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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빈곤 시대, 주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나선 청년들이 지난 2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7월 달팽이집 1호가 처음 만들어져 5명의 청년에게 보금자리가 생겼다. 공유주택 달팽이집이 나오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주거 문제의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말]
서울의 집값은 비싸다. 사회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 청년들에게 보증금 수백에 월세가 50만 원씩 하는 방들은 큰 부담이 된다. 25살에 취직한다 해도 100살에야 집을 살 수 있는 현실이다(국민은행, 가계동향조사, 2012). 하지만 주택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은 2014년 기준 약 6%(통계청, 2012). 아직 갈 길이 멀다.

주거 약자로 분류되지 않는 청년들은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에서부터 배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달팽이집 협동조합은 이런 현실 속에서 만들어졌다. 정부가 해주지 않는 청년주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청년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 것. 시작은 단순했다. '원룸에 혼자 살면 월세가 부담스럽다→두 명이 같이 살면 월세가 반으로 줄어든다→그렇다면 집 한 채를 빌려 여러 명이 같이 살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이들은 '공유주택'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되었다.

혼자 장보고, 밥 먹던 사람들이 달라졌다

민달팽이집 1호 201호 203호에는 각각 2명, 3명 총 5명의 조합원이 살고 있다. 사진은 방의 모습.
 민달팽이집 1호 201호 203호에는 각각 2명, 3명 총 5명의 조합원이 살고 있다. 사진은 방의 모습.
ⓒ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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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돈은? 당장 한 달 월세가 아쉬운데, 집 한 채를 빌려야 하는 돈은 어떻게 조달했을까? 협동조합은 이럴 때 빛을 발한다. 혼자 감당하기 힘든 집값은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해결했다. 그 돈으로 저렴한 주택을 찾고, 이 주택을 조합원들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덕분에 주거비용은 시세 대비 60% 정도까지 낮출 수 있었다. 협동조합 설립 2년여 만에 지난 7월 공유주택 1호점을 마련해 5명의 조합원에게 첫 번째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그리고 오는 12월, 12명이 함께 살 수 있는 공유주택 2호점으로 건물 전체를 임대하는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달팽이집 1호인 201호, 202호에는 두 집에 총 5명의 조합원이 살고 있다. 공유주택에 살기까지는 혼자 장을 보고, 혼자 밥을 먹었다. 방만 옮겼을 뿐인데, 일상이 달라졌다. 혼자 살 때는 느끼지 못했던 '안정감'이 느껴졌단다. 그 대표적인 게 열린 식탁이다.

'열린 식탁'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리는 입주자 전체회의인데, 입주자들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초대해 새로운 관계 형성을 촉진하는 자리다. 청년 커뮤니티를 형성해 개개인의 집이 아닌, 새로운 공동체 문화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입주자나 조합원들이 재능을 서로 나누기도 한다. 달팽이집 1호에선 우쿨렐레를 연주할 수 있는 세입자와 재봉틀을 이용해 직접 옷을 만드는 취미를 가진 세입자가 진행하는 음악교실과 홈소잉 교실이 열린다.

협동조합이 갖는 사회적 가치와 입주자와의 논의를 통한 결정 방법은 물리적인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건물주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협동조합이 입주민들의 이해를 반영해 처리한다. 적어도 이곳에 사는 동안은 집주인과 직접적으로 대면할 일이 거의 없다. 혼자 살 때 경험했던 집주인의 횡포 따윈 잠시 잊어도 좋다.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진정한 주거안정

달팽이집1호 입주자들은 공간 뿐만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있다.
 달팽이집1호 입주자들은 공간 뿐만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있다.
ⓒ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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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같은 안정감, 협동조합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안에서 상근활동가와 조합원들이 서로 챙기고 도와준다. 달팽이집 1호 이혜빈(30)씨는 "혼자 자취할 때는 너무 외로워서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라며 "때문에 약속이 많았는데, 달팽이집에 들어온 이후로는 가족이 생긴 것 같아 더 이상 집에서도 외롭지 않다"라고 말했다.

물론 공유주택의 가치를 서로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애로사항도 있다. 입주자 임소라(30)씨는 "입주 초기에는 공유공간이나, 공용물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라며 "냉장고에 있는 우유를 하나 먹을 때도 관계가 안정되기 전에는 서로 불편하고 눈치보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입주자들 간에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높은 월세 때문에, 외로움 때문에, 공유주택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주거형태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등 청년들이 달팽이집을 찾은 이유는 다양하다. 2호 입주를 앞두고 지난 10월 28일 열린 설명회에 참가한 예비 입주자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김미정(24)씨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는 삶의 형태라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고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김강(26)씨 역시 "처음에는 월세가 싸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좋아요"라고 밝혔다.

공유주택은 혼자 사는 '방'이 아니다. 서로 다른 청년들이 함께 살아가는 '집'이다.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통하여 '공유'와 '공동체'에 대해 느끼고 배우고 있다. 혼자 살기도 힘든 세상, '함께' 살아가며 외로움을 극복하는 청년들이 있는 곳, 공유주택에는 청년들의 '도전'이 있다.

"세입자 권리, 함께 만들어 가요"
월세도 못내 전전긍긍하는 청년들이 어떻게 집을 통째로 임대할 생각을 했을까.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권지웅 이사장 말을 들어봤다.

"정부의 주거정책에서 정책적으로 배제된 청년들이 혐동조합을 만들고, 직접 주택을 공급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청년 주거문제를 고민하는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 그리고 사회 곳곳의 응원과 지지로 2호까지 입주할 수 있었다. 특히 건물 전체를 임대한 달팽이집 2호의 경우, 세입자 커뮤니티를 본격적으로 구축해 지역사회에서 청년들이 어울려 사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청년을 위한 주거협동조합이다. 만 19세에서 39세까지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입주가 가능하다. 혼자 살 때는 할 수 없었던 세입자들의 권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가령 가구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자신들이 쓸 가구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달팽이집 1층에 있는 마당같은 공용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세입자와 조합원들 간의 토론을 통해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그간 세입자로서 누리지 못했던, 공동체 내에서의 자치를 통해 세입자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최근 달팽이집2호에 대한 입주 신청을 마감했다. 앞으로 한 달여간 입주자 교육 등을 거친 세입자들이 12월 중순 입주를 시작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이지만 누군가에게 제공할 보금자리를 생각하며 오늘도 짧지만 큰 움직임으로 준비 중이다. 협동조합과 입주자들은 더 이상 혼자 살아 서러운 청년이 아닌, 같이 사는 즐거움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달팽이집 2호가 궁금하다면?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입니다.



태그:#민달팽이유니온, #민달팽이협동조합, #공유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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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보장 지금 당장!'을 외치며 청년 세입자 대상의 교육, 상담, 현장대응 그리고 제도개선을 위한 실천행동을 함께 합니다. 무법지대와 다름없는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 청년들이 겪는 부당한 관행에 2013년부터 함께 대응해왔고, 보증금 먹튀 대응 센터 운영 및 법안 발의 등 세입자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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