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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성격에 자기 중심적인 첫째와 양보를 잘하고 조용하지만 고집만은 황소고집인 둘째
▲ 왼쪽이 첫째 오른쪽이 둘째 불같은 성격에 자기 중심적인 첫째와 양보를 잘하고 조용하지만 고집만은 황소고집인 둘째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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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들만 둘이다. 결혼 10년차이고, 첫째 아들은 8살로 초등학교 1학년이고 둘째 아들은 6살로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한 엄마의 배 속에서 나왔지만 달라도 이렇게 다른가 하며 의아한 눈빛으로 두 녀석을 번갈아 쳐다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른 집도 아마 우리와 마찬가지일 거다. 우리 어릴 적도 3남 1녀가 성격이며 취향이나 말투, 친구들과 어울리는 수준까지 워낙 제각각이라 부모님도 그런 말을 자주 하셨다.

커가면서 달라지는 아이들

첫째 놈은 학교만 갔다 오면 뭘 그렇게 놓고 오는지, 연필이며 지우개, 노트, 교과서, 심지어는 가방까지 잃어 버렸다. 수업시간에도 선생님 말씀에 집중을 못해 여러 번 지적받고. 학부모 면담 갈 때마다 늘상 그런 얘기를 듣는다.

숙제가 뭔지도 모르고, 알림 노트도 잃어 버려 도대체 학교에서 뭘 준비하라고 했는지 알 길이 없다. 수업에 집중을 못하니 국어나 수학 같은 과목은 거의 20~30점에서 놀고 있다. 받아쓰기 시키려고 책상에 앉으라 하면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든지 몸이 가렵다고 긁고, 오줌 마렵다고 떼쓰고. 책상 앞에서 '멍 때리고' 있다가 엄마한테 혼나기 일쑤다.

겁도 많다. 화장실에 혼자 못 간다. 무섭다고. 10시가 넘어 얼른 자라고 하면 무서워서 방에 못 들어가겠단다. 뿐인가! 첫째라 그런지 좀 배려심이 부족하다. 동생과 함께 뭘 하려면 양보는 절대 하지 않는다. 꼭 먼저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고는 기어코 동생을 울린다.

친구들 관계에서도 잘 놀다가 뭐 하나 맘에 안 들면 혼자 '꿍'하니 구석에 앉아 있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는다.

이에 반해 둘째는 영 딴판이다. 유치원에서는 수업 집중을 잘 한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준비물도 뭐 하나 잃어 버리는 법이 없다. 연필이나 지우개도 사준 적이 없는데 필통에 가득하다. 왜 이렇게 연필이 많으냐고 물으면, "친구들이 하나씩 줘요" 아님, "바닥에 떨어진 것들 모은 거예요" 하고 대답한다.

유치원에서 보내오는 알림장이나 수업 준비물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깔끔히 챙긴다. 게다가 형이 받아쓰기라도 하고 있으면 옆에 와서 거든답시고 훈수를 놓는다. "형아, 이거 아니잖아. '학교' 이렇게 써야지"하며 동생이 형 노릇을 한다.

첫째에 밀려 항상 치이는 둘째가 안쓰럽다. 형이 자고 있을 때, 형이 갖고 놀던 장난감을 가슴에 품고 행복해 하는 표정을 짓는다. 얼마나 그 장난감이 갖고 싶었을까?
▲ 스파게티 먹는 둘째 첫째에 밀려 항상 치이는 둘째가 안쓰럽다. 형이 자고 있을 때, 형이 갖고 놀던 장난감을 가슴에 품고 행복해 하는 표정을 짓는다. 얼마나 그 장난감이 갖고 싶었을까?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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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숙제 때문에 엄마랑 씨름하고 있으면 자기는 책이라도 봐야겠다며 동화책을 집어 들고 혼자 읽어간다. 간간이 틀린 발음이 나오긴 하지만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그 나이에 저렇게 읽는 걸 보면 형제가 참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게다가 엄마 아빠가 시키거나 형이 부탁을 하면, "응, 알았어 형아" 혹은, "형이 먼저 해" 한다. 아마도 둘째라서 모든 순서에서 뒤로 밀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나 보다. 첫째에게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음식도 별로 가리지 않는다. 첫째는 뭐 하나 먹이려면 차라리 고사를 지내는 게 낫다 싶은데, 둘째는 주는 대로 잘 받아먹는다. 밤에 졸리면 불 꺼진 방에도 들어가서 혼자 잘 잔다. 둘째도 참 별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첫째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받아쓰기나 국어, 수학 등 단원평가 문제를 풀고 있으면 우리에게 물어본다.

"엄마, 나는 언제 공부해요?"
"왜? 둘째야, 공부하고 싶어?"
"네, 형아처럼 공부하고 싶어요."
'헐~.'

딱 반대인 두 아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첫째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아주 애를 먹고 있다. 수업 자체를 싫어하고 오로지 노는 것만 좋단다. 한편으로 이런 태도는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어느 정도 다른 아이들과 수준을 맞추기 위해 반강제로 시키는 숙제와 학원생활 때문에 나오는 반감일 수 있다.

남편인 나는 좀 이런 아이들 교육에 대해 좀 둔하기도 하지만 놔두는 편인데, 애 엄마는 그렇지 않다. 같은 반 엄마들끼리 가입되어 있는 SNS에서는 여러 가지 정보가 나돌고 있다. 아무래도 그 안에서 접하는 것들은 학교생활과 각종 학원 등의 정보가 대부분이니 신경을 안 쓰려 해도 생각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간다.

정규시간 후에 있는 방과 후 교실은 아이에게 숨 쉴수 있는 시간이다. 자신이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이니 말이다. 그리고 싶은 것 마음껏 그리고 스트레스 풀어라!
▲ 방과 후 교실의 미술수업 정규시간 후에 있는 방과 후 교실은 아이에게 숨 쉴수 있는 시간이다. 자신이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이니 말이다. 그리고 싶은 것 마음껏 그리고 스트레스 풀어라!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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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있으면 2학기도 끝이 난다. 학기가 마치기 전에 전체적으로 시험을 치른단다. 1학년 동안 배웠던 것들을 점검하는 시간이지만 한편으로 성적으로 줄 세우기가 시작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지난 1년간 첫째를 경험 삼아 힘들게 초보 학부모의 길을 걸어왔는데 아직 2학년에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냥 이대로 손놓고 구경만 해야 할 것 같다. 잘 나가는 선진국의 교육제도를 도입했다는 데 우리는 왜 이러나?

둘째는 배우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스스로 찾아서 하려고 한다. 그리고 잘 따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규 교육과정에서도 잘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막상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공부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어쩌면 첫째보다 더 힘들게 학교를 다닐 수도 있다.

정부에서도 많은 자료와 논의를 거쳐 최적이라 생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겠지만, 막상 전국적으로 시행하여 효과를 보려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일 게다. 아무리 좋은 유럽이나 미국 등의 제도를 참고하여 도입한다 하더라도, 이미 고착화되어 있는 공교육과 사교육에서 나오는 기형적 교육제도는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은 백 년을 바라보고 계획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문과 무의 균형 잡힌 제도를 멀리했던 고려의 일부 시대나 조선후기 지나친 성리학적 배경은 더 좋은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세계화의 전철을 밟지 못하였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현재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균형 잡힌 교육, 사회 각 분야에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치고, 일부 낙오자에 대한 재교육 및 사회적 교화 시스템 말이다. 적어도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경쟁적으로 학업이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은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본인의 블로그에도 중복 게재됩니다. http://blog.naver.com/office3000



태그:#초등학교 ,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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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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