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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는 20일 저녁 회관 강당에서 세월호 참사로 딸과 아들을 잃은 '예은 엄마' 박은희, '재욱 엄마' 홍영미씨를 초청해 시민강좌를 열었다.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는 20일 저녁 회관 강당에서 세월호 참사로 딸과 아들을 잃은 '예은 엄마' 박은희, '재욱 엄마' 홍영미씨를 초청해 시민강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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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를 못했나? 안 했나?"

이 질문부터 나왔다. 마산YMCA는 지난 20일 저녁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해 '세월호! 아~ 세월호'라는 주제의 시민논단을 열었다. 유가족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은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구조하지 못한 것인지, 구조를 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부터 가졌다.

단원고 2학년으로 가수를 꿈꾸었던 고 유예은 학생의 어머니 박은희씨와 환경조경사가 꿈이었던 고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시민논단 사회는 허정도 마산YMCA 이사가 맡았다.

예은엄마 박은희씨는 "아이가 거기서 얼마나 엄마를 찾았을 것인지를 생각하면 평생 울어도 모자랄 것 같고, 무엇을 해도 앞으로 그 아이를 똑바로 보지 못할 것 같다"라면서 "얼마전 대구에서 만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세월호 참사 뒤 '열심히 공부하고 꿈을 꾼다는 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이 이루고자 했던 꿈을 어른들이 빼앗아버린 것이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죄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남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미친 듯이 운다"라며 "유가족이라고 해서 24시간 우는 것이 아니지만, 4월 16일의 기막힌 순간이 기억나서 참을 수 없을 때가 많고, 밤에 자면서 바로 예은이 옆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마산 출신인 재욱엄마 홍영미씨는 "아이가 다녔던 단원고 2학년은 반에서 한두 명을 제외하고 희생됐다, 천인공노할 일"이라면서 "아이는 부모의 희망이고 미래인데, 그 꿈을 잃어버린 뒤의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없는 아이를 자랑하는 게 더 팔불출이지만, 그 아이는 정말 맑고 밝게 컸다"라면서 "그런 아이를 잃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다, 아이들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갔지만 그 꿈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세월호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는 20일 저녁 회관 강당에서 세월호 참사로 딸과 아들을 잃은 '예은 엄마' 박은희, '재욱 엄마' 홍영미씨를 초청해 시민강좌를 열었다.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는 20일 저녁 회관 강당에서 세월호 참사로 딸과 아들을 잃은 '예은 엄마' 박은희, '재욱 엄마' 홍영미씨를 초청해 시민강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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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예은엄마 박은희씨와 홍영미씨는 4월 16일부터 겪었던 기억들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두 아이는 사고 1주일만에 시신으로 엄마의 품에 돌아왔다. 박은희씨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지만, 정부가 현장에는 제대로 된 구조사 한 명도 보내지 않았다, 우리는 이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홍영미씨는 "사고 첫날부터 진도체육관 등에는 부모들을 감시하기 위해 사복 경찰 300여 명이 내려와 있었다고 하더라, 사고 다음 날 체육관이 북적거렸는데 대형 텔레비전을 설치하는 작업만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 "처음에는 많은 구조선박과 인력이 투입된 줄 알았는데 텔레비전에서는 같은 화면이 반복적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3일째 되던 날 에어포켓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거기에 들어갔던 가스를 두고 (한 민간잠수사가) '인체에 해로운 공업용 오일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장관 등이 참석한 원탁회의 당시 '침몰한 배 안에서 생존자가 있으면 (사용할 수 있는) 구조장비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구조장비 없이 아이들을 구하겠다고 잠수부가 배로 내려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영미씨는 "어떤 사고든 일어나게 되면 어떻게 하든 사람부터 살리는 게 도리 아니냐"라면서 "그런데 이 국가는 전혀 아이들을 구조할 생각이 없었고, 배를 침몰시켜 건져내겠다는 작전을 세웠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는 말도 했다.

"국가는 왜 존재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진 박은희씨는 "평범하게 살았던 부모들도 세월호 참사가 터지니까 저절로 그런 질문을 하게 되더라"면서 "국가는 어떤 부분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됐고, 대통령도 우리에게 '여한 없이 조사하고 조금의 의혹도 남김 없이 밝히겠다'고 하고서도 두 번의 선거가 지난 뒤 철저하게 외면했다, '쇼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박은희씨는 "그동안 아이들한테는 너만 잘하면 된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라면서 "어른들은 착하게 살지 않고, 너무나 많은 것을 속이고 있는데 아이들에게만 착하게 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특례입학? 방구 끼었더니 똥 쌌다고 하는 격"

이날 논단에서는 '유가족들이 보상금·자녀 특례 입학·경제적 이익 등을 노린다는 말이 있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홍영미씨는 "언론은 가짜다, 현장에서 보면 언론은 자극적인 내용만 보도한다, 특히 방송 3사는 절대 보면 안된다"라면서 "이것은 지난 7개월 동안 싸웠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가족들이 25억 원을 받았다는 소문도 나돌았는데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라면서 "제가 지금 25억 원을 받은 사람으로 보이느냐, 재난구호지역으로 선포를 한 뒤, 장례지원금이 나왔고, 1인당 월 108만 원인 기본생계비가 3개월 나온 것 말고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홍영미씨는 "아이들이 여행자보험을 들기도 했지만 아직 찾지 못한 부모들이 많고, 설사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어떻게 쓸 수 있겠느냐"라면서 "아직 아이들이다 보니 개인 보험을 든 경우도 많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대입특례입학은 유가족들이 요구했던 게 아니다, 야당 의원이 만든 특별법안에 들어 있어 나중에 유가족이 만든 법안과 합치는 과정에서 야당이 (대학특례입학을) 주장했다"라면서 "방구 끼었더니 똥 쌌다고 하는 격"이라고 평했다.

"세월호는 의문을 풀 수 있는 증거"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는 20일 저녁 회관 강당에서 세월호 참사로 딸과 아들을 잃은 '예은 엄마' 박은희, '재욱 엄마' 홍영미씨를 초청해 시민강좌를 열었다.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는 20일 저녁 회관 강당에서 세월호 참사로 딸과 아들을 잃은 '예은 엄마' 박은희, '재욱 엄마' 홍영미씨를 초청해 시민강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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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문제에 대해 박은희씨는 "최소한 양심이 있고 제대로 된 국가라면 시신만이라도 부모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라면서 "지금 (참사가 난 지) 1년이 됐나 2년이 됐나, 지금 포기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몇 년이 걸려서 수색해서 시신을 찾은 사례가 있다"라면서 "배 안에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데, 시신 인양해서 무엇 할 것이냐는 말은 부모 보고 죽으란 말과 같다, 시신 수색 포기는 인간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나온 '세월호를 인양하지 말고 폭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홍영미씨는 "배(세월호)가 증거다, 많은 의문을 풀 수 있는 증거를 인양하지 않겠다는 것은 진상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라고 잘라 말했다.

허정도 이사는 "정부는 유가족이 왜 당사자로 조사에 참여하느냐고 하는데, 선진국의 경우 공권력이 개입된 사고는 항상 사고 당사자가 조사에 참여한다"라면서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공권력이 공권력을 수사하기에 합의를 보는 사례가 많다, 선진국은 피해 당사자에 조사권·수사권뿐만 아니라 기소권까지 주는 사례가 있고, 그렇게 해야 진실이 밝혀진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사자가 가장 진실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두 엄마는 논단 마지막에 당부의 말을 남겼다. 박은희씨는 "민주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 인지에 대한 교육과 토론이 많았으면 한다"라면서 "(세월호 참사는) 유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안전이 걸린 문제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미씨는 "청소년들은 여러분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에 눈 부릅뜨고 제대로 밝혀내도록 해야 할 것"이라면서 "나이 40세가 넘은 어른이라면 세월호 참사에 있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도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이번 일을 겪다 보니 눈을 뜨게 됐고, 사회에서 무슨 사고가 나면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제3자의 입장으로 방관했던 게 (나를) 지금 이 자리에 서게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책임감을 통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 내가 국가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면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는 20일 저녁 회관 강당에서 세월호 참사로 딸과 아들을 잃은 '예은 엄마' 박은희, '재욱 엄마' 홍영미씨를 초청해 시민강좌를 열었다. 이날 사회는 허정도 이사가 맡았다.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는 20일 저녁 회관 강당에서 세월호 참사로 딸과 아들을 잃은 '예은 엄마' 박은희, '재욱 엄마' 홍영미씨를 초청해 시민강좌를 열었다. 이날 사회는 허정도 이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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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참사, #마산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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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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