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트> 포스터

영화 <카트> 포스터 ⓒ 명필름


지난 13일 영화 <카트>가 개봉했다. 7년 전 이랜드 홈에버 파업을 다룬 <카트>는, 9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됐고, 10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두 영화제에서 모두 큰 관심을 받았던 터라,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미처 보지 못했던 영화팬들에게는 개봉이 기다려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일부 영화팬들의 관심과는 별개로, '노동운동'이라는 소재의 낯섦 혹은 민감함 때문에 일반 관객들이 이 영화의 등장에 어떤 감응을 나타낼지는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출발은 좋았다. 개봉 후, 첫 이틀간 18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이 수치는 해마다 등장하는 천만 영화들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인상적으로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카트>가 가진 특징들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면, 좋은 출발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상업영화들의 평균 제작비가 50~60억 원인 현실에서, <카트>는 그 절반 정도인 약 30억 원 정도의 제작비를 들였다. 영화 후반 작업이 다 끝난 이후에도 마케팅 등에 필요한 자금이 모자라,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조연으로 출연한 엑소의 디오 정도를 제외하면, 전략적인 스타 캐스팅도 없다. 여러모로 <카트>는 박스오피스에서 경쟁하는 다른 영화들과 같은 선에서 경주를 시작한 주자는 아닌 셈이다.

사실 <카트>의 흥행을 예측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작은 규모나, 스타 캐스팅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2014년의 한국 관객이 노동조합이라는, 혹은 노동운동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를 예측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에 제작돼 많은 풍파를 겪은 <파업전야> 이후, 한국사회의 주류 담론에서 노동자 영화가 다뤄진 적은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 영화의 행보에서 무엇보다 불안해 보였던 게, 바로 이 영화의 소재였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노동자의 삶을 다룬, 영화의 소재가 관객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앞서 말했 듯, 개봉 초반 관객 추이가 괜찮은 편이고, 주요 포털에서도 좋은 평점을 받고 있다. 감상평들도 대부분 영화 주인공이 처한 현실에 공감한다는 것들이다. 작은 영화의 유일한 생명수단이라 할 수 있는 '입소문'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도 긍정적이다.

지금 <카트>가 맞이한 좋은 흐름은 역시 좋은 연출을 해낸 덕분이다. 이 영화가 걸작이네, 수작이네 하며 평가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분명 일부 관객의 경계를 살 수 있는 것이었음에도, 잘 극복해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빈번한 클리셰(관습적인 표현)들은 어떤 관객층에 불편함을 유발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오래전의 영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카트>는 보편적으로 우리가 이해해야 할, 대다수 국민이 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마도 영화를 만든 모든 구성원 또한 수익과는 별개로 이 영화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보이길 원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이런 친절함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고 여겨진다.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제공되는 영화로서, 이 영화의 친절함은 당연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이 영화의 호흡이나 클리셰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은 <카트>는 그런 불편함을 느낀 관객의 심금조차도 울려낼 능력이 있단 것이다.

<카트>는 <파업전야>가 제작되던 시절에나 있었던 영화 탄압이 일어나고 있는, 그리고 비정규직이 6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영화다. 이 영화만으로 우리가 분연히 일어나 싸울 순 없겠지만, 우리가 이 <카트>를 함께 밀어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힘을 믿는다. <변호인>이 그랬던 것처럼, 수 많은 관객이 <카트>의 뒤를 받쳐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덧붙이는 글 http://scoop14.tistory.com/ 에도 실립니다.
카트 노동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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