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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11일 오후 5시 30분]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참사 피의자 15명의 1심 선고 공판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 세월호 선원 선고공판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참사 피의자 15명의 1심 선고 공판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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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 부장판사 임정엽)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침몰하는 여객선에 승객들을 유기한 고의는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에게 유기치사죄 등을 인정해 최고형인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이 선장의 나이가 69세인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종신형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점과 승객들의 퇴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해경이 구조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과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유기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인의 미필적 고의 인정을 위해서는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행위로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러한 결과를 용인해야 한다"며 "VHF 교신내용, 이준석이 승객들에 대한 퇴선지시를 한 사실, 해경의 구조활동이 시작된 사실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승객들의 사망의 결과를 용인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살인죄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선장과 함께 승객들에 대한 살인죄 혐의가 적용됐던 강원식 1등 항해사와 김영호 2등 항해사, 박기호 기관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유일하게 박 기관장에게 살인죄를 인정했는데, 승객이 아닌 동료 승무원에 대해서였다. 그는 사고 당시 바로 옆자리에 굴러 떨어져서 부상을 당한 조리부 승무원 2명을 그대로 둔 채 배를 빠져나왔고, 해경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기관장에게 15명의 선원 피고인들 중 두 번째로 높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유기치사죄, 살인죄 등). 강원식 항해사와 김영호 항해사는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에 처해졌다(유기치사죄).

재판부는 나머지 11명 선원 피고인들에게도 모두 유기치사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사고 당시 조타실에서 조타기를 직접 잡고 있었던 박한결 3등 항해사와 조준기 조타수는 모두 징역 10년씩을 받았다. 신정훈 1등 항해사의 경우 사고 전날 채용되자마자 처음 승선한 견습생 신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징역 7년이 내려졌다. 나머지 8명(박경남, 오용석, 손지태, 이수진, 전영준, 이영재, 박성용, 김규찬)은 각각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5명의 선원 피고인들의 형량을 모두 합하면 168년이다.

재판부는 "세월호의 복원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조타 과실로 인한 외방경사의 발생, 부실한 고박으로 인한 화물 이동 등이 연쇄적으로 작용하여 침몰의 결과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침몰의 1차 책임이 있는 피고인들에게 중한 형을 선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편 세월호는 언제 침몰한지 모르는 위험한 여객선이었다"며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기관들의 책임을 언급하면서 "이번 사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지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210일 만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첫 판결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기소 이후 155일 동안 3번의 공판준비기일과 30번의 공판기일, 2번의 특별기일을 거쳤고, 약 2만 쪽에 달하는 증거기록이 제출됐으며, 75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희생자 대책위 "가족들 기대 무참히 무너져"

유족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이날 법정에서 선고공판을 지켜본 단원고 학부모들은 판결이 끝나자 "진짜 이럴 거야, 판사님 이거 아니잖아요!", "우리 애들 목숨이 이거밖에 안 되는 거야?"라며 항의했다. 몇몇은 결국 오열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는 선고 직후 발표한 공식성명에서도 "기대가 무참히 무너졌다"며 반발했다. 대책위는 "적어도 재판부께서 총 책임자인 선장 이준석에게 사형을 선고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는 자가 의무를 저버리고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수백 명의 사람들을 희생시켰을 때 결국 자신의 생명도 보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천명해 주시기를 바랐다"면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피고인들은 이렇게밖에 처벌할 수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검찰이 이 사건 판결에 항소해 피고인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광주지법을 찾은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특위 이명숙 공동위원장은 취재진에게 "재판부가 살인죄를 인정함에 있어서 미필적 고의를 너무 좁게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원들이 구조대가 와 있어서 (승객들도) 구조될 것이라 믿었다는데, 그렇다면 자기들이 먼저 퇴선하지 않고 끝까지 있어야 하지 않았겠냐"며 "피고인들의 퇴선명령 주장이 인정받은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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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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