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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명의 원로와 후배 문인들이 자리해 고인을 기렸다.
▲ 김규동 시인 3주기 추모 시낭송회 50여 명의 원로와 후배 문인들이 자리해 고인을 기렸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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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종성에서 태어나 질곡의 분단사를 살다간 김규동 시인 3주기 추모 시낭송회가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시 소재 삼정문학관에서 열렸다.

맹문재(안양대학교 교수) 시인 사회로 시작한 시낭송회에는 김수영 시인의 부인 김현경 여사,  강민 시인 등 원로 시인과 후배 문인 5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는 시낭송과 색소폰 연주 등으로 문학의 향기를 전했다.

김수영 시인 부인 김현경 여사는 "김수영 시인은 대부분의 시인들이 보내 온 시나 시인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김규동 시인의 시만은 '세련됐다'고 평하며 내게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곤 했다'고 회고담을 들려줬다.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시인을 존경했다던 초로의 한 독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두만강>을 낭송한 뒤, 시인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지금 두만강엔 / 옛 아이들 노는 소리 남아 있을까 / 강 건너 개 짖는 소리 아직 남아 있을까 // 통일이 오면 / 할 일도 많지만 / 두만강을 찾아 한번 목 놓아 울고 나서 / 흰머리 날리며 / 씽씽 썰매를 타련다" -두만강 일부-

후배 문인들은 김규동 시인을 느릅나무처럼 기댈 수 있는 고향집 같은 선배로 기억한다. 실향민이던 김규동 시인은 비주류 시인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챙겼다. 느릅나무는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에 동전들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난한 시인에게 느릅나무는 고향과, 옛 친구와, 시인의 유년시절과 시인의 가족사를 모두 알고 있는 유일한 벗이자 정신적 풍요로움을 간직해 둔  기억의  보물 창고다. 그러기에  고인은 죽기 전에 못가면 죽어서라도 고향으로 날아가겠다고 고향에의 향수를 노래했다.

김규동 시인의 서각 작품
▲ 통일의 산 김규동 시인의 서각 작품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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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에게/김규동

나무
너 느릅나무
50년 전 나와 작별한 나무
지금도 우물가 그 자리에 서서
늘어진 머리채를 흔들고 있느냐
8·15 때 소련병정 녀석이 따발총을 안은 채
네 그늘 밑에 누워
낮잠 달게 자던 나무
우리 집 가족사와 고향 소식을
너만큼 잘 알고 있는 존재는
이제 아무 데도 없다.
그래 맞아
너의 기억력은 어린 시절 동무들은 어찌 되었나
산 목숨보다 죽은 목숨 더 많을
세찬 세월 이야기
하나도 말고 들려다오
죽기 전에 못 가면
죽어서 날아가마
나무야
옛날처럼
조용조용 지나간 날들의
가슴 울렁이는 이야기를
들려다오
나무, 나의 느릅나무.

시인이 심은 느릅나무가 통일의 시혼으로 피어나길
▲ 시낭송회 후 단체사진 시인이 심은 느릅나무가 통일의 시혼으로 피어나길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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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재 시인은 '김규동 시인이 의지로 그리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느릅나무에 긴 편지를 썼으며 시인의 길을 걸어갔다'며 고인을 기리고 있다. 의지로 고향을 떠나 온 운명을 끌어안고 이데올로기로 반동강이 난 조국의 현실을 끌어안고 통일을 노래하던 김규동 시인, 그가 시로 심은 느릅나무에 통일의 시, 평화의 시가 주렁주렁 달려 아름다운 시의 교향곡을 들려 줄 통일의 그날을 기다려본다. 김규동 시인 추모제는 매년 삼정문학관에서 시낭송회로 열리고 있다.

김규동 시인/ 맹문재

의지로 당나귀의 울음소리를 슬퍼했다
의지로 친구들과 해방가를 불렀다
의지로 하숙집 쌀밥 앞에서 울었다
의지로 함북 종성에서 서울 을지로까지 걸어왔다
의지로 개미장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의지로 하늘을 바라보며 동생의 이름을 속삭였다
의지로 조곤조곤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의지로 아버지의 마음을 나무에 새겼다
의지로 아내의 결혼반지를 시집에 끼웠다
의지로 느릅나무에 긴 편지를 썼다
의지로 아이들 편에 서서 데모를 했다

의지로 인연을 끌어안았다
의지로 이데올로기를 끌어안았다
의지로 운명을 끌어안았다

덧붙이는 글 | 삼정문학관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91-3번지에 자리 잡고 있다.(전화 031-283-5371 / 010-5314-1236. cjl1236@hanmail.net)



태그:#김규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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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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