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의 사위' 박철우가 군복무로 2년 동안 배구팬들 곁을 떠난다.

삼성화재 블루팡스에서 활약하는 박철우가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NH농협 2014-2015 V리그 2라운드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와 입대 전 고별전을 치렀다(삼성화재 세트스코어 3-0 승리).

박철우는 이날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총 11득점(공격성공률 47.06%)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V리그 최고의 왼손잡이 오른쪽 공격수로 군림한 박철우는 약 2년 동안 정든 코트를 떠나게 됐다.

대학보다 성인배구 택한 유망주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한 박철우는 경북사대부고 시절 '리틀 김세진'으로 이름을 날렸다, 많은 배구 명문 대학으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박철우는 대학이 아닌 실업팀 현대캐피탈을 선택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성인 배구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파격적인 일이다.

입단 3년째인 2005년, 프로배구 V리그가 출범됐지만 박철우는 주전으로 뛸 수 없었다. 당시 현대캐피탈에는 김세진(OK저축은행 감독)의 오랜 라이벌이자 한 시대를 풍미한 라이트 공격수 '스커드 미사일' 후인정(한국전력)이 있었다.

프로 2년째가 되던 해까지 '조커'로 활약하던 박철우는 2006-2007 시즌부터 현대캐피탈의 주전라이트로 올라섰다. 그렇게 현대캐피탈의 주포로 성장하던 박철우는 2007년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는 질환)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이미 고교시절에도 기흉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박철우는 이후 3번의 수술을 추가로 받는다. 그는 김호철 감독의 철저한 관리 속에 출전시간을 조절하며 경기에 나섰다.

박철우는 체력적인 불리함 속에서도 2008-2009 시즌 득점 6위, 2009-2010 시즌 득점 4위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왼손잡이 공격수로 이름을 날린다. 그리고 2009년 2월 '얼짱' 농구 선수로 유명했던 신혜인과 열애 사실을 공개했다.

선남선녀 스포츠 커플의 탄생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박철우의 상황은 난감해졌다. 산혜인의 아버지가 바로 현대캐피탈의 오랜 '앙숙'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이끄는 신치용 감독이기 때문이다.

박철우는 2009-2010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훗날 장인어른이 될 신치용 감독이 있는 삼성화재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삼성화재에서 장인과 함께 챔피언 4회 등극

현대캐피탈 시절 팀의 주포로 활약하던 박철우는 삼성화재에서 득점력이 많이 떨어졌다. 혹자는 이를 두고 '장인어른 앞에서 몸을 사린다'며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삼성화재의 팀 색깔에 따른 역할 변경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삼성화재는 프로 출범 이후 레안드로 다 실바, 안젤코 추크, 가빈 슈미트,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 등 소위 '몰빵형 외국인 선수'가 팀 공격을 이끌어 왔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는 2006-2007 시즌부터 8년 연속 V리그 득점왕을 독식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박철우는 공격을 주도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 놓고 외국인 선수를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비록 자신의 득점은 다소 떨어졌지만 박철우는 삼성화재 이적 후 4년 연속 V리그 우승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캐피탈에서 2번, 삼성화재에서 4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박철우는 V리그에서 모든 것을 이룬 선수다. 하지만 박철우의 화려한 경력 속에서도 하나의 오점이 있으니 바로 국제 경기, 그 중에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다는 것이다.

박철우는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올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표 선수로 출전했지만 동메달 2개만 수확에 그쳤다. 한국 나이로 30세의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가는 것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인 박철우가 군복무를 끝내고 돌아오면 32세가 된다. 타 종목에 비해 짧은 배구 선수들의 선수 수명을 생각하면 박철우는 전역 후 과거와 같은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박철우가 더 이상 군입대를 연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철우는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20대 초반에나 시도하던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하며 입대 전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박철우의 활약 덕분에 삼성화재는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V리그 최고의 토종 오른쪽 공격수 박철우가 성실하게 군복무를 마치고 2016-2017시즌 건강하게 코트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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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 박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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