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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11월 초로 예정되었던 2차 남북고위급회담이 결국 무산된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의 대북전단살포와 군사적 충돌로 남북관계는 한 달 전보다 더 냉랭해졌다. 정부는 여전히 '법적근거가 없다'며 전단살포를 묵인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심리전의 상징인 애기봉 등탑의 철거 소식을 듣고 역정을 내었다. 11월 10일부터는 33만 명의 병력이 전 군사분계선에 걸쳐 '북한과의 전면전'을 상정한 '호국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가 자화자찬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통일부는 지난달 국정감사에 제출한 2013년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서 2013년도 사업 중 '남북대화가 매우 우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 2년간 통일부가 한 일이라고는 2014년 2월 이산가족 상봉 한 차례가 고작이다.

인도적 지원은 대폭 축소되었으며, 민간단체의 방북은 거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통일부가 '대화를 잘했다'고 했지만, 작년 개성공단 재가동 회담기간에는 수차례 회담이 결렬되기도 했다.

해파랑길 걷기대회에 참가한 평화통일시민행동 회원들.
 해파랑길 걷기대회에 참가한 평화통일시민행동 회원들.
ⓒ 임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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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할 통일부가 이렇게 미미한 성과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화자찬이나 늘어놓고 있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국민은 화해와 대화를 바란다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을 방기하고, 대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국민대다수는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기를 주문해왔다.

먼저, 국민 대다수는 대북전단살포가 불필요하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응답했다.(① 리얼미터 여론조사: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는 응답 62.9%, ② 갤럽 여론조사: '대북 전단 살포에 반대한다'는 응답 58%)

또 <동아일보>와 아산정책연구원이 진행한 여론조사(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서는 국민 10명 중 8명이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10명 중 6명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민은 남북이 화해하고 대화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외치고 있다.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외치고 있다.
ⓒ 임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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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의 피켓팅.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의 피켓팅.
ⓒ 임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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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재개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갈수록 심화되는 경색 국면을 타개하려면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북한전문가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은 금강산 관광 재개로 관계개선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해왔다. 대화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고 고위급회담 같은 급이 높은 회담이 개최되려면 중단된 민간교류를 재개하는 실천이 있어야 하고, 민족교류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 재개만큼 적절한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물적 기반도 갖춰져 있다. 금강산 관광이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되는 동안 196만 명의 관광객이 금강산을 방문하면서 관광에 필요한 인프라는 이미 구비되어 있다. 또 해로, 육로, 철로가 뚫려 있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 재개가 결정되고 실제 관광이 시작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개월이다.

또한 금강산 관광의 경우, 정부는 '신변안전만 보장되면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북한 역시 '신변보장'에 대한 보장을 약속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고, 작년에 동결한 금강산 내 남측자산을 해결하는 부분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부에 의지가 있기만 하다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다른 사안에 비해 수월할 수 있고 무리 없이 추진이 가능한 사안이다.

관광중단으로 말라가는 강원도 고성... 우리는 국민이 아닌가?

금강산 관광은 다른 사안에 비해 실현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런 점 외에도 반드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할 이유가 있다.

관광 중단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통일부가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관광중단으로 발생한 피해액은 2조 2천억 원을 상회한다. 특히, 금강산 관광을 통해 영세한 경제규모와 열악한 산업환경을 극복하고 먹고 살 만해졌던 고성군의 지역경제는 파탄이 났다.

평화통일시민행동은 이러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시민들과 함께 금강산 관광 재개 캠페인을 서울에서 진행해왔다. 마침 2차 고위급회담 시기로 예정된 11월 초(1일~2일)에 '금강산 관광 재개 염원 걷기대회'가 강원도 고성에서 열렸고, 남북화해와 관광재개를 촉구하기 위해 고성을 방문했다.

금강산관광을 위해 사람들이 드나들던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의 문은 닫혀있었고, 관광객들이 들르던 식당은 거의 모든 곳이 문을 닫았다. 영업하는 곳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한 식당이 아직 문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평화통일시민행동은 그곳에서 식사하면서 주인아줌마의 심정을 들을 수 있었다.

통일전망대 앞 명파리에 위치한 식당.
 통일전망대 앞 명파리에 위치한 식당.
ⓒ 임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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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 적이 없었는데... 고맙다. 문을 닫을지 말지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 말고도 관광중단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관광업체를 차린 지 두 달 만에 관광이 중단되면서 졸지에 빚더미에 앉은 사람도 많다. (육로관광 개시 이후 한해 평균 금강산 관광객은 170만 명에 달했다.)"

강원도 고성에서 느낀 금강산관광재개 염원

평화통일시민행동은 11월 1일~2일 이틀에 걸쳐 강원도 고성군에서 개최된 '금강산 관광 재개 염원' 걷기대회에 참가했다. 걷기대회 참가에 앞서 고성군 통일전망대를 방문하여 '금강산 관광 재개' 목소리를 높였다.

통일전망대 관광객과 현지 상인들은 노란색 망토를 두른 평화통일시민행동회원들에게 큰 관심을 보였고, '어디서 왔느냐?', '어느 단체냐?'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하기 위한 활동을 서울에서 하고 있고, 11월 18일 관광 개시 일을 맞아 고성에 왔다고 설명을 하면 '아이고 고맙습니다', '꼭 관광 재개가 되야되는 데'하며 화답해주었다.

지난 2일 해파랑길 걷기 대회에는 2000명 이상의 사람이 참가했고, 늘어난 사람의 수만큼 노란 망토를 입은 평화통일시민행동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관광 재개 되어야지'하는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걷기대회 출발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걷기대회 출발선.
ⓒ 임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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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중에는 행사를 주관한 고성군 관계자와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 금강산 관광의 담당자였다며 자기를 소개했고, 서울에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 목소리가 더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표했다. 다시 걷기를 시작하는 평화통일시민행동에게 더 열심히 활동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이제는 금강산 관광 재개 결단을 내려라

박근혜 정부는 어떤 때는 금강산 관광이 남북이 협의할 사안이라고 하고, 어떤 때는 유엔안보리의 결의사항이라며 유엔과 협의해봐야 한다고 말해왔다.

현 정부 임기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북한과 협의를 하지 않았다면, 유엔에 문의라도 해봐야 했을텐데 그렇지도 않고 있다. 미국도 '유엔안보리와 금강산관광 재개는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차에 유엔결의안 위반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금강산 관광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곧 임기 중반에 접어든다. 그런데 2년 동안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남은 3년 동안 갑자기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는 없다. 정부에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고, 임기 중에 조금이라도 남북관계에서 업적을 쌓고자 한다면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로 남북대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때이다.

평화통일시민행동 회원이 통일전망대를 오르고 있다.
 평화통일시민행동 회원이 통일전망대를 오르고 있다.
ⓒ 임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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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임기홍 기자는 <평화통일시민행동>의 정책실장이다. <평화통일시민행동>은 남북화해와 한반도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모임이다. 홈페이지는 http://peacizen.com, 이메일은 peacizen@gmail.com, 트위터는 @nowarcandle2이다.



태그:#평화통일시민행동, #금강산관광재개, #남북관계, #류길재 장관,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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