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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과 1학년이다. 오늘(20일) 아침에는 소풍날도 아닌데 김밥이 등장하고 도시락통이 나왔다. 오늘과 내일 급식이 중단되니 각자 도시락을 싸와야 했다.

도시락. 과거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었던 그 도시락을 잊고 있었다. 큰아이의 경우 학교를 5년 동안 다녔는데 단 한 번도 도시락을 싸간 적이 없다. 요즘은 학교에서 급식을 준다는 간단한 사실이 이제서야 떠올랐다.  

처음에는 등굣길에 집 앞 김밥집에서 아침에 김밥을 사가라고 했는데 집사람이 퇴근길에 도시락통을 포함해 김밥 재료들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 아침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을 만들었다.

일찍 출근을 하는 관계로 아이들이 어떻게 도시락을 가져갔는지, 잘 먹었는지는 모르겠다. 이틀이면 끝난다는, 다시 말해 다음 주부터 정상적으로 급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다행인데 말이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과거엔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아침에 도시락을 싸주셨고 그걸 들고 갔다. 반찬이 맘에 안 든 적도 많았지만 다른 수단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도시락은 대학에 가서야 사라졌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 급식은 완전히 남의 얘기였다.

서울에 사는 학부모 입장에서 급식은 오늘까지 두 번이나 이슈가 되었다. 첫 번째는 지난 2011년 무상급식 논란에 따른 주민투표 때였다. 당시 시장은 무상급식이 되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TV 앞에 무릎까지 꿇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장직을 걸 정도로 급식이 중요했나 싶었다.

처음엔 투표에 참여해서 무상급식 찬성에 표를 던지고 싶었다. 그런데 투표를 아예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무료로 급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는 소식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당시 투표장이 우리 아이 학교였다.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급식 아줌마'(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편의상)들이 파업을 한다기에 또 급식이 이슈가 된 셈이다.

부디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나는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시시비비를 가릴 입장은 아니다. 다만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우리 아이의 학교에는 선생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급식관련 일에 종사하는 분들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과거 우리 어머니들의 너무도 당연시 되었던 노동을, 맞벌이 부부인 지금 우리 부부가 담당했어야 할 노동을 대체하는 분들이 거리로 나선 모습은 안타깝다. 공교롭게도 회사가 교육청 근처라서 점심시간에 본의 아니게 이분들 시위하는 모습을 봤는데 날씨가 춥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첫째, 시위와는 전혀 관계도 없는 그냥 평범한 아줌마들이라는 것이 둘째였다.

무탈하게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한다. 이 아줌마들이 거리로 나서야만 하는 교육당국의 무책임도 싫지만 아이들과 학부모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은 더더욱 싫기 때문이다. 

세상엔 쉬운 일이 많지 않다는 걸 알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한 끼 식사. 이 문제가 최근 몇 년사이에 왜 두 번이나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모르겠다.


태그:#학교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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