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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룸> 겉표지
 <킬 룸> 겉표지
ⓒ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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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군대생활하던 시절, 옆 사무실의 선임하사가 전문 저격병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항상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다녔던 그 상사는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총을 쏠 때 손이 떨리면 안되기 때문이란다.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저격'이라는 것도 어느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저격수가 총으로 사람을 암살할 때, 최대 얼마나 먼 거리에서 정확하게 표적을 맞출 수 있을까?

제프리 디버의 2013년 작품 <킬 룸>에 등장하는 전문가에 의하면, 2500미터 정도 거리에서 암살에 성공한 저격수가 있었다고 한다.

국제규격축구장의 길이가 보통 110미터니까, 그런 축구장 20개를 나란히 붙여놓은 길이다. 그 거리를 총알 한 발로 뛰어넘어서 목표물을 명중시킨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려면 전문 총기가 있어야하고 그 총기를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저격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일 날씨도 좋아야 한다. 안개나 비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서는 그만큼 곤란할 테니까.

목표를 놓치지 않는 저격수의 등장

이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저격대상과 저격수 사이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저격수가 꼬리를 밟힐 가능성이 줄어든다. 우선 저격장소를 찾아내는 것 부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킬 룸>에도 이런 전문 저격수가 등장한다. 작품 속에서 저격수는 약 2000미터 거리에서 단 한 방으로 목표를 제거하는데 성공한다. 저격대상은 반미성향을 가진 운동가 로베르토 모레노. 그는 미국에 대해서 연일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어오던 인물이다. 미국의 고위층 인사들은 당연히 모레노를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다.

그러던 도중 모레노가 미국에 대한 어떤 테러 비슷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판단해서 그를 제거하기로 작정하고 전문 저격수를 고용한 것이다. 요컨대 미국 정부 관료가 지시한 표적 살인이자 암살인 것이다. 미국의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뉴욕 시 소속의 검사가 이 사건을 의뢰하기 위해서 전신마비 탐정 링컨 라임과 그의 연인이자 뉴욕 시경 형사인 아멜리아 색스를 찾아온다. 검사는 이 사건의 뒤에 미국 정부 기관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다만 물증이 없을 뿐. 게다가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미국 본토가 아니라, 카리브해에 있는 섬나라 바하마. 현장을 방문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링컨과 색스는 사건의 수사를 시작한다.

10년 넘게 계속된 라임과 색스의 활약

<킬 룸>은 '링컨 라임 시리즈'의 열 번째 편이다. 첫 번째 편인 <본 컬렉터>가 발표된 것이 1997년이니, 벌써 17년이 지난 것이다. <본 컬렉터>에서 전신마비 상태로 손가락 하나 만을 움직일 수 있었던 링컨 라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과 수술을 통해 오른손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대신 아멜리아 색스의 상황은 조금 나빠졌다. 색스는 원래 무릎 관절이 안좋아서 진통제에 의지해왔다. <킬 룸>에서 색스는 관절염이 심해졌는지 평소에도 이따금씩 걸으면서 다리를 절뚝거린다. 이것 때문에 뉴욕 시경에서는 그녀의 현장 근무가 어렵다고 판단해서 '책상' 업무를 맡으라고 요구할 정도다.

데뷔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 링컨과 색스의 몸도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다. 누구의 신체든 어느 정도는 주인을 배신하기 마련이다. 지금 건강하게 사는 사람에게도 먼 수평선에 도사린 구름은 있는 법. 하물며 링컨과 색스처럼 마비와 통증을 안고 사는 사람들은 더 할 것이다.

시리즈의 첫 작품부터 읽어온 독자라면,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 마다 미스터리보다는 캐릭터에 주목할지 모른다. 이번 편에서 링컨의 몸 상태는 얼마나 더 좋아졌을까. 링컨과 색스의 애정전선에는 이상이 없을까 등. 시리즈물의 핵심은 사건보다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편을 기대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덧붙이는 글 | <킬 룸> 제프리 디버 지음 / 유소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킬 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0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2014)


태그:#제프리디버, #링컨라임, #아멜리아색스, #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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