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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학이편에는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구절이 있다.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내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얻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집은 텃밭과 앞마당이 딸린 방 4개짜리 단독주택이다. 나는 그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내 생애 이런 넓은 공간을 혼자 사용해본 적은 분명 처음이다. 그리고 2층 베란다엔 10여 종이 넘는 각종 담금주들이 익어가는 중이다. 나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술친구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좋은 무대를 썩히기 아까워 나는 한가할 때 평소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게스트하우스로 초청하곤 한다. 그들은 대다수 일면식은 없지만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이름을 알게 된, 또 하나같이 재밌는 상상력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사람이 바로 그 중 하나였던 '최게바라 기획사'의 대표 최게바라다. 

'최게바라'와의 만남... 찌릿찌릿했다

그는 청년문화사업계의 서태지다
 그는 청년문화사업계의 서태지다
ⓒ 최게바라 기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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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게바라는 사회적기업 및 청년문화기획 분야에서는 다재다능하고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청년문화계의 서태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손대는 분야는 청년, 결혼, 통일, 역사 등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다.

대단해 보였고, 또 부럽기도 했다. 나도 제법 특이한 일들을 벌이며 살아왔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 사람의 크기는 도저히 가늠이 되질 않았다. 그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를 초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며칠 뒤 그는 기획사 직원들과 함께 직접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든 생각은 우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이 사람도 나와 비슷한 문제에 대해 고민해 왔고, 그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서 풀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에 느꼈던 외로움이 조금은 가시는 기분이었다.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당신이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당신이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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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쪽 세계에 처음 발을 딛게 된 것은 스무살 때 학교를 그만두면서였다. 그것은 소유보다 자유를, 세상이 원하는 것보단 내가 원하는 것을, 사회 문제에 대해 포기보다 용기를 좇는 삶이었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세상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역행한 기분마저 든다. 덩달아 그 시절 나와 뜻을 같이 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떨어져 나가 '어른' 사람이 되었다. 그들에 대한 서운함보다 이 세계에 대한 암담함이 먼저 들었다. 내가 기획한 그 일들은 정말 꿈 같은 일이 되어야 하는 걸까?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그냥 꿈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그 꿈을 꾸면 그것은 현실이 될 수 있다. 내가 최게바라로부터 얻은 가장 큰 해답은 바로 그것이었다. '같이 꿈을 꾸는 것'. 나는 그의 꿈을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웠고 찌릿찌릿한 전율을 느끼곤 했다.

남다른 생각을 가진 죄로 소위 '또라이'라 불리우는 전국의 이름난 괴짜들을 모아서 워크숍을, 축제를, 심지어 과거까지 열어 버리는가 하면 요즘 같은 시국에 감히 북한 출신의 청년들과 함께 예술교류축제 '남북청년페스티발'을 기획해 내기도 한다.

그의 그러한 모습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많은 젊은이들에게 채찍이 되기도 하고 당근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동안 무얼 했는가.',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해야하는 일보다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은 대안이 아닌 몹시 당연한 진리인 것이다.
 해야하는 일보다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은 대안이 아닌 몹시 당연한 진리인 것이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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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게바라의 기획사와 나의 게스트하우스는 '대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남들이 알아주는 일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강요받고 있는 지금의 사회적 흐름 속에서 꿋꿋하게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그것으로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나는 농담처럼 그에게 이런 말을 건네곤 한다.

"우린 조금 무리해서라도 비싼 외제차를 사야 합니다. 이렇게 살아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그의 명함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다. '어제 상상하고 오늘 기획하며 내일 실행합니다' 그의 상상은 분명히 이 세계를 재미나게 또 의미롭게 만들 것임을 알기에 나는 그의 실행을 응원할 것이다.


태그:#인간실격패, #강드림, #게스트하우스, #최게바라, #최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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