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넥센 히어로즈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류중일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넥센 히어로즈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류중일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 수정 : 12일 오전 9시 46분]

'사자군단' 삼성 라이온즈가 4년 연속 포효했다.

삼성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11-1로 대승,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이다.

물론 해태 타이거즈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시리즈 4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해태의 기록에는 '통합'이라는 단어가 없다. 정규시즌과 통합 우승은 1988년뿐이다. 나머지 3차례는 정규시즌 2위로 올라가 우승을 차지했다.

어느덧 프로야구도 출범 33년째가 되면서 수많은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그 가운데 최소 3년 이상의 장기집권으로 '왕조'라는 타이틀을 얻은 팀도 있지만 가장 강한 발자국을 남긴 두 팀을 꼽으라면 단연 해태와 삼성이다. 서로 다른 시대에 이룬 업적이기에 단순한 비교는 어렵지만, 그만큼 프로야구 역사를 되짚어 본다는 의미도 있다.

프로야구 '왕조'의 시작, 해태 타이거즈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가장 먼저 왕조를 구축한 팀은 해태다. '빨간 장갑의 마술사' 김동엽 감독과 16명의 선수로 보잘것없이 출발한 해태는 제2대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응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1983년 첫 우승을 차지한 뒤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시리즈 4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가장 먼저 4연패를 달성했다. 이는 올 시즌 삼성이 우승하기 전까지 한국시리즈 최다 연속 우승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에 밀려 연속 우승 기록이 중단됐지만 1991년 우승을 탈환한 뒤 1993년, 1996년, 1997년, 그리고 조범현 감독이 이끈 2009년까지 프로야구 출범 이후 33년간 10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모두 우승을 차지한 그야말로 '무적의 팀'이었다.

반면 삼성은 해태 왕조의 조연에 머물러야 했다. 1985년 전·후기리그 통합 1위로 창단 첫 우승을 달성했지만 한국시리즈에만 오르면 허무하게 무너졌다. 1986년(해태전 1승 4패), 1987년(해태전 4패), 1990년(LG전 4패), 1993년(해태전 2승 4패), 2001년(두산전 2승 4패) 등 우승 앞에서 숱한 좌절을 겪었다.

삼성의 '가을 흑역사'를 잘 말해주는 것이 한국시리즈 최다 연패 기록이다. 1986년 해태와의 한국시리즈에서 3연패를 당한 뒤 1987년 해, 1990년 LG에 맥없이 4연패를 당했고, 1993년 해태와의 1차전까지 한국시리즈에서만 무려 12연패를 당했다.

한국시리즈 12연패 당했던 삼성, 왕조가 되기까지

우승에 목마른 삼성은 자존심을 버렸다. 수많은 아픔을 안겨줬던 '적장' 김응용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했고, 다른 팀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거액을 들여 이적 시장에서 심정수, 박진만, 박종호 등 스타 선수를 휩쓸었다. 돈으로 우승을 산다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삼성은 2002년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마침내 한을 풀었다.

오랜 '2인자'의 꼬리표를 떼버린 삼성은 색깔을 바꿨다. 류중일 감독이 부임하며 외부 선수 영입을 자제하고 팀 내 유망주를 키우기 시작했다. 체계적인 선수 관리와 치열한 경쟁, 활발한 2군 육성 등으로 특정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해태 왕조가 막을 내리자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해 1996년 새롭게 창단한 현대 유니콘스가 새로운 왕조로 떠올랐다. 김재박 감독 특유의 세밀한 야구로 창단 첫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해태에 아쉽게 패한 현대는 1998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0년, 2003년, 2004년까지 4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그 다음이 '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SK 와이번스다. 괴물 신인 김광현을 비롯해 정근우, 이진영, 최정 등 최고의 선수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김성근 감독의 부임 첫해인 2007년에 이어 2008년까지 통합 2연패를 달성해다.

2009년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나지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준우승에 물렀지만 혹독한 훈련과 철저한 데이터 야구를 추구하는 김성근 감독의 SK는 2010년 우승을 탈환하며 3차례의 통합우승을 기록했다.

물론 해태 왕조는 지금의 삼성 왕조나 SK 왕조, 현대 왕조와 달리 야구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호남 야구팬들에게 해태의 승리는 권력을 향한 일종의 대리전이었고 선동열, 김성한, 이순철, 이종범 등 50명에 달하는 골든글러브 스타들은 엄청난 자부심이자 위안이었다.

류중일 감독, 모든 것 이룬 2014년

남자배구의 삼성화재(7연패), 여자농구의 신한은행(6연패) 등 다른 종목에는 야구의 삼성보다 더 오래 왕좌를 지킨 기록도 있다. 하지만 8개 구단이 경쟁하며 정규시즌 120경기 이상을 치러야 하는 프로야구의 특성을 생각하면 그 가치는 남다르다.

삼성 왕조를 이끈 류중일 감독은 김성근 전 SK 감독, 김재박 전 현대 감독을 넘어 이제 해태 왕조의 김응용 감독 앞에 섰다. 물론 9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김응용 감독의 대기록을 넘으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수많은 도전과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51세로 나이도 젊고, 워낙 팀 전력과 구단의 지원도 막강해 지금의 '관리 야구'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곧 수년 안에 김응용 감독의 업적을 넘어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더구나 류중일 감독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획득하며 가장 빛나는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가 예선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 통합 4연패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손에 넣었다.

삼성과 류중일 감독이 과연 해태와 김응용 감독까지 넘어서는 역대 최고의 왕조를 구축할지, 아니면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역사가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왕조가 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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