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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환경운동연합에서 국내외 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 수돗물 들고 "짠" 19일 환경운동연합에서 국내외 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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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인권이다.'

격언이 아니라 선언이다. 유엔(UN)은 지난 2010년 총회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와 공중위생에 대한 권리는 삶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는 데 필수적인 인간의 권리임을 선포한다"며 결의안을 채택했다. 공공재로서 물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환경운동연합, 녹색소비자연대, 한국 YMCA, 서울시,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등 71개 단체가 함께 수돗물시민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시민들의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18일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다음 날인 19일 세 명의 남녀가 우리나라의 '수돗물'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19일 환경연합에서 수돗물과 관련한 국내외 물 전문가들의 대담이 개최된 가운데 해외 전문가들은 "물은 인권"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수돗물 어떻게 해야하나? 19일 환경연합에서 수돗물과 관련한 국내외 물 전문가들의 대담이 개최된 가운데 해외 전문가들은 "물은 인권"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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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 르 스타((Anne Le Start)는 프랑스 파리의 부시장으로, 상수도사업본부의 최고 경영자이다. 앞서 18일 토론회에서 그는 파리의 수돗물 음용률(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의 비율)이 90%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카트리나 아미쿠치(Caterina Amicucci)는 국제 물 캠페인 활동가로, 유엔에 이어 2013년 유럽연합(EU)까지 '물은 인권'이라고 인식하는 데 한 몫을 담당했다.

한국에서는 수돗물시민네트워크의 염형철 집행위원장(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이 단체는 지난 9월 먹는 물 행정에 대한 시민참여율을 높이고 균형 있는 정보제공과 감시활동을 통해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대담은 19일 오후 4시 30분, 서울시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카페 회화나무에서 진행됐다. 차(茶 )가 아닌 직접 싱크대에서 받은 수돗물을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맨 처음 입을 연 것은 염형철 집행위원장이다.

"높은 수돗물 음용률... 시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의 염형철 집행위원장
▲ 수돗물 들고... 수돗물시민네트워크의 염형철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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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형철 집행위원장(아래 염) : "어제(18일)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이 유럽의 수돗물 음용률에 다들 놀라워했다. 오늘 한국의 상수도시설을 둘러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간단히 소감을 전한다면..."

카트리나 아미쿠치(아래 아미쿠치) : "한국의 수돗물은 유럽 일부 국가보다 더 선진화 된 첨단 기술이 적용돼 공급하고 있었다. 시민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활발히 펼친다면, 충분히 음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느 르 스타(아래 스타) : "어제 서울시장이 직접 국제토론회에 참석해 수돗물을 홍보하는 모습을 보며, 서울시와 NGO가 협력한다면 충분히 음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지자체)시장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염 : "한국의 수돗물을 마셔보니 어떠한가?"

스타 : "(프랑스) 파리와 비교하면 염소가 조금 더 들어간 것 같고 투명도와 수질은 비슷한 수준으로 믿고 마실 수 있다고 본다."

아미쿠치 : "(이탈리아) 로마는 수돗물이 맛있기로 유명한 도시다. (한국은)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좋은 편이라 할 수 있겠다."

염 : "한국의 수돗물 음용률은 2%에 불과하다. 어제(18일) 토론회서 수돗물 음용률이 파리는 90%, 이탈리아는 70%라고 각각 밝혔는데, 이렇게까지 높은 이유가 무엇인가?"

스타 : "시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디자이너가 만든 물병을 무료로 나눠주고 미디어를 통한 홍보도 했다. 길거리나 공원 등에 음수대를 설치하고 일부 음수대에선 탄산수를 제공토록 했다.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아미쿠치 : "수질보다는 물의 가치에 대해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 파리의 캠페인이 효과적일 수 있었던 것은 중대한 정치적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과정에서 시민들이 크게 반발했고 이것이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물이 인권과 공공재라는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수돗물 민영화, 수질보다 더 큰 문제는..."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국제 물 캠페인 활동가 카트리나 아미쿠치.
▲ 한국의 수돗물 맛은?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국제 물 캠페인 활동가 카트리나 아미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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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 "한국도 공공분야의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먼저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

아미쿠치 : "이탈리아 지역의 몇몇 도시는 민영화로 수질이 나빠졌다. 그러나 민영화를 한다고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파리도 수질이 나빠진 경우는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재정적 투명성과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투자를 통한 인프라 구축이 부실하다는 거다. 또한, 오염문제 발생시 공공기관과 사업자 간에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스타 : "파리는 민영화로 운영되다 다시 공영화로 바꾸었다. 대표적인 물기업이 들어서 있는 파리에서 재공영화가 이루어지면서 다른 지방정부들도 공영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파급력이 상당했다. 재공영화는 프랑스뿐만이 아니다. 지난주 유럽의 다국적 단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180개의 지방정부가 재공영화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독일 베를린도 민영화로 운영되다 국민 세금 10억 유로(한화 약 1400억 원)를 들여 재공영화 했다."

염 : "유럽 NGO 단체들이 재공영화 과정에서 어떻게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스타 : "수돗물의 공공성과 관리 증진을 위해 프랑스와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의 수도 사업자들이 연합단체를 조직했다. 유럽연합(EU)의 주요 기관이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있어 그곳에서 주로 지침과 규제, 규칙 등을 제정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아미쿠치 : "유럽 각국의 시민단체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고 '유럽시민이니셔티브'를 채택해 '물은 인권'이라는 것을 널리 알렸다. 그 결과, 12개국에서 2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EU가 물은 시장경제에서 제외, 공공재로 여기는 조례를 제정토록 했다. 물론, EU가 제정한 조례가 완벽하지는 못하나 현재는 약 500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재공영화를 위한 법제정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은 정치적이고 환경적이며 민주적으로 접근해야"

프랑스 파리의 부시장으로 상수도 사업본부의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는 안느 르 스타.
▲ "한국, 물 맛 좋네요" 프랑스 파리의 부시장으로 상수도 사업본부의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는 안느 르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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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 "최근 한국에서도 수돗물과 관련한 새로운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내년 한국의 대구에서는 세계 물포럼도 열린다. 한국의 수돗물 음용률 높이기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 조언을 한다면."

아미쿠치 : "지난 10년간 세계 물포럼이 멕시코와 터키, 프랑스 등에서 열렸다. 하지만 세계 물포럼은 다국적 물기업들이 주최를 하고 여러 국가가 참가하는 형태다. 민간 사업자가 주도하는 행사에서 공공재로서의 물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정부에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해야 한다. 한국이 수돗물과 관련된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제 토론회와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스타 : "한국의 정치 상황을 몰라 조언을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만큼 수돗물 운동이 상당히 정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공공정책을 세우고 대중들의 인식을 높여야만 운동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눈에 띌 것이다. 소규모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행사도 개최해야 한다."

염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타 : "한국은 수돗물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어 기술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다는 느낌이든다. 하지만 물은 정치적이고 환경적이며, 민주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자원으로 후세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더 나아가서는 인간 활동과 생물 다양성 등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아미쿠치 : "물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관료적으로 다가서면 안 된다. 시민들에게 권리가 있고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들이 원하는 물을 공급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관료 중심의 공급자 우선인 불필요한 물을 공급받게 된다. 공공재로서 물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19일 국내외 물 전문가들이 환경운동연합에서 대담을 열고 우리나라 수돗물의 음용률 제고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스타, 아미쿠치, 염형철)
▲ 물병을 들고 기념촬영 19일 국내외 물 전문가들이 환경운동연합에서 대담을 열고 우리나라 수돗물의 음용률 제고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스타, 아미쿠치, 염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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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누리집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물, #수돗물, #수돗물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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