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해마다 수련 선수를 포함해 대략 15명 내외의 선수들이 프로에 지명된다. 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고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못하다.

고교시절 '리틀 김연경', '천재소녀' 같은 수식어를 들으며 1라운드 상위지명을 받고 프로에 진출한 선수 중에도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초라하게 은퇴하거나 벤치멤버로 전락해 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프로와 아마추어의 수준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1라운드도 아닌 2라운드에 지명됐음에도 프로에서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팀의 주역으로 활약하는 선수도 있다. 최근 3연승을 달리며 2위로 뛰어 오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제니스의 문정원도 V리그의 대표적인 '2라운드 성공신화'를 잇고 있다.

백목화-주예나, 2라운드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주역들

2라운드 성공 신화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한국인삼공사의 왼쪽을 책임지는 '다람쥐' 백목화다. 송원여상을 졸업한 백목화는 지난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지명됐다(당시 현대건설이 1라운드로 지명한 선수가 바로 현역 최고의 센터 양효진이었다).

백목화는 입단 첫 해 현대건설의 벤치 멤버로 활약했지만 1년 만에 팀을 옮기는 신세가 됐다. 현대건설이 인삼공사에서 활약하던 FA 박경낭(은퇴)을 영입하면서 인삼공사가 보상선수로 백목화를 지명한 것이다.

현대건설에 비해 선수층이 넓지 못했던 KGC는 백목화가 뛰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이적 2년째가 되던 2009-2010 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한 백목화는 특유의 빠른 발을 이용한 날카로운 공격과 건실한 수비를 뽐내기 시작했다.

인삼공사는 백목화가 주전으로 올라선 후 2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백목화 자신도 2012-2013 시즌 기량 발전상, 2013-2014 시즌 서브상을 수상하며 V리그를 대표하는 왼쪽 공격수로 성장했다. 지난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국가대표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주예나 역시 2008년 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이다. 입단 초기부터 '배구 여제' 김연경과 함께 뛰며 많은 것을 배운 주예나는 지난 컵대회에서는 리베로까지 소화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수비형 레프트다.

이 밖에도 인삼공사의 센터 이보람과 도로공사의 레프트 김선영, 현대건설의 리베로 김연견 등이 2라운드 이하의 하위지명을 받고 입단한 후에도 프로 무대에서 주전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2014-2015 시즌에는 그 계보를 도로공사의 문정원이 잇고 있다.

주전 도약 후 펄펄 나는 문정원, 서브 부문 1위 등극

목포여상 출신의 왼손잡이 공격수 문정원은 지난 2011년 신인 드레프트에서 2라운드(전체 10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됐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큰 V리그에서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 문정원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렇게 벤치 멤버로 세 시즌을 보낸 문정원은 레프트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도로공사에는 고예림, 김선영, 황민경, 김미연 등 비슷한 기량을 가진 왼쪽 공격수들이 득실대기 때문이다.

결국 문정원은 장기인 서브를 살려 '원포인트 서버'로 2014-2015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GS칼텍스와 흥국생명에게 연패를 당하며 힘들게 시즌을 출발했고 서남원 감독은 지난 8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문정원을 주전으로 내보내는 모험수를 던진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날 문정원은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총 10득점을 올리며 팀의 3-1 승리에 공헌한다. 이후 문정원은 도로공사의 주전으로 도약했고 도로공사는 최근 5경기에서 4승1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문정원은 자신이 주전으로 뛴 5경기에서 평균 11.2득점을 올리고 있다. 득점 부문 전체 15위에 올라 있는 문정원은 도로공사의 토종 선수 중에서 가장 높은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문정원은 세트당 0.63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며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시즌이 개막하기 직전까지 배구팬들은 아무도 그녀를 주목하지 않았지만 이제 문정원은 3연승 행진을 달리며 상위권으로 뛰어든 도로공사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제 문정원은 2014-2015 시즌 V리그 여자부의 가장 유력한 기량발전상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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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한국도로공사 문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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