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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처럼 얇게 부친 '도사'라는 음식.안에 각종 재료를 넣고 접어 먹는다.
▲ 바라나시의 단골가게 크레페처럼 얇게 부친 '도사'라는 음식.안에 각종 재료를 넣고 접어 먹는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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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아니 바라나시는 부담스럽다. 좁은 골목에 가로 앉아 길을 막아버린 소가 부담스럽고, 길거리에 널려있는 똥들도 부담스럽다. 비키라고 해도 내 말대로 해 줄 리 없는 소이니 멀더라도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하고, 널려있는 똥에 안 닿도록 집중해서 까치발로 뛰어넘어야 한다.

이 부담스러움이 바라나시를 특별하게 한다

강 한쪽에선 죽은 이를 연기로 흘려보낸다. 넘어간 노을의 흔적을 쫓는지, 죽은 이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유난히 개가 짖어댄다. 화장(火葬)터와 멀지 않은 옆에선 신성한 겅가(갠지스 강)에서 본인의 죄를 씻기 위해 여념이 없다. 목욕에 열심인 그곳 옆에선 또  삶의 치열함 만큼 빨래를 두들겨댄다. 신성한 겅가는 인간의 원죄뿐 아니라 헌 옷의 때까지 말끔히 빼줄 수 있다는 듯이.

겅가는 어머니의 강이다.
▲ 겅가(갠지스 강) 앞의 모습 겅가는 어머니의 강이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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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무렵 겅가의 노을
▲ 노을 새해무렵 겅가의 노을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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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모든 부담스러움이 바라나시를 특별하게 한다. 타인과 나를 아울러 '화장(化粧)'에 익숙해져 있는 내게 이곳은 계속 '민낯'이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으로부터 가려진 채 살고 있는데 이곳은 모든 것이 열려 있고 얽혀 있다. 가리는 것과, 가려지는 것들에 익숙한 사람이 그곳에 가면 처음에는 현기증이 느껴진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신성한 겅가에서의 속죄를 위한 목욕에 협조하지 않는 남자아이와 그의 어머니, 할머니가 애를 먹고있다.
▲ 겅가에서의 목욕 신성한 겅가에서의 속죄를 위한 목욕에 협조하지 않는 남자아이와 그의 어머니, 할머니가 애를 먹고있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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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도가 더울 거라 생각했을까. 한국의 겨울을 벗어나 떠난 인도의 중부 지방. 추워서 매일 밤을 오돌오돌 떨어야 했다. 수십 년째 인도에서 살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일본인 쿠미코 아주머니가 침낭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바라나시의 밤은 델리에서와 같았을 것이다. 델리에서 있는 동안은 꼬박 매일 밤을 추위와 싸워야 했다. 여행자 거리에서 좋은 가격으로 쇼핑 한 모포도 소용이 없을 만큼 냉방이 안 된 호텔은 추웠다.

신성함의 대상인 겅가에서 속죄의 목욕을 하는 사람들.
▲ 죄를 씻는 사람들 신성함의 대상인 겅가에서 속죄의 목욕을 하는 사람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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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라나시에 있는 동안 가장 소중한 시간은 햇빛 아래 광합성을 하던 때였다. 겅가가 가장 '어머니의 강' 같은 때는 아침 나절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겅가 앞으로 나와서 주위와 완전히 하나가 되는 시간에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 예컨대 겅가에 잠겨 목욕하는 사람들, 나와 똑같이 햇빛을 즐기는 개와 고양이들, 명상하는 사람들, 짜이를 달라며 차례를 기다리지 않는 성급한 소리들...

따뜻한 햇살아래 독서중인 여인.
▲ 독서하는 여인 따뜻한 햇살아래 독서중인 여인.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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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해 주는 전문인력들, 또 그 사람들이 계단에 차곡차곡 빨래는 너는 모습들... '아 어떻게 저 맨바닥에 빨래를 넣지? 더럽게...'라던 생각은 며칠이 지나면 사라진다. 저곳에 햇빛이 있으니 너는 빨래가 당연해 보인다. 인류가 발명해낸 기계 중 가장 효율성이 높은 것이 세탁기라고 생각하는 필자에게 저들의 현란한 방망이질은 그 어떤 스페셜리스트보다 '스페셜'해 보인다. 

사리를 즐겨입는 인도여인들 사이로 무슬림 여인들도 옷을 고르고 있다.
▲ 상점앞의 여인들 사리를 즐겨입는 인도여인들 사이로 무슬림 여인들도 옷을 고르고 있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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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의 처음은 그렇게 묘하게 다가왔다. 좋은 것도 아닌 그렇다고 싫어서 뛰쳐나가고 싶은 것도 아닌, 무언가 마려운 느낌이랄까. 예컨대 우리는 너무 많은 것으로부터 가려져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좁은 골목이 많은 바라나시에선 돌아가야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 길을 가로막은 소들 좁은 골목이 많은 바라나시에선 돌아가야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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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그렇고, 오물이 그렇고, 삶 또한 그렇다. 우리네 삶엔 그렇게 집착하면서 다른 삶에는 무심한 기계적 시스템이랄까. 문밖 대문을 남의 소가 가로 막고 있길 바랄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생명에 대한 인식을 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삶과 죽음, 동물과 사람이 엉켜 사는 곳

특정한 고유색깔을 가진 도시인 관계로, 여행자들이 많은 이 곳은 여러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 바라나시의 연주회 특정한 고유색깔을 가진 도시인 관계로, 여행자들이 많은 이 곳은 여러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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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에 오니 한국으로부터의 그 잡생각이 오버랩된다. 예를 들어 슈퍼에서 대하는 단순히 음식으로서 고기가 아니라 한 때는 삶을 영위하던 것이었다는 것을 인식할 만한 열린 시스템.

너무 가려져 있으면 안 된다. 인간은 눈으로 보고 오감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어야 우리의 인간성이 쇠퇴하지 않는다.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그 많은 식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관한 생각은 차단 된 채 입으로 넣는 것만 자연스럽다. 우리가 소비하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과정은 차단된 채, 모든 것을 화려한 조명 아래서 소비하고 있는데 이곳에선 삶과 죽음이, 동물과 사람이 이렇게나 엉켜 살고 있음을 보니 꽤 생경하다.

자기 개를 끔직하게 아끼는 모습은 전세계가 비슷하다.
▲ 골목의 패셔니스타들 자기 개를 끔직하게 아끼는 모습은 전세계가 비슷하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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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때때로 우리네와 다르지 않은 모습들을 대할 땐 피식, 웃음이 난다. 한 골목을 주름잡는 패셔니스타로서 면모를 드러내는 견공들 말이다. 혹여나 추울까 단단히 예쁜 옷으로 신경 써 준 주인의 애정이 드러나는 것 같아 괜스레 웃음이 난다.

죽은 이를 화장하는 옆에서 빨래를 하고, 목욕하는 그 원초적인 모습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은 이렇게 주위와 하나가 되는 시간에 조금씩 풀어진다.

'아, 이곳이 바라나시구나. 바라나시구나...'

햇빛이 드는 날의 빨래 건조는 금방이다.
▲ 빨래말리기 햇빛이 드는 날의 빨래 건조는 금방이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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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에 걸친 인도의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태그:#바라나시, #겅가 갠지스강, #도사 짜이, #인도배낭여행,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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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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