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아래 <말무사>), 제목부터 남 다릅니다. 평생동안 말에서 내리지 않으며 숯한 전쟁을 통해 인류 역사상 가장 광활한 제국을 정복한 남자, 칭기스 칸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책입니다.

몽골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는 나라입니다. 사실 좋은 인연은 아니었죠. 1216년부터 고려를 괴롭힌 것을 시작으로 1270년 삼별초의 항쟁에 이르기까지, 고려를 줄기차게 괴롭혔고 고려를 거점으로 일본원정까지 계획했었죠.

몽골은 1차, 2차에 이르는 원정대를 꾸렸으나 태풍으로 좌절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사는 마산에는 몽고정이라고 하는 우물이 있습니다. 1281년 일본 원정 실패 후 남해안 방어를 위해 군사들이 이곳에 주둔했고 당시 군사들인 려·몽 연합군을 위해 조성한 우물입니다. 예전에는 고려정이라고 했으나 1932년 일본인 단체에서 몽고정이라는 이름의 비석을 세움으로써 그 이름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밖에도 어른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 시집갈 때 신부 얼굴에 하는 연지 등이 몽골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반대로 몽고인들이 독수리로 사냥하는 것의 시초가 당시 고려 귀족들이 기르던 매를 보고 배웠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만큼 몽골과 우리나라는 영향을 많이 주고 받았는데요. 그 몽골인으로써, 인류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스 칸, 그의 삶을 기록한 만화가 있어 찾아봤습니다. 허영만 화백, 이호준님 글로 다음 웹툰에서 2년간 연재됐던 작품입니다.

칭기스 칸, 그의 이름은 테무진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1권 표지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1권 표지
ⓒ 김용만

관련사진보기


테무진의 아버지는 예수게이입니다. 테무진이라는 이름을 칭기스 칸이 얻은 연유는 특이합니다. 당시 예수게이가 타타르를 정벌합니다. 타타르 정벌 후 예수게이가 게르(몽골인들의 이동식 집)로 돌아오니 아기가 태어나 있었습니다. 당시 노예로 잡아갔던 타타르 장군의 이름이 '테무진'이었습니다. 해서 예수게이는 자신의 아들에게 '테무진'이라는 이름을 명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당시 몽골인들은 이러한 관습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부터 테무진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예수게이가 죽음을 당하고 난 뒤 부족민들이 모두 흩어지게 되고 테무진은 실질적인 가장으로써 가족을 이끌게 됩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많은 수고를 하게 되죠.

게다가 어린 테무진과 배다른 형인 벡태르와의 갈등은 테무진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벡태르가 덩치도 크고 사냥도 훨씬 잘했으나 아버지 예수게이는 벡태르를 인정하지 않았죠. 벡태르는 이런 현실을 인정치 않았고 예수게이 사망 후에 테무진의 어머니를 겁탈하려 하기 까지 합니다. 테무진은 벡태르를 죽입니다. 그리고 이 소문은 몽골의 거대한 초원에 바람같이 퍼지게 됩니다. 테무진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합니다.

테무진은 쉽게 자라지 못합니다. 노예로 잡혀 가기도 하고, 죽을 고비를 여러차례 경험하게 되죠. 하지만 테무진은 남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좋은 사람들도 만납니다. 이 책에 보면 테무진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친구가 등장합니다. 자무카가 그중 하나입니다. 자무카는 테무진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만 후에는 테무진을 죽이려고 합니다. 이 두 친구의 꿈은 같았습니다. 초원의 통일, 통일을 원하는 두 친구는 함께 할 수 없었습니다.

테무진은 당시 초원의 거대한 인물인 토그릴을 양아버지로 삼으며 자신의 세력을 키워갑니다. 테무진은 일반 부족의 장들과는 다른 정책을 폅니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에 따라 고루 인재를 등용하였으며, 전쟁 후 전리품을 공에 따라 고르게 분배합니다. 자신을 따르는 자에게는 그만큼 보답했으며 원수들에게는 끔찍할 정도의 보복을 합니다. 초원의 한낯 작은 무리의 장이었던 테무진은 자무카보다 먼저 '칸'의 칭호를 받고 점점 강해집니다. 결국 초원을 통일하게 되지요.

10년의 준비를 통한 작품

이 작품을 위해 허영만 화백은 10년에 걸쳐 자료를 조사하고, <식객>이 끝나기 직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몽골 초원을 그리기 위해 몽골에도 세 번이나 다녀왔고 2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현장을 고증했습니다. 함께 작업을 하던 정세진군은 손가락에 이상이 생겨 수술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허영만 화백은 이 작품을 위해 4명의 화실 문화생들과 함께 엄청난 육체적·심리적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작품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을 완성한 후 허화백은 "소설가가 될 걸, 왜 만화가가 됐을까, 소설가는 대사 한 줄이면 되지 않나"라고 이야기했다 합니다. 그만큼 힘든 작업이었다는 것이죠.

허 화백은 오래전부터 칭기스 칸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마지막 역사극을 쓴다는 심정으로 작품활동에 임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을 보면 충분히 그 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 한 컷, 한 컷이 그냥 그려진 것이 없습니다.

유독 전투신이 많은 작품이라 단 한 컷에 100명이 넘는 인물들을 그리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독자들은 그냥 눈으로 지나가며 읽는 그림이지만 그리는 이의 입장에서는 심혈을 기울인 한 컷이었겠지요. 앞으로는 만화책을 봐도 허투루 봐선 안될 것 같습니다.

<말무사>는 사연이 많은 작품입니다. 만화책이라고 무시하시는 분들, 앞으로 그러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기도 하지만 <말무사>의 상상력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칭기스 칸에 대한 자료가 워낙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말무사>를 통해 칭기스 칸의 인간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복자, 잔인한 칸이기에 앞서, 따뜻한 아버지 였으며, 친절한 남편이었습니다. 효성스러운 아들이었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남자였습니다.

<말무사>를 통해 몽골에 대한 흥미와 칭기스 칸에 대한 흥미가 부쩍 늘었습니다. 이 책의 주 내용은 칭기스 칸의 일대기이지만 매 권마다 제일 뒷 부분에 몽골에 대한 소개와 칭기스 칸에 대한 궁금증들 그리고 줄거리들을 요약해 제시합니다. 여덟 권을 다 읽고 나니 몽골인들의 생활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게 됐습니다. 만화책이었지만 보는 내내 공부하는 느낌을 받은 건 참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책은 인간의 욕망과 처신에 대해서도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재미와 역사를 함께 선사하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과 답을 주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몽골인이든 한국인이든, 옛날사람이든, 요즘 사람이든, 사람이 따르고 떠나가는 이유는 똑같은 것 같습니다. 칭기스 칸은 그것을 잘 아는 리더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탑재 예정입니다. 오마이 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1~8 세트 - 전8권

허영만 글.그림, 이호준 취재, 김장구 감수, 김영사(2012)


태그:#말무사,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허영만, #이호준, #서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