은 액세서리 디자이너다.

어쩌면 지영이네 엄마는 원하는 직업군을 정해 놓고 그중에서 지영이가 꿈을 고르기를 바라는 거 같다. 물론 나도 우리 아이들이 본다면 지영이네 엄마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영이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꿈이 없다고 구박하더니 꿈을 찾았더니 이번엔 다른 꿈으로 바꾸라고 돌변해 버린 엄마, 지영이는 자신의 꿈을 지킬 수 있을까?

부모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반성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꿈이 없다고 닦달하지 말자. 꿈이 없이 사는 어른들이 더 많으니까. 지영이의 건투를 빈다.


내 꿈은 누가 정해요?

김효 지음, 풀빛미디어(2014)


태그:#꿈, #장래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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