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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발생한 지 1073일 만에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는 선체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녹이 슬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듭니다. 많은 이들은 이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생존자의 진술,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들을 통해 진실의 실마리를 찾고자, '다시보는 오마이뉴스'를 게재합니다.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습니다. [편집자말]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참사 피의자 15명의 1심 선고 공판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 세월호 선원 선고공판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참사 피의자 15명의 1심 선고 공판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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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세월호참사 진상 규명의 1막이 끝났다. 11일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은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 모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승객 살인죄는 그 고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봤다(관련 기사 : 법원 "살인 고의는 없지만, 유기 고의는 있다").

155일 동안 이어진 공판에는 75명의 증인이 출석했고, 약 2만 쪽에 달하는 증거기록이 제출됐다. 재판부는 3번의 공판준비기일과 30번의 공판기일, 그리고 오하마나호 현장검증기일을 잡았고, 단원고 생존학생 등의 증언을 듣기 위한 특별기일도 두 차례 열었다.

그럼에도 '세월호참사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이 끊이질 않는다. 선원들의 공판은 그날 그 배에서 이준석 선장 등이 무슨 일을 했고, 얼마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기에 법원의 판단대상은 처음부터 제한적이었다.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검찰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기도 했다. 감춰진 것은 아직 전부 드러나지 않았다.

[쟁점①] 해경 부실구조의 진짜 원인은

'당황했다'는 말은 4월 16일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찰들의 공통 답변이었다. 법정에 나온 그들은 하나같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밖에 나온 승객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특히 항공구조사들은 승객들의 선내 대기 상황을 알았다면 어떻게든 진입 시도를 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자신들은 몰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관련 기사 : "선체 진입 명령, 당황해서 깜박 잊어버렸다"). 또 이들을 태우고 현장에 도착한 헬기 조종사들 역시 '여객선이 침몰 중이라는 것 말고는 몰랐다'고 했다(관련 기사 : 출동한 해경 헬기는 딱 두 가지만 알았다).

그런데 침몰하는 여객선에 타고 있는 승객들을 구하러 나가는 상황에서 인원 수, 노약자나 임산부, 학생의 유무 등이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이라고 해도 참사 당일 해경의 지휘체계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책임져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따져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부실 구조 탓에 법정에 서는 사람은 김경일 123정장 단 한 사람뿐이다.

[쟁점②] '시한폭탄' 세월호, 눈감아준 사람들

2013년 3월 15일 첫 항해를 시작한 세월호는 이듬해 4월 15일까지 418번은 이준석 선장의, 353번은 신보식 선장의 지휘를 받으며 인천과 제주를 오고갔다. 하지만 선장이 누구든 간에 화물적재 상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어야 하는 화물량 이상을 싣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미 복원성이 나빠진 배에 너무 많은 화물을, 그것도 제대로 묶지도 않고 싣는 것은 4월 15일만 있던 일이 아니었다. 한 변호인은 10월 27일 최후 변론 때 이 상황을 가리켜 "시한폭탄 같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한식 대표이사 등 청해진해운 간부들과 출항을 허가한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관계자, 화물 적재와 고박을 담당한 우련통운 관계자, 불법증개축을 허가한 한국해양안전설비 관계자 등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그들을 기소했고, 판결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법률대리인 박주민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들보다 더 윗선에서 로비가 오고갔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 세월호가 대부분 과적인 채로 출항했고 ▲ 사고 직후 조사를 받은 이준석 선장은 해경 아파트에서, 다른 선원들은 해경이 잡아준 모텔에서 머물었으며 ▲ 산업은행이 세월호 감정평가도 없이 청해진해운에 대출해준 것 등을 볼 때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검찰 발표를 믿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도중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도중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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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③] 세월호와 국정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세월호에서 수거된 노트북에서 2013년 2월 27일자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이 나온 이래로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세월호는 국정원이 정한 국가보유장비였을 뿐'이라는 설명이 되풀이됐다.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에 등장하는 홍아무개 청해진해운 물류팀 대리의 8월 27일 법정 진술이 그랬고, 검찰의 10월 6일 수사결과 발표내용도 마찬가지였다. '국정원 보고 의혹'에 휩싸였던 강아무개 1등 항해사와 김아무개 2등 항해사는 "국정원에 사고 소식을 보고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역시 10월 31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세월호 관련 의혹들을 되짚으며 "이 배가 국정원의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은 당연하지 않냐"고 말했다(관련 기사 : 이상규 "세월호, 국정원 소유라는 의혹 당연하다").

[쟁점④] 우왕좌왕한 정부... 국가는 왜 실패했나

선원들 재판과 별개로 반드시 짚어봐야 할 문제도 있다. 참사 당일 초동 대응부터 구조, 수색에 이르기까지 우왕좌왕한 정부의 책임이다. 그런데 검찰이 실제로 이 책임을 물은 사람은 123정장 정도다. 또 감사원은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 책임 탓에 의혹이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해 형식적인 감사에 그쳤다.

하지만 유족들은 '대통령의 7시간' 의혹 등을 낱낱이 밝혀야 세월호참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단원고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 김영오씨는 9월 23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장윤선의 팟짱> 인터뷰에서 "그 시간은 골든타임이었는데, 당시 대통령이 구조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며 "그 부분에 잘못이 있었다면 (대통령이) 다음에는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다고 해야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원들을 수사한 검찰과 그들의 사법적 책임을 따진 법원이 밝혀내지 못한 진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따라 내년 1월 1일 출범할 진상조사위원회의 과제다.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11일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진상 규명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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