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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내려오던 실종자 가족 유백형(단원고 교사 양승진씨 아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내려오던 실종자 가족 유백형(단원고 교사 양승진씨 아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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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하루 아침에…. 바람처럼, 구름처럼 가버렸네."

하루 종일 눈물이 났다. 스스로 결정한 일이지만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기자회견을 할 때도, 장관과 간담회를 할 때도, 잠수사들을 만날 때도 연신 눈물을 훔쳐야 했다. "인양 후 다시 수색하면 된다"고 말하면서도 "남편이 영영 떠난 것 같아" 가슴이 아렸다.

11일 오전 11시 진도실내체육관 단상에 올라 '세월호 수중수색 중단' 기자회견을 마친 유백형(단원고 교사 양승진씨 부인)씨는 이내 몸져 눕고 말았다(관련기사 : 실종자 가족, 수중수색 중단 결정... "고뇌에 고뇌 거듭").

"4월 16일부터 고생, 또 고생한 (잠수사) 분들에게 위험한 줄 알면서 계속 물 속에 들어가라고 할 순 없잖아. 얼마 전에 지현이도 나왔고(관련기사 : 6개월 전 떠난 외동딸, 생일에 돌아오다), 우리라고 수색에 대한 미련이 없겠어?"

유씨는 진도실내체육관 구석에 있는 임시 물리치료실 침대에 누워 한숨을 쏟아냈다. "고뇌에 고뇌를 거듭했다"는 말로 실종자 가족들의 고뇌를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유씨는 "내 남편 못 찾더라도 잠수사들 죽고 다치는 건 막아야지"라고 말하며 이를 악물었다.

"인양 후에도 수색해야, 그마저도 못 한다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진도군청에서 열린 실종자 가족-이주영 해양수산부 간담회가 끝난 후 실종자 가족 유백형(단원고 교사 양승진씨 아내)씨가 이 장관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진도군청에서 열린 실종자 가족-이주영 해양수산부 간담회가 끝난 후 실종자 가족 유백형(단원고 교사 양승진씨 아내)씨가 이 장관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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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수중수색은 중단됐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9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선체 인양 등의 방법을 정부는 깊이 고민하고 강구해주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일주일 정도 마무리 작업을 진행한 뒤 해체된다. 이젠 인양을 위한 실무기구 구성을 위해 정부와 실종자 가족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인양 실무기구 구성까진 보름 정도 걸릴 예정이다. 유씨는 "인양 실무기구가 '인양 후 수색'을 결정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은 인양한 뒤에 다시 수색하길 원하지. 배를 들어올려 거기서 뼈 한 조각이라도 찾아 영혼을 달래주고 싶은 거야. 그마저도 못한다면…. 그게 두렵고 무섭지."

물리치료사가 침대에 누워 있던 유씨를 일으켜 세웠다. 물리치료사는 "이대로 누워만 있으면 힘 빠져서 안 돼요"라며 유씨와 팔짱을 낀 채 체육관 밖으로 나갔다. 체육관 옆길을 걸으며 유씨는 4월 16일을 떠올렸다.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는 거고…. 욕심, 그 욕심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거 아니야. 짐 하나 더 실으려고, 사람 한 명 더 태우려고 하다가…. 인간의 욕심이 하늘을 뚫는다고 하잖아."

"남편 모습 아직 생생한데, 혼자 집에 있을 생각하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진도군청에서 열린 실종자 가족-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간담회가 끝난 직후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가 실종자 가족 유백형(단원고 교사 양승진씨 아내)씨의 눈물을 닦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진도군청에서 열린 실종자 가족-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간담회가 끝난 직후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가 실종자 가족 유백형(단원고 교사 양승진씨 아내)씨의 눈물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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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유씨는 "입맛이 없다"며 실종자 가족 식당을 지나쳤다. "밥 한 술이라도 떠야죠"라고 겨우 설득해 식당 앞에 섰다. 마침 식당에 있던 실종자 가족 권오복(권재근씨 형, 권혁규군 큰아버지)씨가 "눈물도, 밥을 먹어야 흘릴 수 있어"라며 유씨를 잡아 끌었다.

식사 후 유씨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위해 진도군청으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서 유씨는 이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붙들고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 품에서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다시 진도실내체육관에 온 유씨는 물리치료실 침대로 향했다. 물리치료사는 "하루 종일 눈이 빨개서 어쩌나"라며 유씨를 위로했다. 유씨는 침대에 누워 남편을 떠올렸다.

"1985년, 처음 만날 때가 아직도 생생해. 안성의 백운다방. 선이지. 요샛말론 미팅. 잊혀지지도 않아. 나는 오렌지색 투피스, 남편은 검정 양복. 남편이 덩치가 크잖아. 그땐 지금보다 더 해서 94kg이었어. 어찌나 땀을 뻘뻘 흘리던지. 오렌지주스를 쪽쪽 빨던 (남편의) 모습이 생각나네. 사고 나기 전, 남편이랑 계획도 많이 세웠었어.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늙으면 실버타운에 들어가 애들한테 짐이 되지 말자'고도 했고(웃음). 시드니도 가고 싶고, 파리도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수중수색은 중단됐지만, 당분간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그대로 머물 예정이다. 이후 인양 실무기구가 구성되면 차차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 유씨는 "남편을 찾지 못한 채 안산에 올라가야 하는 게 걱정"이다.

"아들딸은 공부하려고 서울에 가 따로 살거든. 그 넓은 집에 혼자 있을 생각하면…."

11일 현재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는 단원고 2학년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 학생, 양승진(일반사회)·고창석(체육) 단원고 교사, 일반인 승객 이영숙(51)·권재근(52)씨와 권씨의 아들 권혁규(6)군 등 9명이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도중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도중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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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11일 현재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는 단원고 2학년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 학생, 양승진(일반사회)·고창석(체육) 단원고 교사, 일반인 승객 이영숙(51)·권재근(52)씨와 권씨의 아들 권혁규(6)군 등 9명이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심 끝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수중수색 전체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11일 현재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는 단원고 2학년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 학생, 양승진(일반사회)·고창석(체육) 단원고 교사, 일반인 승객 이영숙(51)·권재근(52)씨와 권씨의 아들 권혁규(6)군 등 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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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실종자, #수중수색 중단, #인양,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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