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곰' 김동주가 결국 17년 동안 동거동락했던 팀을 떠난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5년 김동주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동주는 오는 25일 두산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할 2015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이로써 김동주는 나머지 9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한 진정한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물론 김동주 자신은 현역 의지가 강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포 3루수였던 김동주는 내년 시즌에도 '현역'으로 남을 수 있을까.

두산, 그리고 국가대표 핫코너의 주인공이었던 사나이 

김동주는 배명고 시절부터 투타에서 엄청난 재능을 발휘했던 특급 유망주다. 고교시절 신일고 김재현(한화이글스 타격코치)과 함께 '좌재현 우동주'로 불렸으며 OB와 고려대의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은 여전히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김동주의 활약은 프로에서도 이어졌다. 4억5천만 원의 거액을 받고 OB에 입단한 김동주는 개막전부터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괴물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비록 신인왕은 현대 유니콘스의 김수경에게 내줬지만 입단 첫 해부터 2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프로에 안착했다.

루키시즌 좌익수로 활약했던 김동주는 이듬해부터 주포지션인 3루수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인 '김동주시대'를 알린다. 2000년에는 타율 .339 31홈런 106타점을 기록하며 '우동수 트리오'의 중심으로 활약했고 2001년에는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두산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동주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할 만큼 정확한 타자였고 통산 4번(3루수 3번, 지명타자 1번)의 골든글러브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호쾌한 장타력을 과시해 팬들로부터 '두목곰'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김동주의 활약은 국제대회에서도 빛났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대표팀의 핫코너에는 언제나 김동주가 있었다(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부상으로 중도교체).

2년 동안 28경기 출전, 불혹의 나이에 이적 결심

영원한 두산맨으로 남을 거 같았던 김동주가 구단과 분열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 시즌부터였다. 김동주는 2012년의 아쉬움을 떨치기 위해 재기를 벼르고 있었지만 김진욱 감독은 28경기 만에 김동주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공교롭게도 김동주의 빈자리는 이원석이 훌륭하게 메워 줬고 정규리그는 물론 한국시리즈까지 김동주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김진욱 감독의 입장에서도 .314의 고타율을 기록한 젊은 이원석을 두고 굳이 김동주를 부를 이유를 찾지 못했다.

두산팬들로부터 '김동주 외면의 주범(?)'으로 몰렸던 김진욱 감독이 물러났지만 김동주는 올해 아에 1군무대에 나타나지 못했다. 주체가 프런트인지 코칭 스태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김동주가 올 시즌 두산 내부로부터 '전력 외 판정'을 당했다는 점이다.

결국 경기에 나서고 싶던 김동주는 구단에 '방출'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김동주와 두산 구단은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보류선수 명단제외라는 방법을 통해 이별을 선택했다.

김동주는 결국 '조건 없는 방출'이라는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내년 시즌 진로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년이면 불혹이 되는 나이와 최근 2년간의 초라한 1군 성적을 생각하면 섣불리 이적이 쉽지 않은 입장이다. 야구팬들은 내년 시즌 한 때 '두목곰'이라 불리던 사나이를 그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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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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