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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동재네 식구들’의 김민재 만화가
 웹툰 ‘동재네 식구들’의 김민재 만화가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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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만나고 싶었다.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극구 사양하는 웹툰 <동재네 식구들>의 김민재(42·사진) 작가를 만나, 그가 만화로 세상과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집요하게 이메일을 보내 드디어 지난 11일 만났다.

"제가 독자 입장이라면 당연히 작품을 쓴 작가가 궁금할 거예요. 그런데 작가에 관심을 가지면, 작품이 다르게 보일 때가 있어요. 사람과 연결해 작품을 보면 작품의 색깔이 다르게 만들어지기도 하죠. 전 제 작품에 제가 걸리적거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십분 이해가 가면서도,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싶은 욕망은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또 다시 집요하게 물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작가가 드러나는 모습이 안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작가가 나서는 게 안 좋다'는 결론을 얻었죠. 작가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게, 저는 작품 활동하는 데 편합니다. 굳이 홍보하지 않더라도 보시는 분들이 공감해주면 입소문이 나겠죠. 작품이 알려지는 건 바라지만, 제가 유명해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작품으로 얘기하기 위해 작가는 최대한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지인 중 뮤지컬 공연기획자가 있는데, 다방면의 경로로 작품을 홍보해주겠다는 그의 제안도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한 번 해봤는데, 자꾸 하면 맛 들겠더라고요."

웹툰 <동재네 식구들>이 탄생하기까지

포털사이트 다음(Daum) '만화 속 세상'에서 2012년 6월 8일부터 매주 금요일 연재를 시작한 <동재네 식구들>은 지난 11월 7일 100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인천 부평구 청천농장과 인천가족공원 근처 부평농장에 있는 이른바 '마찌꼬바'(まちこうば=작은 공장)가 작품의 주요 배경이다. 여기서 '농장'이란 소규모 공장 밀집지역을 말한다. 1970년대까지는 양계농장이 있어서, 지금까지 그렇게 불린다.

<동재네 식구들>의 주인공 동재는 '신한정공'이라는 프레스금형공장을 운영하며 우리나라 노동자 3명과 이주노동자 4명을 고용하고 있다. 부인과 딸을 호주로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 신세로 지낸다. 만화는 동재와 공장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희로애락을 잔잔하게 그렸다.

김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일곱 살에 인천 남동구 간석동으로 이사 왔다. 인천 사람으로, 인천을 배경으로, 인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계기가 궁금했다.

"본의 아니게 이주노동자 얘기를 다뤘는데, 그들을 대변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단지 그들도 우리 이웃이고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이었죠. 그들을 취재할 때 그들이 한결같이 얘기한 건, 법·제도와 정책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거였어요.

단지 어떤 사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차별적 대우를 받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거죠. 이주노동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인 거죠. 사회적 편견의 중간지점에서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다루려다 보니 인천의 공단지역 여러 곳을 다녔는데, 청천농장과 부평농장이 제가 생각한 곳과 일치했습니다."

이 작품을 구상한 동기가 궁금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전에 그렸던 작품이 <울트라병장>이라는 해학 코믹물이었어요. 사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기독교인이에요. <울트라병장>을 그리면서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 생기는 거예요. 하나님께 기도했는데 연거푸 꿈 두 개를 보여주셨어요. 첫 번째는 타향살이 하는 남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이었는데, 정말 아름다웠어요. 두 번째는 예수가 이주노동자를 관심 있게 보는 꿈이었어요."

사회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던 김 작가는 그전까지 재기발랄한 기가 막힌 설정과 창의적인 소재를 좋아했다. 그런데 꿈을 꾸고 나서 한동안 심란했다. 외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명해져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죠. 돈도 되지 않을 이런 마이너들의 이야기를 절대 그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럴수록 부담감이 커졌죠. 피하지 못할 바에야 해야겠다고 결정하니 마음이 개운하고 열정이 생기더라고요."

그는 예수가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를 위해 왔듯이 동재를 이주노동자와 우리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인물로 설정했다. 이 작품과 함께 그의 작가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잘나가는 작가들이 별로 부럽지 않다.

"이방인에 대한 시선 바꾸고 싶어"

웹툰 ‘동재네 식구들’에 나오는 공장 주변 장면.
 웹툰 ‘동재네 식구들’에 나오는 공장 주변 장면.
ⓒ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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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물량이 줄어 주변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감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동재가 '저 친구들한테 그 말은 목줄 내놓으라는 얘기야' 하면서 화를 내는 장면이 이 작품에 나온다.

"웹툰 제목처럼 '동재네 식구들'인 거죠. 식구의 범위가 조금 확장됐을 뿐인 거예요. 편견을 없애고 싶었어요. 이방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싶었어요. 그들도 이웃이고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이 작품 후반부에서 동재는 가까운 사람한테 배신을 당해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나고 결국 딸과 부인이 있는 호주로 떠난다.

"동재도 외국에 나가면 이방인인 거예요. 마지막을 권선징악으로 끝내줬으면 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저는 사실적인 내용으로 전개하다가 판타지로 끝내고 싶지 않았어요. 동재처럼 사기당한 사람이 얼마나 많아요. 그런 사람 중에 회복된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대리만족을 원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서 뭐하냐고요. 현실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까요? 어떤 독자가 '살아 있는 동안 삶은 계속된다'는 댓글을 남겼어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이 만화를 읽다보면 친숙한 장면과 대사가 나온다. 부평시장이 나오고 갈산동 주민센터가 나온다. 대사에는 계양산과 부평여자고등학교 등, 인천의 곳곳이 드러난다. 동재네 집은 어디를 배경으로 했을까?

"저는 부평구청 뒤편 갈산동에 살아요. 동재네 집은 안팎이 달라요. 밖은 부개동 동수교회 근처의 빌라고, 집 내부는 갈산시장에 있는 빌라예요. 동재가 공장에서 쫓겨난 후 근무한 마트는 만수동이고요."

본가와 외가, 처가가 모두 부평에 있다는 김 작가는 인천의 이야기를 특화해 만들 계획은 아직까지 없지만, 평생 살아온 지역이라 다른 지역에 사는 것이 낯설어 죽을 때까지 인천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탄탄한 줄거리와 감동,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동재네 식구들>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겠다는 제안이 온다면?

"제가 알려지는 게 아니라 작품이 알려지는 건 언제든지 환영해요. 1차적 창작도 의미 있지만 재창조하는 과정도 원작자로서 재미있죠. 제가 다루고자 한 내용과 메시지를 사람들한테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요? 그때도 거절할 거예요. 한번 응하다보면 계속할 수밖에 없잖아요."

내년엔 <동재네 식구들>을 단행본으로 만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김민재, #동재네 식구들, #만화 속 세상, #만화가,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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