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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침몰하지 않는다"는 테마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안성상영이 무산되었다. 시골안성에서 과연 이런 일이 왜 생긴 걸까.
▲ 다이빙벨 영화 포스터 "진실을 침몰하지 않는다"는 테마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안성상영이 무산되었다. 시골안성에서 과연 이런 일이 왜 생긴 걸까.
ⓒ 아시아프레스·씨네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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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에 가면 소통과연대(대표 이주현)가 있다. 소통과연대는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영화 상영이었다. 이 단체는 공동체영화 상영을 해왔고, 안성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을 대관해왔다.

그동안 <블랙딜(감독 이훈규, 2014.7.3)>, <60만 번의 트라이(감독 박사유 박돈사, 2014.9.18)> 등의 영화를 시민과 함께 잘 봐왔다. 이때까진 아무 문제 없었다.

하지만 그 놈의 <다이빙벨(감독 이상호·안해룡, 2014.10.23)>이 문제였다. 한마디로 안성에서 상영하기로 했다가 깃발도 올려보지 못하고 무산된 거다.

소통과연대는 <다이빙벨>을 오는 12월 2일에 안성의 한 극장에서 상영하기로 안성지역 신문사(<안성신문>과 <자치안성신문>)에 널리 알렸다. 하지만 지난 19일 영화 상영이 최종 무산됨에 따라 소통과연대는 뒷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통과연대 이주현 대표와 김낙빈 사무국장은 "지금 SNS와 입을 통해 널리 사과의 말을 전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그동안 발매한 영화 티켓을 회수하고, 당일 상영이 안 됨을 안성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과 약속한 상영 당일엔 "극장 앞에서 대표와 사무국장이 사과의 말씀을 전하기로 했다"며 김 사무국장이 알려왔다. 혹시 한 사람의 시민이라도 헛걸음을 할 것에 대한 사과라고 보인다.

"지역 상영관에선 대관상영을 하기로 했으나, 극장 본사에서 대관불가를 통보해왔다. 배급사와 계약하지 않은 작품이란 게 이유이지만, 다른 사례와 비교해볼 때, 정부 눈치를 보는 듯하다"며 김 사무국장은 SNS에서 밝혔다.(관련기사 : "'다이빙벨', 관객들이 돈 모아도 못 본다고?")

"극장 본사에서 대관불가 통보... 정부 눈치 보는 듯"

이에 소통과연대는 안성의 극장이 아닌 일반 장소에서 공동체 영화 상영을 추진했으나, 그마저도 배급사가 "현재 극장에서 개봉해 상영 중인 영화라 공동체상영은 어렵다"고 통보해왔다. 이로써 안성에서 <다이빙벨> 상영은 최종 무산되었다.

"다이빙벨이 객관적 진실이라 확정할 수 없고 접근하는 관점에도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언론과 달리 약자의 편에서 고민하고자 했던 한 기자의 현장기록은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던 이주현 대표도 지금 뒷수습에 분주하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상영된 뒤 국고보조를 받는 국제영화제들을 대상으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며 표적 탄압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멀티플렉스 극장들마저 대관을 불허해 불공정 시비가 일고 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세월호의 진실'을 담았다는 영화 <다이빙벨>이 뭐가 그리 대단하기에 이런 일이 시골 안성에도 생기는 걸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고, 개봉 후 3만 명 이상의 관객이 봤다는 그 영화를 안성에서는 같이 볼 수 없게 된 걸까.

시민들이 모여서 정부를 전복하자고 띠를 두른 것도 아니고, 정부에서 보기에 불온한 사상을 가지고 집회를 하자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대한민국의 영화감독 2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를 하나 보겠다고 시민들이 나섰을 뿐인데, 그 길이 막혀 공회전하고 있다. 그게 외압이든, 자체의 '정권 눈치 보기'든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그런 현상이 작용하는 메커니즘은 대동소이하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며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려 했던 두 감독의 영화가 침몰하고 있는 걸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대하면서 계속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온도는 과연 몇 도일까?'


태그:#다이빙벨, #공동체영화, #세월호, #소통과연대,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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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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