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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게스트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내 나이다. 나는 올해 서른이다. 나이를 알면 다들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나이 서른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는 데서 오는 놀람이다. 그리고 이어서 말한다.

"일찍 성공하셨거나, 집에 돈이 많은신가 봐요."

내게는 아직 수천 만 원의 은행 빚이 있고, 우리 집도 그리 넉넉한 편은 못 된다. 물론 이 나이에 벌써 이런 재미난 일을 하는 걸 보면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일이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큰 돈을 들지 않는다. 솔직히 공개하겠다. 2000만 원이면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될 수 있다.

비결을 어서 빨리 가르쳐주시오
▲ 고작 2000만원으로? 비결을 어서 빨리 가르쳐주시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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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가 소위 뜨는 사업이 되면서 제주나 홍대, 종로뿐 아니라 지방 도시에도 게스트하우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최고급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고급스러운 곳에서부터 여관에 간판만 새로 달았을 정도로 낙후된 곳까지 매우 다양하다. 적정한 게스트하우스 비용을 산정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토지 가격과 위치, 건물 상태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내가 게스트하우스에 주목한 것은 대안적인 생활이 되리란 기대 때문이다. 직접 거주하면서 집의 남는 방을 게스트들에게 빌려주고 거기서 오는 수입으로 내 생활을 이어 나간다. 그리고 나는 게스트하우스의 사업 기능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본래의 내 창작 활동을 병행해 나간다.

게스트하우스 창업, 나는 이렇게 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도 먹고 산다.' 이것을 실현시키는 좋은 무대가 바로 게스트하우스였다. 내겐 게스트하우스가 '사업'이기 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을 구현하는 '삶의 방법'에 더 가깝다. 돈벌이가 아닌 내 삶을 담아내는 장소라는 말이다. 사업을 너무 가벼이 여긴다는 비판이 나올까 싶어 먼저 말한다면, 삶을 담아낼 정도의 진정성을 꾸준히 보이는 가게라면 어지간해서 망하기 어렵다. 그런 가게는 사람들이 망하도록 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고객 입장에서 망하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은 가게가 되어야 한다
▲ 고객과의 상생 고객 입장에서 망하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은 가게가 되어야 한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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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 원이 물론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렇지만 닿을 수 없을 만큼의 막연한 금액 역시 아니다. 한 1, 2년 독한 마음 품고 모으거나, 자영업자 창업 대출 같은 제도를 이용하면 그렇게 오랜 기간 모아야 할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렇지, 고작 그 돈으로 그게 가능해?"

가능하다. 저 돈으로 떼돈을 벌 생각만 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지방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은 당연히 땅값이 비싸다. 유명 관광지라면 더욱 그러하다. 게스트하우스는 관광지 근처에 있으면 유리하다. 하지만 그러면 비용이 높아진다. 여기까지는 상식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관광지가 아니면 가격은 급격히 내려간다.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찾지 않을 법한 시골 마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신 여행객들이 찾아오기 힘들 수 있다. 그래서 여행객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생각한 키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하나의 '관광지'로 만들면 된다.

거창하게 말해서 관광지라고 말했지만, 나름의 개성과 철학이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우린 단순한 사업이 아닌 삶을 담아낸 공간이 아닌가. 더군다나 사장이 예술가라면... 그것만으로 그 게스트하우스는 충분한 호소력을 가진 유니크한 공간이 된다.

여행이라 해서 남들 다 가는 그런 곳에 가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타인은 모르는 나만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이제 적지 않다. 당연히 그들이 하룻밤 머물고 싶은 곳은  여타의 흔해 빠진 그런 숙박업소가 아닌 남다른 게스트하우스가 될 것이다.

중요한건 그곳만의 이야기
▲ 작은가게라고 해서 즐거움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건 그곳만의 이야기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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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이름나진 않았지만 한번 쯤은 가고 싶은 도시를 우선 정한다. 적당히 산과 강의 느낌이 조화로우면서 번잡하진 않고, 시내와 어느 정도 접근성을 가진 빈집을 찾는다.

우리의 예상보다 시골엔 빈집이 수두룩하다. 마을 이장님이나 적어도 수십 년 이상 마을을 관리해왔을 복덕방 사장님을 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괜찮은 집을 만나면 집주인을 설득해야 한다. 땅을 사는 것은 무리다. 이러이러한 뜻으로 집에서 살고자 하니 임대해달라고 말해야 한다.

나이든 분들일수록 집도 하나의 생명체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살지 않고 버려둔 집은 제 아무리 좋은 집도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신다. 그 점을 강조해 설득한다면 분명히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것을 얻는 유일한 답은 발품이다
▲ 시골엔 주인을 잃은 유기집들이 많다 그것을 얻는 유일한 답은 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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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가 반드시 클 필요는 없다. 특히 이런 콘셉트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오히려 작을수록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다. 사장이 거주하는 방, 남자 도미토리, 여자 도미토리, 공용거실, 공용화장실 하나씩이면 충분하다.

나의 선택이 타인에게 도움 되길...

일일 수용 가능 인원을 10명 내외로 잡는다면 저 정도의 공간으로도 충분히 운용 가능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렇게 해서 거액의 수익을 얻을 수는 없다. 대신 먹고 살 수 있다. 또 사업 말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할 수 있다. 그것을 꼭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어찌보면 영업상 비밀일 수도 있는 이런 내용을 공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예처럼 일하는 내 주변 친구들이 안타까워서다. 그토록 좋은 학벌과 좋은 능력을 갖고 좋은 기업에 입사한 친구나, 그토록 좋은 자질과 좋은 센스를 갖고 창작을 하는 친구나, 하나같이 다들 힘들어 한다. 전자는 삶이 타인에게 끌려가고 있고, 후자는 삶이 현실에게 끌려간다. 양쪽 모두 자신의 삶에서 주인 역할을 못 한다.

'어떻게 사람이 좋아하는 것만 하는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어째서 사람이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 일을 해야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현실이 그러니까'를 말하기보다 그것을 넘어선 '대안'을 얘기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세계는 자신이 직접 창조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나는 이 사회에 각자 나름의 다양한 세계를 창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하며 그런 사람들에게는 현재까지 내가 쌓아올린 솔루션을 모두 공개할 생각이다. 그것이 이 세계를 보다 살맛나는 세상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싶은 세계는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살고 싶은 세계는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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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게스트하우스, #인간실격패, #강드림, #대안창업, #청년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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