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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디어계에 '디지털 퍼스트' 바람이 불고 있다. 미디어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행태가 변하면서 지면보다는 온라인 뉴스 강화가 중요시되는 추세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각 언론사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 등 혁신을 위한 노력과 그 전망에 대해 싣는다. [편집자말]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사들은 디지털 혁신을 위해 기존 인력을 감원하고 디지털 인재를 충원하고 있다. 또 해외 언론들이 먼저 선을 보인 뉴스 유료화 서비스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점차 한국에서도 시행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사들은 디지털 혁신을 위해 기존 인력을 감원하고 디지털 인재를 충원하고 있다. 또 해외 언론들이 먼저 선을 보인 뉴스 유료화 서비스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점차 한국에서도 시행되는 모습이다.
ⓒ 김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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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사로잡기 위한 언론사의 노력은 '디지털 퍼스트' 추구 이전부터 있어왔다. 온라인 전용 기사와 심층보도, 사진 데이터베이스(DB) 등 자사의 다양한 디지털 소스를 유료화해 독자들에게 내놓는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취재 뒷얘기, 뉴스영상 등을 유료로 배포하는 '매경 e신문'과 '한경 플러스'를 각각 선보였다. <조선일보>가 온라인전용 '프리미엄 조선'을 내놓은 것도 지난해 11월부터다.

국내 주요 일간지·전문지의 뉴스 유료화 서비스가 시행된 지 약 1년, 그러나 유료화 뉴스 소비에 대한 언론사 내부의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본 독자와 이를 시행 중인 언론사 내부관계자, 관련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언론사로서는 딱히 정해진 답이 없어 쉽지 않고, 독자로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최진순 건국대 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신문> 기자)는 이와 관련해 "기존 자원을 디지털로 바꾸는 데 들인 기술 투자에 비해 콘텐츠 수준에 아쉬움이 남는다"라면서 콘텐츠 품질의 업그레이드를 주문했다. 유료화 서비스가 뉴스 소비자들의 디지털 경험을 늘리는 것에 무게가 실리다 보니, 되레 돈을 주고 볼만한 고품질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유료 뉴스를 구독하기 시작했다는 손아무개(28·여)씨는 지금은 해당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다. 유료독자에게 주는 혜택과 질 높은 탐사보도기사가 나오던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굳이 챙겨볼 만한 기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손씨는 "처음엔 혜택도 많고 좋은 기사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별 게 없었다, 잘 안 보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김아무개(30·남)씨도 "국제 관계와 관련된 업무에 필요해 <뉴욕타임스>와 <아사히신문> 등을 구독하긴 하지만, 업무와 상관없었다면 일부러 보지는 않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뉴스 유료화에 있어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가 필수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유료화 뉴스들, 차별화에 주력하지만...

미디어전문지인 <미디어오늘>도 지난해 9월부터 유료화 서비스를 실시했다. 콘텐츠 중 일부를 유료 독자에게만 볼 수 있도록 발행하는 식이다.
 미디어전문지인 <미디어오늘>도 지난해 9월부터 유료화 서비스를 실시했다. 콘텐츠 중 일부를 유료 독자에게만 볼 수 있도록 발행하는 식이다.
ⓒ <미디어오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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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언론사들의 유료화 전략은 지면뉴스 전문을 온라인 PDF로 제공하거나, 기사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 또는 전문 칼럼을 싣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프리미엄 조선'의 '뉴스 인사이드', 기자들의 청와대 소식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언론사 중 유료화 서비스에 안착했다고 할 만한 모델은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전문지인 <미디어오늘>도 지난해 9월부터 유료화 서비스를 실시했다. 콘텐츠 중 일부를 유료 독자에게만 볼 수 있도록 발행하는 식이다. 김병철 <미디어오늘> 기자는 "한국 독자들은 아직 포털에서 무료로 기사를 보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시도"라며 "그러나 언론사가 광고(수익)에만 매달려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계속 투자하고 시도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퍼스트는, 콘텐츠 유료화를 언급하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다"라면서 "아직 정답은 없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도 지난 9월 자사 뉴스와 <여성중앙> 등 30여 개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계열 매체의 뉴스를 온라인에서 모두 볼 수 있는 디지털 가판대 형식의 '조인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들은 처음에는 모든 매체를 무료로 제공하다가 지난 1일 16종을 유료 전환하는 등 점진적 유료화를 택했다.

반면 이 같은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은 언론 매체의 유료화 서비스를 비롯한 디지털 혁신을 두고 "해외에서는 독자 패턴과 반응 등을 분석하는데 한국에서는 유독 기사 조회수·페이지뷰 등 수익 창출에만 집중된 것 같다"라고 평했다. 그보다는 '매체의 독자들이 어떤 사람이며 무슨 정보를 원하는지, 관심사가 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독자와 관계 맺기가 우선... "해외 모델이라고 무조건 적용할 건가"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은 "단지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퍼스트를 한다고 해서 생각 없이 너도나도 외치는 건 잘못된 방식"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은 "단지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퍼스트를 한다고 해서 생각 없이 너도나도 외치는 건 잘못된 방식"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 fre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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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국장은 "해외 매체의 경우 자사 독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늘 관심을 가지고, 계모임 같은 자잘한 이야기까지 중요하게 싣더라"라면서 "단지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퍼스트를 한다고 해서 생각 없이 너도나도 외치는 건 잘못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독자들과의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춰야지 유료화나 디지털 혁신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유료화를 시도 중인 한 매체의 소속 기자도 "유료화 미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면서 "(회사가)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딱 모델화되는 게 없어서 고군분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단지 해외의 성공 모델이라고 해서 무조건 적용할 게 아니다, IT 환경에서는 우리가 더 유리한 점을 고려해 한국 환경과 독자 성향에 맞춰 고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뉴스 유료화는 해당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이나 확산을 일부 포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언론사들의 유료화 기사를 페이스북·트위터로 공유하면, 이를 클릭하더라도 역시 유료회원 로그인을 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포털 사이트에서 대부분의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허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면 유료화는 아니지만, 독자가 마음에 드는 기사를 후원한다는 점에서 최근 도입된 '뉴스펀딩'이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는 <오마이뉴스>가 그간 진행해 온 '좋은기사 원고료주기'와도 비슷하다. 지난 9월말 당시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해당 서비스를 내놓으며 "이는 유료 뉴스가 아닌, 글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서비스에서 독자들은 후원을 하며 기사를 응원하거나, 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자들에게 직접 취재 요청을 할 수 있다. 기자마다 운영하는 '나우' 게시판을 통해 비판이나 지적 등 의견을 남길 수도 있다. 두 달여가 지난 11월 21일 현재 편차가 있긴 하지만 반응은 좋은 편이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목표액의 763%를 달성해 약 7600만 원을 후원받았고, 박상규 <오마이뉴스> 기자와 황예랑 <한겨레21> 기자 등도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 10월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기사작성·편집·관리 등 콘텐츠관리시스템(CMS)을 전면 개편한 <파이낸셜뉴스>의 임정효 편집국장은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디지털 퍼스트가 이렇게 먼 길인지는 몰랐다"고 호소했다. 그는 "아직 기술적 문제도 많고, 기자들도 익숙하지 않아 부담스러워 한다"며 "그러나 이런 노력이 이어질수록 독자들의 눈이 높아질 거다, 모두가 함께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태그:#디지털 퍼스트, #뉴스 유료화, #온라인 뉴스 유료, #아사히신문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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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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