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새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 포스터.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새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 포스터. ⓒ MBC


10일 방송된 MBC <오만과 편견>이 12.1%(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 7주간 KBS 1TV <가요무대>에도 밀릴 정도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10시 드라마의 굴욕을 씻고 동시간대 1위로 올라선 것이다. 드라마 방영 5회 만에 만든 성과다. 이런 상승세를 이어가면 흥행작의 반열에도 들 수 있을 정도의 괄목할만한 성과다.

애초에 <오만과 편견>은 기대작이라고 할 수 없었다. <구가의서>로 주목받은 후 주조연급으로 올라선 최진혁과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이름을 알린 후, <금 나와라 뚝딱>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백진희 모두 공중파 주연을 맡은 전력이 없었다. 아직 그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나 인기가 높지 못한 까닭에 <오만과 편견>에 쏟아지는 관심 역시 미미했다.

반면 경쟁 드라마들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다. 한석규는 <뿌리깊은 나무>로 화제성과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한 후, SBS <비밀의 문>에서 영조 역할을 맡으며 관심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초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문제는 이야기가 사람들이 쉽게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몰입도가 높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두터운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을 만큼 견고하고 앞뒤가 잘 짜인 판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사도세자의 죽음이라는 예정된 결말을 향하는 과정에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가 부족해 보인다.

심은경 <내일도 칸타빌레>의 타이틀 롤을 맡은 심은경

▲ 심은경 <내일도 칸타빌레>의 타이틀 롤을 맡은 심은경 ⓒ kbs


또 다른 경쟁작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는 처음부터 논란을 딛고 시작했다. '여주인공 역할을 누가 맡을 것이냐' 하는 문제는 원작 팬들과 드라마를 기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드라마에 플러스가 되는 논란이었다. 방송 시작 전부터 수많은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고 그만큼 화제성도 높아졌다. '일본 원작을 어떻게 한국식으로 녹일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관전포인트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원작의 명성이 무색하리만큼 드라마의 구성과 연출에 허점을 드러냈다. 심은경이 연기하는 설내일은 4차원이나 독특한 캐릭터라기보다 오버스러운 캐릭터에 가까웠고, 지나친 간접광고와 합이 맞지 않는 연주 장면들로 실망감을 자아냈다. 이내 러브라인을 꺼내들었지만 클래식이 주가 되지 못하고 주원-심은경-박보검의 삼각관계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음악을 매개로 한 드라마의 순수성을 훼손시켰다.

원작을 확실히 재현하지도, 그렇다고 한국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도 못한 <내일도 칸타빌레>에 기대할 것은 주원의 연기력 정도지만, 이마저도 전체적인 균형을 잃어버린 드라마 탓에 조화로운 그림으로 다가오지 못한다.

반면, 주인공의 스타성도 경쟁작보다 약하고 검사들의 이야기라는 소재 역시 식상해 보인 <오만과 편견>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며 캐릭터들의 사연에 궁금증을 일으켰다.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비밀스러운 사연 사이에서 줄타기를 적절히 해내며 호기심을 유발한 것이다. 심각하고 어두운 과거가 드라마의 구심점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흐르지 않도록 코미디를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사용하는 작가의 능력은 비록 '검사들이 연애 하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문제는 '연애'가 아니다. 그 연애를 '얼마나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그려내느냐' 하는 것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스타들의 출연만으로는 드라마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이야기가 재미있느냐 없느냐' 하는 기본적인 명제에 충실할 때, 새로운 강자도 새로운 스타도 탄생할 수 있음을 명심하지 않으면 공중파 드라마 성공공식의 반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만과 편견 내일도 칸타빌레 비밀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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