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피노키오>의 최인하(박신혜 분)와 최달포(이종석 분).

SBS <피노키오>의 최인하(박신혜 분)와 최달포(이종석 분). ⓒ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이후 박혜련 작가가 내놓은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는 방영 2회 만에 시청률 10%에 다가서며 저력을 보여주었다.(닐슨코리아 전국기준 9.8%) <너목들>이 호평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은 만큼 <피노키오>에 쏟아지는 관심 역시 높은 상황이었고, 박혜련 작가와 연출진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며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피노키오>는 <너목들>과는 전혀 다른 드라마지만 <너목들>에서 느껴졌던 희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박혜련 작가 특유의 전개 공식 때문이다.

1. 특별한 설정의 주인공

<너목들>의 박수하(이종석 분)는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다른 사람보다 이해력도 빠르고 뛰어난 지능을 가지게 된다. <피노키오> 속 최달포(이종석 분) 역시 엄청난 두뇌의 소유자다. 1~2회에서는 어린 시절 과거를 숨기면서 자신의 지능까지 숨기고 사는 최달포의 사연이 밀도 있게 그려졌다. 그가 퀴즈대회에 참가하며 반전하는 장면의 긴장감은 백미였다.  

<너목들>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능력이 판타지였다면 <피노키오>에서는 '피노키오'라는 가상의 증후군을 내세웠다. 피노키오 증후군은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증상으로 남자 주인공 대신 여자 주인공 최인하(박신혜 분)가 이 설정을 부여받았다.

이는 최인하의 솔직하고 당당한 성격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못하는 순진함까지 보여주었다. 또한 나중에 있을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과 갈등을 표현하게 하는 매개체가 될 전망이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기대된다. 

2. 이야기는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너목들>과 <피노키오> 모두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너목들>의 박수하와 장혜성(이보영 분)이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박수하가 어린 시절 겪은 아버지의 살인 사건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그 사건을 중심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과거에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은 현재를 결정짓게 된다.

<피노키오>에서도 언론에 의해 가족을 잃은 피해자가 된 기하명은 결국 최달포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 된다. 게다가 최인하는 잘못된 보도를 주도한 기자의 딸이다. 원수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 운명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시선이 쏠리는 지점이다.

3. 사회문제를 녹여내 주인공의 성장을 이끌다

<너목들>에서 박혜련 작가는 주인공을 변호사와 초능력자로 설정해 왕따 문제와 법의 구멍 등 사회적인 화두를 던졌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박수하가 변호사인 장혜성과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추리극과 법정 드라마의 성격마저 띄며 긴장감을 적절히 조율해 냈다. 그 과정에서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몰랐던 장혜성은 진정으로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 변호하는 변호사로서의 성장을 이루어 낸다.

<피노키오>에서도 여론과 언론의 폐해라는 사회 화두가 등장한다. 기하명은 그 언론의 잘못된 뭇매를 맞은 후 모든 과거를 버리고 최달포로 살아야 했으며, 최인하는 자신의 엄마처럼 방송국의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에 여러 사건을 취재하며 사회적인 문제에 눈을 뜨는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너목들>과 <피노키오> 모두 다소 복잡하고 많은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박혜련 작가의 강점은 이 모든 것을 제대로 녹여내 수습하는 것이다. 그 모든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다음 장면이 궁금하게 만드는 박혜련 작가의 필력은 <피노키오>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드라마의 분위기를 지나치게 무겁거나 어둡게 끌고 가지 않으며 코믹을 버무리는 솜씨는 <너목들>보다 유려해 졌다.

1, 2회만으로도 이런 기대감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은 최근 지상파 드라마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피노키오>가 <너목들> 이상의 호평과 흥행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만들어 낸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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