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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브랜든(앤 해서웨이 분)과 쿠퍼(매튜 맥커너히 분).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브랜든(앤 해서웨이 분)과 쿠퍼(매튜 맥커너히 분).
ⓒ 워너 브러더스, 파라마운트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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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화면이 이렇게 잘리는 줄 몰랐어요. 처음부터 제대로 볼걸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죠."

SF 영화 마니아인 김진석(32)씨는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인터스텔라>를 관람하고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특이점을 발견했다. 자신만 일반 상영관에서 영화를 봤던 것. 지인들은 모두 자신보다 관람료가 두 배 가까이 비싼 IMAX 영화관을 이용했다.

영문을 모르던 김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영화 스틸사진 한 장을 보고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일반 상영관에서 보면 위·아래 영상이 원본의 절반 가까이 잘린다"면서 "휴일에 다시 IMAX 영화관에서 볼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개봉 11일 만에 500만 명에 가까운 누적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터스텔라> 때문에 전국의 IMX 영화관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반 상영관에서는 촬영 원본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웃돈이 붙은 암표도 등장했다.

<인터스텔라>는 우주가 주 배경인 영화다. 놀란 감독은 드넓은 우주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이 영화의 1/3 가량을 IMAX 70mm 필름으로, 나머지는 35mm 필름으로 촬영했다. 

IMAX 70mm 필름 영상은 가로·세로 비율이 1.43대 1로 35mm에 비해 정사각형 모양에 가깝다. 영상을 이 비율의 스크린에 뿌리면 관객은 시야에 가득 차는 화면의 압도적 크기 때문에 더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화질 또한 일반 디지털 영화의 9배 정도로 압도적이다. 따라서 감동을 염두에 둔다면 <인터스텔라>는 IMAX 70mm 상영관에서 보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놀란 감독도 직접 "IMAX 70mm 필름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국내 영화관 <인터스텔라> 원본 감상 못 해... 그나마 IMAX가 최선

그러나 IMAX 필름 상영관은 전 세계적으로도 찾기 드물다. 평상시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 국내에는 이 비율로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상업 상영관이 아예 없다. 원본의 위·아래 부분을 다소 잘라내고 1.90 대 1의 화면비로 재생해주는 'IMAX 디지털'이 최선이다. 김씨의 지인들이 영화를 관람한 방식이다.

김씨가 본 일반 상영관의 화면비율은 2.2~2.4 대 1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인터스텔라>를 이 버전으로 상영하려면 원본 영상의 위·아래를 IMAX 디지털보다 더 잘라내야 한다. 국내에서 이 영화를 원본 그대로 보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지만 그나마 IMAX 상영관에서 봐야 손해가 적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지역 IMAX 상영관의 예매율이 급증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CGV 왕십리 IMAX관의 경우 개봉 후 일주일 평균 좌석 점유율이 97%에 달했다.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는 1만 2000원짜리 영화표를 2만 원에 팔겠다는 암표까지 등장했다.

IMAX 상영관이라고 해서 좌석이 매진되는 것은 아니다. IMAX 영화 특성상 스크린 크기가 중요하기 때문. 동일한 영상을 재생하더라도 화면이 작으면 일반 영화관과 다른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IMAX 스크린은 자연스러운 영상 재생을 위해 수평방향으로 60도, 수직방향으로는 40도 기울기로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 이를 감안했을 때 디지털 IMAX 상영관 중 가장 스크린이 큰 곳은 CGV 울산삼산, 전주효자(가로 24.4m, 세로 14.1m) 두 곳이다.


서울에서는 CGV 왕십리(가로 22m, 세로 13.3m)와 용산(가로 19m 세로 10.9m) 상영관의 스크린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창원 더 시티' 상영관의 스크린 크기는 가로 15.6m, 세로 8.8m 정도다. 중형급 일반 상영관과 사실상 크기 차이가 없다.

한편 일부 누리꾼들은 <인터스텔라> 감상과 관련 큰 IMAX 화면보다는 35mm 필름 상영관의 감동이 낫다는 평도 내놓고 있다. 놀란 감독이 아날로그 필름 예찬론자일 뿐더러 이 영화의 경우 특히 필름이 전달하는 색감과 분위기가 디지털보다 풍부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극장들은 전국 40여 개 상영관에서 35mm 필름 상영을 진행중이다. 최근 영화 상영이 디지털로 바뀌는 추세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IMAX 디지털로 이 영화를 감상한 유수정(30)씨는 "'감독이 영화는 필름이고 필름이 영화다'라고 했다"면서 "35mm 필름으로 한 번 더 관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그:#인터스텔라, #IMAX, #크리스토퍼 놀란, #아이맥스,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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