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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막사들이 송아지 막사다. 여기에선 아내 김분남씨가 분유를 먹이고, 주사를 놓고 해서 송아지를 키워낸다. 키워 낸 송아지는 어른 소가 있는 위 막사(사진에는 보이지 않음)로 옮길 거다. 임씨 선산이기도 한 이곳은 한 폭의 그림 같다.
▲ 송아지 막사 눈에 보이는 막사들이 송아지 막사다. 여기에선 아내 김분남씨가 분유를 먹이고, 주사를 놓고 해서 송아지를 키워낸다. 키워 낸 송아지는 어른 소가 있는 위 막사(사진에는 보이지 않음)로 옮길 거다. 임씨 선산이기도 한 이곳은 한 폭의 그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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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계동에 위치한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최현주) 정인교 사무국장이 아침부터 안성사무실에서 어디론가 바삐 떠난다. 위원회는 육우사업의 발전은 개별농장의 발전이 뒷받침 되어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기에 회원 농장주들을 만나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루며, 개별 농장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오늘은 D농장(충남 홍성 고덕면)을 만나러 간다. 거기에 기자가 따라 붙었다.

도착한 농가는 다른 집보다 두 배 이상 크다. 부엌도, 방도, 거실도 모두 크다. 왜 일까. 그랬다. 말로만 듣던 종갓집이다. 남편 임종성씨는 예천 임씨 전국대종회 회장이며, 종손이다. 제사를 한 번 지내려고 종성씨의 집에 모이면 그 큰 집도 비좁다. 종성씨의 형제가 9남매에다 그 자손들까지 다 모이니 말이다.

집과 붙어 있는 곳에 한우를 몇 마리 키우고 있다. 그게 단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 종성씨와 아내 분남씨가 인도하는 그들의 농장은 산 쪽에 있었다. 십리나 떨어진 곳이니 차로 이동해야 했다.

임씨가 600년이나 살았다는 마을 뒷산에 조상의 무덤과 농장이 어우러져 있다. 임씨 가문의 삶과 죽음, 즉 그들의 역사가 한 곳에 숨 쉬고 있는 게다. 농장과 주변도 크다. 그들의 선산이기도 한 그곳은 마치 한 편의 영화 장면을 보는 것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농장 입구 막사엔 송아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게 거기서 큰 송아지는 좀 더 위에 위치한 막사로 옮긴다. 송아지가 안 죽고 잘 살아 남으면, 어른 소 막사로 진급하듯 올라가는 구조다. 마치 인생사를 보는 듯해서 웃음이 절로 난다.

남편이 어디 가서 자고 못 오는 이유

오늘 아침에도 부부는 이 막사를 다녀갔다. 부부는 아침 5시면 일어나서 6시면 죽 한 그릇을 먹고 농장에 온다. "우리 부부는 농장에 올 땐 꼭 같이 온다"는 종성씨의 말에 부부가 그토록 금슬이 좋아서 그러한가 싶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소가 문에 끼거나 문제가 생기면, 혼자서 처리하기 버거운 일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이 부부는 지금 육우(큰 소) 막사 앞에서 함께 있다. 이 막사는 남편 임종성씨의 몫이고, 아래 막사(송아지 막사)는 아내 김분남씨의 몫이다. 아내가 송아지를 정성스레 키우면, 남편은 그 송아지가 어른 소가 될때까지 잘 키운다.
▲ 임종성 김분남 부부 이 부부는 지금 육우(큰 소) 막사 앞에서 함께 있다. 이 막사는 남편 임종성씨의 몫이고, 아래 막사(송아지 막사)는 아내 김분남씨의 몫이다. 아내가 송아지를 정성스레 키우면, 남편은 그 송아지가 어른 소가 될때까지 잘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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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3~4시간, 오후에 2~3시간 등을 소를 보살피는데 보내고 나면 하루가 늘 짧다. 덕분에 남편 종성씨는 어디가서 자고 오지 못한다. 1년에 두 번 정도 종친회 행사 때문에 자고 오는 게 다다. 그럴 때면 소들에게 사료를 다른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미리 주고 길을 떠난다.

왜 그럴까. 이 농장에선 사료포대(25kg)를 직접 들어 소들에게 쏟아 부어준다. 아침에 30포대, 오후에 40포대, 도합 70포대를 종성씨가 쏟아 부어준다. 아내 분남씨는 엄두도 못낼 일이다.

그렇다면, 아내의 역할은? 그랬다. 아래 쪽 막사에 있는 송아지 막사 담당이다. 갓 낳은 송아지를 분유를 먹이고, 주사도 놓고 해서 키우는 역할을 한다. 초유대기(어린) 송아지의 평균 폐사율이 30%인데 반해 이 농장은 평균 15%이고, 잘 될 때는 3% 정도였다. 바로 아내 분남씨의 모성애와 여성의 섬세함이 일구어낸 열매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송아지들의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랬다. 남편은 아래 막사에서 키운 송아지가 위 막사로 진급을 하면, 사료를 주고 보살펴 주는 역할을 한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

"10년 더 이 일을 할 거여"

"1972년도에 젖소 5마리로 농장을 시작했다"는 남편 종성씨. 서울서 있다가 종손으로서 역할을 하려고 귀향을 해서 소 농사에 손을 댄 게다. 장사가 체질에 안 맞아서 이 일을 시작했다는 종성씨는 43년째 소와 함께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젖소 사육이 아니다. 7년 전부터 육우 사육으로 전환했다. "초창기 때부터 젖소 사육을 위해서 직원을 두고 했지만, 점차 인건비가 비싸지면서 직원들이 농장을 나갔다. 이제 늙은 우리 두 사람이 직접 관리하려면 젖소에서 육우로 전환해야 했다"는 종성씨의 말을 듣고 있으니 왠지 씁쓸하다.

하지만, 다르게 이야기 하면 자신들의 분수에 맞게 구조를 변화시킨 부부의 용기와 지혜에 박수를 보낼 일이기도 하다.

주변에선 "아 그거 아니라도 먹고 살만 하자녀. 왜 그렇게 힘들 게 살어"라고 말을 해오곤 한다. 그럴 때면 종성씨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여"라고 응수를 한다.

여긴 큰 소들이 사는 곳이다. 남편 임종성씨가 맡고 있는 육우 막사이며, 눈에 보이는 저 사료(25kg)를 직접 들어 쏟아 부어 준다. 때문에 아내 김분남씨는 엄두도 못낸다.
▲ 육우 막사 여긴 큰 소들이 사는 곳이다. 남편 임종성씨가 맡고 있는 육우 막사이며, 눈에 보이는 저 사료(25kg)를 직접 들어 쏟아 부어 준다. 때문에 아내 김분남씨는 엄두도 못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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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 그랬다. 이 부부는 지금 자신들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할 일이 있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단다. 종성씨의 하루 일과 중 제일 기분 좋을 때가 소밥 줄 때라니 말 다했다.

반면, 아내 분남씨는 "일 끝마치고 대중목욕탕에 가서 목욕할 때"라고 말하니, "아니 소밥 줄 때가 아니었나 벼"라고 남편 종성씨가 의아해 하는 바람에 우리는 서로 한바탕 크게 웃었다.

더 대단한 게 뭔 줄 아는가. 앞으로 10년은 더 이 일을 하겠단다. 10년 후면 남편 종성씨가 85세, 아내는 74세가 되는 해인데 말이다. 그 때도 여전히 종가 집으로서 제사를 지내느라 바쁠 텐데 자신들의 밥벌이를 놓지 않는다는 거다.

다른 농장들 구제역에 허덕일 때, 구제역 한 번 안 걸렸다는 이 농장. 거기엔 남편 종성씨의 꼼꼼함과 아내 분남씨의 세심함이 있었다. 그들은 진정한 '육우아빠와 송아지엄마' 였던 거다. 


태그:#육우, #육우농장,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 #임종성,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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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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