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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지난 13일 국가보훈처의 '장진호 전투참전 미군 기념비' 관련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정우택 정무위원장을 찾아가 탁자를 내리치고 고성을 지른 언행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고개를 숙인채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불미스러운 언행에 고개숙인 박승춘 보훈처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지난 13일 국가보훈처의 '장진호 전투참전 미군 기념비' 관련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정우택 정무위원장을 찾아가 탁자를 내리치고 고성을 지른 언행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고개를 숙인채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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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던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산안 심사가 18일 마무리됐다. 정무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국무조정실·금융위원회·국가보훈처 예산 심사 결과를 의결했다. 그러나 이날 전체회의의 관심은 순탄했던 예산심사 과정에 '파란'을 일으켰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쏠렸다.

앞서 박 처장은 지난 13일 정우택 정무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보훈처의 '장진호 전투 참전 미군 기념비'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을 강력 항의했다. 서류를 내팽개치고 탁자를 내려치는 등 '소란' 수준이었다(관련기사 : 박승춘 보훈처장, 예산정국에서도 '트러블 메이커').

이 일로 원만히 마무리되던 정무위 예산심사는 '일시정지' 됐다. 여야 모두 박 처장의 '돌발 행동'에 눈쌀을 찌푸렸지만 새누리당은 박 처장의 주장대로 기념비 건립 예산 재편성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정무위는 지난 16일 가동된 국회 예산결산특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에 예산심사결과를 보내지 못했다.

정무위는 이날 여야 추가 협의를 거쳐 전액 삭감됐던 기념비 건립 예산을 절반(1억5천만 원)만 되살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야당은 이날 예산안 심사 결과를 의결하자 마자, 박 처장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박 처장은 담담하게 받아넘겼다.

김기준 새정치연합 의원은 "사실 (예산안 심사 결과를) 의결하기 전에 꼭 짚고 싶었다"라며 "이번에도 보훈처장의 문제 있는 행태가 문제가 됐다, <서울신문> 사설에서 '이쯤 되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도리'라고 썼다"라며 자진사퇴를 종용했다.

그러나 박 처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언론에서 여러 의견을 제시했고 칼럼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라며 "특정한 언론에 대해 일일이 답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받아넘겼다.

김 의원이 재차 "저도 처장 본인이 알아서 그만두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 드리는 말"이라고 질타했지만 박 처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공직이라는 것은 국가가 부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제 개인적으로 거취에 대해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라고 답했다. 사실상 사퇴 요구를 거부한 셈이다.

"책상 한 번 치고 1억5천 만 원 되살렸는데 책상 열 번 치지 그랬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왼쪽)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정우택 정무위원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있다.
▲ 정우택 정무위원장에게 악수 청하는 박승춘 보훈처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왼쪽)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정우택 정무위원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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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처장의 답변은 또 논란을 불렀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은 "<한겨레신문> 사설 제목은 '박승춘 처장의 오만방자함'이었는데 또 그렇게 보여지고 있다"라며 "지난 주 보훈처장의 행동이 아무렇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박 처장은 "그렇게 질문하시니 답하겠다"라며 "이번 일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이런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겠다"라고 답했다.

강 의원은 "이런 일이 한 두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되는 데 계속 유감만 말로 하면 되나"라며 "박 처장이 주먹으로 책상 한 번 치니깐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 예산 (3억 원 중) 1억5천만 원 되살아났는데 책상을 한 열 번 치시지 그랬나"라고 쏘아붙였다.

또 "공직은 개인이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오만방자한 얘기를, 사실 (박 처장 행패 얘기를 듣고) 창피해서 쉬쉬하고 있었다"라며 "(박 처장은) '아, 여당 있어봤자, 야당 목 아프게 얘기해봤자 내가 한 마디하고 정리한다'는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호통쳤다.

같은 당 신학용 의원도 "야당의원들의 공략에 맞서는 그런 '브랜드'로 처장의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그런 행태를 계속 보아와서다"라며 "오늘도 김기준 의원이나 강기정 의원 말할 때 성의있고 진솔한 마음으로 한다면 모든 게 잘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도 못하시나"라고 되물었다.

정무위 예산소위 위원이었던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 예산으로 충분히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눴다, 여야 뿐만 아니라 보훈처에서도 받아들여져서 (전액 삭감으로) 결정났던 것"이라며 "처장은 자기 식구, 자기 조직부터 잘 챙기시기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또 "여야 사이에 충분히 정치적 대화를 통해서 이 예산을 전액 살릴 수 있었다"라며 "처장 본인의 행동이 보훈처의 필요한 예산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공직은 국가에서 부여한 것"이라는 박 처장의 발언도 문제삼았다. 그는 "그렇다면 국가에서 공직을 줬을 때 국회에서 책상 치고 난동을 부리라고 그랬나, 국민들 앞에 부끄럽지도 않나"라며 "사실 지금 사안은 보훈처 전체 예산과 조직에 대해 다시 심사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사실상 '침묵'을 택했다. 다만, 김태환 의원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 예산은 전액 재편성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훈처장 (행동을) 보고 받고 대단히 잘못한 일이라고 지적했고 처장 본인도 정중히 사과했다,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면서도 "박 처장이 그런 행동을 안 했다면 (기념비 건립 예산) 3억 원이 다 날아갈 수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박 처장을 은근히 두둔해준 셈이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처장이 지난 일의 불미스러움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여당의원들에게 사과도 하셨지만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게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지탄받을 수 있다, 각별하게 처신을 신중하게 해주시길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이에 "위원장님이 말하신 것을 각별히 유념하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태그:#박승춘, #국가보훈처, #정무위원회, #정우택, #장진호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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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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