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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대 서울상경투쟁 1일차 저녁에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습니다.
▲ 세월호 연대 서울상경투쟁 1일차 저녁에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습니다.
ⓒ 김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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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을 잊지 않는 그대에게...

안녕하세요. 밀양입니다. 저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현재는 밀양 대책위에서 일하는 활동가이지만, 바로 몇 달 전만해도 밀양 어르신들이 좋아서 밀양에 자주 드나들었던 연대자였습니다. 과분하지만 당신과 나를 연결해주는 것이 '밀양'이기에 이것으로 제 소개를 갈음하겠습니다.

광주에서 본 눈물... 참으로 감사합니다

요즘 밀양은 참 바빴습니다. 지난 토요일(8일)에는 광주를 다녀왔고. 이번 주에는 2박 3일(11~13일)의 일정으로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또 밀양에서는 감 특별판매를 진행하고 있고요. 한 활동가는 하룻동안 걸려오는 수 백 통의 전화와 문자를 정리하고 또 다른 활동가들은 10kg 반시 수 백 박스를 받아 택배로 보내기도 합니다.

기사도 아니고 편지도 아니고... 그냥 솔직한 제 마음을 적고 싶었습니다. 활동가이면서 연대자이고, 또 밀양주민이면서 외부인이기도 한 제가 느꼈던 감정을 말입니다. 그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밀양을 잊지 않고 있어서, 여전히 밀양을 아껴주고 있는 그대에게 감사하단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8일에는 광주여성영화제로부터 초청을 받아 '밀양, 반가운 손님'을 관객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분이 참 이상했습니다. 광주였기 때문일까요? 관객들과 대화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연대자로부터 밀양이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몇 번이고 강조했습니다. 밀양주민을 바라보는 그대들의 진정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나봅니다.

아니, 솔직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립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를 아는 광주이기에 조금씩 사람들에게 잊히고 있는 밀양을 놓지 말아달라고 말했습니다. 많이 떨렸습니다.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정말로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머릿속에서 밀양이 흘렸던 눈물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런데 광주에서 밀양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함께 동석했던 밀양주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밀양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는 이들이었습니다. 여전히 밀양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왜 그렇게 저는 겁을 먹었던 것일까요. 덕분에 큰 힘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힘내세요"라는 문자에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밀양 감 특판 작업 밀양 감 특판 작업 중입니다. 주문 받은 약 300박스 정도의 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 밀양 감 특판 작업 밀양 감 특판 작업 중입니다. 주문 받은 약 300박스 정도의 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 김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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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밀양 감 반시를 특별할인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요. 밀양의 많은 주민들은 한전이나 경찰과 싸우는 대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것이 송전탑을 뽑는 것 외에 유일한 소원이었습니다. 예전처럼 농사짓고 마을 사람들과 옹기종기 살고 싶어 했습니다.

어렵게 돌아온 일상이건만 현실은 그들에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감을 따고 박스에 넣는 고된 일을 하고서도 다른 작물들과 마찬가지로 풍년이란 이유로 한 박스에 5000원도 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씁쓸한 현실이지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밀양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시세보다 더 나은 가격으로 감 반시를 팔아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특가판매이지만 그리 낙관적이진 않았습니다. 주문이 많이 들어와도 200박스는 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홍보를 한 지 첫 날 과장하지 않고 정말로 10초에 문자가 하나씩 왔습니다. 감 반시를 주문하고 싶어 하는 당신이 보낸 문자들이었습니다. 전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떻게 사면 되냐."
"이렇게 싸게 팔아도 되는 거냐."

이런 말을 하며 끝에는 꼭 "힘내세요"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마음이 담긴 문자가 쌓이고 쌓여 600건이 훌쩍 넘었습니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문자도 많으니 아마 1000건도 넘어갈 것 같습니다. 진부한 말로 저희는 '행복한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조금이라도 밀양주민들에게 더 힘이 되기에 행복했지만, 끊임없이 울려대는 핸드폰이 때로는 밉기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밀양의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이제는 모두가 잊을 것이다, 이제는 제각기 당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밀양 싸움의 양상이 바뀌었듯이, 당신도 밀양을 생각하는 방식만 바뀐 것이었습니다.

밀양은 이제 더 이상 경찰과 한전과 맞부딪히지 않지만, 그동안 깨져버린 공동체와 일상을 회복하는 더 힘든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처럼 당신도 당신만의 방식으로 밀양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오히려 더 세게 우리의 손을 잡아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봅니다. 당신을, 당신의 진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의심해서 미안합니다.


태그:#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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