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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독교 인사들의 '땅굴괴담'과 '12월 전쟁 발발설'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산발적으로 움직이던 '땅굴 전사들'(?)이 똘똘 뭉치는 모양새다. 대한민국 지하 전역에 바둑판처럼 남침용 땅굴이 있다며, 교회 간증이나 예언 형식을 통하여 기독교 보수 인사들이 발언을 쏟아냈다.

한성주(장로)씨가 10월 분당의 한 교회에서 간증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오르며 촉발된 땅굴 논쟁은 그칠 줄 모른다. 2001년 결성된 '남침 땅굴을 찾는 사람들'(대표 김진철 목사, 아래 남굴사)을 중심으로 그간 땅굴의 존재를 줄기차게 주장하던 단체와 개인들이 뭉쳤다.

"남침 땅굴 수십 개... 남한적화통일 3일 만에 끝난다"

 ‘땅굴안보국민연합’ 대표 한성주씨가 8일 오후 ‘남침땅굴 위기 해소를 위한 구국기도집회’에서 청와대 인근에만 84개의 땅굴이 있다고 주장했다.
 ‘땅굴안보국민연합’ 대표 한성주씨가 8일 오후 ‘남침땅굴 위기 해소를 위한 구국기도집회’에서 청와대 인근에만 84개의 땅굴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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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남침땅굴 위기 해소를 위한 구국기도집회'에 참석한 시민의 모습.
 지난 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남침땅굴 위기 해소를 위한 구국기도집회'에 참석한 시민의 모습.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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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땅굴안보국민연합'(대표 한성주) 등 60여 개 땅굴 관련 단체와 보수단체가 참여하는 '북한남침땅굴위기 알림운동연대'가 조직됐다. 이들은 지난 8일 오후 '남침땅굴 위기해소를 위한 구국기도집회'로 서울역광장에 모였다. (관련 동영상 : 땅굴안보국민연합 집회)

이날 행사는 기도회와 국민의례, 강연, 도보행진 순으로 진행되었다. 남굴사 대표 김진철씨는 "13년간 땅을 파며 땅굴의 존재를 알려왔다"며, "종북 세력이 대한민국의 권력을 가지고 있어 남침용 땅굴의 진실을 은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주 땅굴의 20개 면을 절개해 줄 것"을 당국에 요구했다.

남침 땅굴 민간 대책위원회 단장을 맡고 있는 이창근씨는 땅굴 제보를 국가가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평, 대구, 계룡대 등에 2006년부터 땅굴이 있다고 알렸다며, 이를 부인하는 "합참의 장군들은 똥장군들"이라고 말했다. 서석구 변호사, 귀순한 김용화씨, 김화숙 전 여군단장 등이 단상에 올라 땅굴의 존재를 알렸다.

이어 등단한 한성주 예비역 소장은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해 땅굴이 침투한 곳이라며 구체적으로 땅굴이 있는 곳들을 적시했다. 청와대, 국방부, 국회 등 구체적인 장소들을 거명했다. 요약하면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리 국민은 6·25의 잿더미 위에서 나라를 일으켰다. 남침땅굴 때문에 삽시간에 인공기가 나부낄 위기에 처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은 땅굴에는 오지도 않고 앵무새처럼 "남침땅굴은 없다"고만 한다.

김정은이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영전에서 대량의 남침땅굴만을 믿고서 3년 내 통일을 공언했다. 12월 17일이 김정은 공언의 3년 기한이다. 남한적화통일은 3일 만에 끝난다. 땅굴은 청와대, 국회, 국방부, 한미연합사에도 수십여 개씩 있다. 지방관공서는 물론 광주와 목포까지 뚫려 있다.

북이 수백만 명을 동시에 우리 군 복장을 입혀서 투입하면 대한민국은 국가상실의 위기에 놓인다. 북은 TBM(땅굴굴착장비)를 이용하여 땅굴을 뚫었다. 양주시의 광사동 남침땅굴 현장을 통해 사실을 증명했다. 시간이 없다. 더 이상 국가를 전복하려는 종북 좌파들과 여적죄(를 저지르는) 장군들에게 속지 말자.

이어 한씨는 '대통령님께 올리는 탄원문'을 낭독했다. 한씨는 대통령에게 자신을 임명하여 "남침땅굴을 파서 보이게 해달라"며, "실패하면 저를 무고죄와 사기죄로 즉시 구속하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이 확신에 차 있었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손에 태극기를 들었고, 구호 또한 우렁찼다. 집회 도중 뜬 하늘의 무지개를 보고, "대한민국은 하나님이 지키십니다. 아멘"을 연호하기도 했다. 집회 후에는 국방부 청사까지 도보행진을 했다.

 지난 8일 오후 ‘남침땅굴 위기 해소를 위한 구국기도집회’ 행사에서 김화숙 전 여군단장이 땅굴 관련 안보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남침땅굴 위기 해소를 위한 구국기도집회’ 행사에서 김화숙 전 여군단장이 땅굴 관련 안보강연을 하고 있다.
ⓒ 유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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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는 지난 7월 27일과 지난달 27일 두 차례 대변인 명의로 '남침땅굴'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국방부는 지난 7월 27일과 지난달 27일 두 차례 대변인 명의로 '남침땅굴'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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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집회를 통하여 소위 '땅굴 안보팀'이 얼마나 단결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날 집회 영상에서 한때 인권변호사였던 서석구 변호사는 현재 이들의 법률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들의 주장이 지난 7월 29일 한 언론에 보도되자 이틀 후인 7월 31일 ''남침 땅굴, 청와대 주변에만 최소 84개' 보도 관련 국방부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이 자료에서 국방부는 '과학적·기술적 검토(수자원공사/지질자원연구소)'라며 아래와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 굴토시 나오는 폐석인 '버럭'을 발견할 수 없음 ▲ 발생되는 지하수 일일 약 7만여 톤에 대한 처리 불가 ▲ 환기구는 3Km마다 지상으로 설치하게 되는데, 설치시 노출이 불가피 ▲ 굴착기 TBM는 대당 80억 원으로 300대 도입불가, 1983년에 도입한 광산 굴착장비일 것 ▲ 사전 지질조사가 필수인데 북이 백령도, 연평도 해저땅굴을 위해 조사한 흔적 없음

한성주씨의 10월 12일 강연 이후, 지난달 27일 국방부는 다시 '예비역 장군의 남침 땅굴 주장 관련 국방부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땅굴의 존재를 부인했다. 이 자료에서 국방부는 지난 7월 29일 보도자료 앞부분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며, 아래와 같이 뒷부분에 덧붙였다.

▲ 석촌역 부근 싱크홀은 터파기 공사 때 지하수 유입으로 인한 것(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조사) ▲ 땅굴 탐지에 사용되었다는 다우징은 땅굴을 측정할 수 없음 ▲ 국방부는 현재 DMZ 일대 예상축선 27개소를 탐지하고 있음 ▲ 1982년부터 국방예산 약 20여 억 원을 투입, 민원지역 21개소 590여 공을 시추·탐사했지만 단 한건의 땅굴도 발견하지 못했음

국방부는 이어 "(한성주씨의 강연이) 군 주요 지휘부의 실명을 거론하며 근거 없이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점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 자문기관과 타당성 검토를 통해 시추·탐사를 실시하고, 남침 땅굴의 주장의 허구성을 정책설명회 등을 통해 정확히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방부는 "허위의 주장으로 군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군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일 국방정보본부장 조보근 중장이 한성주씨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나는 국방부의 대응이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땅굴팀은 자신들이 발견했다는 양주시 광사동 땅굴 현장에서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침전수, 발파석, 편석, 마사접착제, 편마암 등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이뿐 아니라 전화선과 전깃줄을 걸었던 용도로 보이는 대못이 두 개씩 박힌 갱목 수백 개를 발견했다며, 그 증거물 10여 개를 공개했다.

땅굴 주장세력들은 세를 결집하여 지난 8일 대규모 종북 세력 규탄집회를 열었다. 공개적으로 국방 관계자들과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나라가 온통 종북 좌파들로 들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거짓이면 잡아가라'는 주장이다. 땅굴팀의 확신에 찬 모습과 국방부의 미지근한 대응은 대조를 이룬다.

가히 '나는 땅굴 안보팀'과 '기는 정부 안보팀'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땅굴 주장 세력들이 지적한 곳에 그들과 전문가 입회하에 작업을 해 과학적 물증을 제시하면 된다. 국방부는 하루 속히 '땅굴괴담'을 잠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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