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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디어계에 '디지털 퍼스트' 바람이 불고 있다. 미디어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행태가 변하면서 지면보다는 온라인 뉴스 강화가 중요시되는 추세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각 언론사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 등 혁신을 위한 노력과 그 전망에 대해 싣는다. [편집자말]
디지털퍼스트를 향한 해외 언론사들의 노력은 더하다. 지난 6월 미국 언론사들을 취재한 김병철 미디어오늘 기자는 "해외 언론사들이 하는 혁신의 중점은 결국 기존 인력을 감원하고,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디지털 인재를 충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뉴욕타임스 건물.
▲ 해외도 감원 등 구조조정 통한 혁신 노력 디지털퍼스트를 향한 해외 언론사들의 노력은 더하다. 지난 6월 미국 언론사들을 취재한 김병철 미디어오늘 기자는 "해외 언론사들이 하는 혁신의 중점은 결국 기존 인력을 감원하고,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디지털 인재를 충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뉴욕타임스 건물.
ⓒ 김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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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퍼스트는 종이신문이 가진 제약에서 벗어나, 가능한 한 최고의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한다. 이것은 일의 과정과 생산 구조를 완전히 다시 생각해서, 최종적으로는 다음날 종이신문에 넣을 만한 최고의 디지털 기사를 다시 고른다는 의미다."

지난 5월 중순 유출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의 일부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지면 제작 위주 방식이 아닌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체제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이로 인해 시작된 디지털 우선 전략은 국내외 언론을 강타했다. 빠르게 변하는 뉴스소비 행태와 온라인 환경 속에서 이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실시간 속보와 독자 소통, 온라인을 중시하는 디지털 퍼스트로 탈바꿈하기 위한 국내 언론사들의 노력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기사와 동영상, 사진 슬라이드와 3차원 지도 등 온라인에 최적화된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의 등장도 같은 맥락이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다룬 '응답하라 7452(시사인)'나 빈곤과 고독사 등 노인 문제를 다룬 '그 섬 파고다(아시아경제)'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11월 19일 경제지 <파이낸셜뉴스>의 온라인 첫 화면. 파이낸셜뉴스는 과거 기사와 영상 등 자사 데이터를 재정리해 새로운 CMS인 'Nice-FN'을 지난달 20일 오픈했다. 실시간 속보와 독자 소통, 온라인을 중시하는 디지털 퍼스트로 탈바꿈하기 위한 국내 언론사들의 노력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 디지털 퍼스트 향한 한걸음... CMS 개편한 파이낸셜 뉴스 11월 19일 경제지 <파이낸셜뉴스>의 온라인 첫 화면. 파이낸셜뉴스는 과거 기사와 영상 등 자사 데이터를 재정리해 새로운 CMS인 'Nice-FN'을 지난달 20일 오픈했다. 실시간 속보와 독자 소통, 온라인을 중시하는 디지털 퍼스트로 탈바꿈하기 위한 국내 언론사들의 노력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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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신 사례로는 경제지 <파이낸셜뉴스>의 콘텐츠관리시스템(Contents Management System, 아래 CMS) 개편이 있다. CMS는 기사 콘텐츠 작성부터 편집, 관리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파이낸셜뉴스는 과거 기사와 영상 등 자사 데이터를 재정리해 새로운 CMS인 'Nice-FN'을 지난달 20일 오픈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만 약 10개월이 소요됐다.

이처럼 디지털 퍼스트에 최적화된 CMS 개편은 국내 언론사로서는 최초로 꼽힌다. 여기에는 '선 온라인 출고, 후 지면 제작'이라는 중요한 인식 변화가 밑받침 됐다. 임정효 <파이낸셜뉴스> 편집국장은 "그간 지면 제작에만 맞추다 보니 기사가 나오면 이미 지나간, '죽은 기사'가 되기 일쑤였다"며 "이제는 온라인 출고 후 반응을 보고 지면을 구성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임 국장은 "이번 개편으로 기자들은 동영상 편집 등 쉽고도 질 높은 기사 제작이 용이해지고, 독자들에게도 이슈의 앞뒤 맥락까지 파악할 수 있는 기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기술적 문제로 100%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자동 추천과 그래프 자동 업데이트까지 생각 중인데 아직 구현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새 CMS의 약 30~40%만을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한겨레 '디지털 강화' 조직 개편... 독자 소통 결여된 '반쪽 혁신' 비판도

디지털퍼스트를 향한 해외 언론사들의 노력은 더하다. 지난 6월 미국 언론사들을 취재한 김병철 미디어오늘 기자는 "해외 언론사들이 하는 혁신의 중점은 결국 기존 인력을 감원하고,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디지털 인재를 충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버즈피드'에서 일하는 한 디자이너의 모습.
▲ 디지털 혁신 향한 해외 언론사들의 고군분투 디지털퍼스트를 향한 해외 언론사들의 노력은 더하다. 지난 6월 미국 언론사들을 취재한 김병철 미디어오늘 기자는 "해외 언론사들이 하는 혁신의 중점은 결국 기존 인력을 감원하고,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디지털 인재를 충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버즈피드'에서 일하는 한 디자이너의 모습.
ⓒ 김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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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퍼스트를 위해 아예 언론사 조직을 개편하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종합일간지 <한겨레>는 지난 8월말부터 내부 구성원들을 설득한 후 지난달 말 온라인 팀을 강화하는 쪽으로 인사 이동을 실시했다. 이들은 편집국을 신문과 디지털 등 2부문으로 나누고, 온라인뉴스·소셜콘텐츠 등 기존 2팀이었던 디지털 부문을 뉴스·프로젝트·트렌드팀 등 4개 팀으로 세분화했다.

조직 개편의 핵심은 결국 '디지털 뉴스 강화'로 요약된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온라인 강화'에는 모두 공감했다, (개편은) 직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선 기자들로서는 분명 큰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지면을 쓰고 온라인으로 옮기는 정도가 아니라 온라인 기사를 마크하는 기자가 따로 필요하다"며 "온라인 강화에 대한 의지도 있고 시도도 있어왔지만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게 어려운 점 같다"고 덧붙였다.

디지털퍼스트를 향한 해외 언론사들의 노력은 더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월 1일 뉴스룸에서 아예 100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했고, 최다 발행 부수를 자랑하던 USA투데이도 지난 9월 30여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지난 6월 미국 언론사들을 취재한 김병철 미디어오늘 기자는 "해외 언론사들이 하는 혁신의 중점은 결국 기존 인력을 감원하고,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디지털 인재를 충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디지털 퍼스트' 행보를 걷는 이유는 뉴스 소비 행태 변화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소비자들은 종이신문이나 PC보다 모바일 기기로 뉴스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모바일 기기로 뉴스 소비하는 미디어 이용자들 국내외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디지털 퍼스트' 행보를 걷는 이유는 뉴스 소비 행태 변화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소비자들은 종이신문이나 PC보다 모바일 기기로 뉴스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월간 <신문과 방송>, '디지털 퍼스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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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국 신문사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550여 명 기자직 가운데 14%에 해당하는 80여 명을 내보내고, 50여 명의 디지털 관련 인재를 신규 채용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 기자는 "지면보다 온라인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지면 담당 기자들이 줄고 온라인 에디터들이 중요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경향신문 페이스북 계정 '향이'처럼, 국내 언론사들도 서브 브랜드(Sub-brand)를 통해 독자와 가까워지려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국내외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디지털 퍼스트' 행보를 걷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것은 결국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행태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1년부터 전국 미디어 이용자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한 뉴스 이용률(55.3%)이 2013년 처음으로 종이신문(33.8%)과 PC 뉴스 이용률(50.7%)을 앞질렀다. 

여전히 한계도 존재한다. 온라인저널리즘 전문가로 알려진 최진순 건국대 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신문 기자)는 "CMS 등 인프라 구축 뿐 아니라 디지털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인식도 본질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은 툴만 바꾸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수사적으로 '디지털 퍼스트'만 부르짖을 게 아니라 콘텐츠의 질도 향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디지털 혁신에 있어 기자 개인의 인식과 콘텐츠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툴과 조직이 바뀐다고 해서 콘텐츠 수준도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국내 언론사들의 혁신은 독자 소통 모델이 결여돼 있는 '반쪽짜리 혁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런 혁신이 왜 필요한지 등 구체적인 목표와 디지털 인식에 대한 기자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태그:#디지털 퍼스트, #한겨레 개편, #파이낸셜 뉴스 개편, #파이낸셜 CMS, #CMS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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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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