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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광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안경애 광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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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전통시장의 매력은 생동감이 아닐까요? 한 번 와서 다 볼 수 없을 만큼 큰 것도 장점이고요. 전통시장은 보통 일자형인데, 광명시장은 미로처럼 이어져 있거든요. 그런 게 죄다 매력이 아닐까요?"

안경애 광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의 말이다. 1970년대 초반, 주택가에서 자생적으로 조성된 시장이 바로 광명전통시장이다. 서민들의 필요로 만들어진 시장은 4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점포수가 410여 개에 이르는 대규모 전통시장으로 성장해 이제는 광명시를 대표하는 시장이 되었다. 지하철 7호선의 개통은 시장의 접근성을 높여주어, 이제는 서울에서도 찾아오는 시장이 된 것이다.

처음부터 광명전통시장이 주목받았던 것은 아니다. 시장의 역사도 거슬러 올라가면 어두운 시절이 있을 수밖에 없다. 1995년의 대형화재가 그랬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큰 불이 나면서 광명전통시장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광명전통시장은 그런 것들을 죄다 이겨내고 현재, 최대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11월초, 안경애 광명시장 이사장을 만났다. 안 이사장은 광명전통시장에서 죽집을 운영하고 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 죽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안 이사장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보다 이윤이 줄었지만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광명전통시장의 가장 큰 매력이 "좋은 상품을 싼 값에 판다는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광명전통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안 이사장의 말대로 '싼 값'이다.

"서민들의 경제에 우리 광명전통시장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워낙에 가격이 저렴하죠. 짜장면이나 우동 한 그릇에 2천 원, 잔치국수는 천 원인 곳은 우리 시장밖에 없을 걸요. 교통의 요지에 있으면서, 이렇게 저렴하게 팔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시장 상인들이 합심해서 무언의 약속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안 이사장의 시장 자랑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우리 시장은 작은 포장도 잘해요. 떡을 천 원에 팔고, 떡갈비도 천 원에 팔아요. 천원의 행복으로 <다큐 3일> 프로그램에도 소개됐어요. 주말에는 7호선을 타고 강남에서 오는 손님들도 많아요. 강남의 물가와 우리 시장의 물가를 비교하면서 손님들이 깜짝깜짝 놀라죠. 차비가 빠질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먹을거리도 적당히 있어서 사먹으면서 장을 보는 재미도 아주 좋다고 하네요."

광명전통시장에 입맛을 다시게 하는 먹을거리가 풍부한 것은 사실이다. 전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즐비하고, 반찬가게도 많다. 그뿐인가, 칼국수, 족발, 순댓국을 싼값으로 파는 식당들도 군데군데 있어 발걸음을 멈추고 안을 기웃거리게 한다. 저녁때는 주머니가 가벼운 술꾼들이 부담없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손님은 손님을 부르게 마련이다. 입소문을 따라서 손님들의 발길이 잦아지게 된다. 그 소문을 확인한 손님들은 다른 이들을 시장 골목으로 이끈다.

"우리 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서 규모가 큰 게 장점이에요. 보통 재래시장은 점포가 130개 내외인데 우리 시장은 410개입니다. 야채가게가 30곳, 과일가게가 30곳, 이렇게 되니까 가게마다 서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어요. 시장 상인들끼리 자체 경쟁을 하니 차별화가 되고, 전문화가 되기도 해요. 같은 야채가게라도 한 곳은 배추와 무를 전문으로 하고, 다른 가게는 나물을 전문으로 하는 식이 되는 거죠."

안 이사장은 "자체 경쟁으로 차별화가 되니 더 신선하고 더 저렴하게 팔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상품 진열에도 신경을 더 써서 진열상품의 색을 조절해서 예쁘게 진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옆 가게보다 더 예쁘게 보여야 상품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으니 자꾸 시장을 찾아오게 된다.

"값이 저렴하니 손님들이 많이 오고, 상품 회전율이 높으니 싱싱할 수밖에 없어요. 악순환은 악순환을 불러오지만 좋은 건 좋은 것을 불러오게 마련이죠. 그렇게 되니 시장상인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광명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자부심이 높아지는 건 당연해요."

2013년, 광명전통시장은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지정됐다.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잘 되는 시장이 굳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지정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안 이사장은 그 이유로 '전통시장의 위기'를 꼽았다.

광명KTX 역세권 개발로 2013년에 코스트코가 문을 열었고, 올해 12월에는 이케아가 문을 열 예정이다. 롯데 아울렛 역시 개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광명전통시장은 상권이 이동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잘 된다고 앞으로 전통시장이 잘 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지 않나. 잘 될 때 미래를 준비해야 광명전통시장이 오래도록 서민들과 함께 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지정되면서 광명전통시장은 새로운 활기를 찾게 되었어요. 가장 주력을 둔 것은 '상인이 행복한 시장'입니다. 상인이 행복하지 않으면 고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거든요. 상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어요. 동아리 활동도 하고, 다양한 이벤트도 하면서 우리 광명전통시장 상인들은 우리 시장을 전국 어디에 내놔도 멋지다는 자긍심을 갖게 됐죠."

문화관광형 시장이 마련한 다양한 이벤트 가운데 하나가 '한평 스테이지 게릴라 콘서트'다. 상인들이 처음부터 이 콘서트를 반긴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장사하기 바쁜 시장에서 시끄럽게 무슨 콘서트를 한다고 그래, 했다. 하지만 이제는 손뼉을 치면서 같이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 안 이사장의 설명이다.

"대형마트가 대세이긴 하지만 전통시장은 전통시장만의 장점이 따로 있어요. 솔직히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를 따라가려고 하면 절대로 따라갈 수 없잖아요. 주차공간도 그렇고 상품 진열도 그렇고요. 여름에 절대로 대형마크처럼 시원할 수 없고, 겨울에 따뜻할 수 없어요. 그런 것을 따라가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필요해요. 그런 면에서 볼 때 광명전통시장은 아주 좋은 장점을 지녔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안 이사장은 광명전통시장의 규모는 지금이 최대인 것 같다고 말한다. 주택가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시장이기 때문에 규모가 더 커지지는 않겠지만, 내용은 점점 더 알차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광명역세권 개발로 코스트코, 이케아, 롯데아울렛이 들어와도 광명전통시장 상인들이 '행복'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면 시장을 찾는 손님들 역시 '행복'을 장바구니 가득 담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태그:#광명기행, #광명전통시장, #광명시,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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