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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딸 주리는 현재 UN의 유스 발룬티어(Youth Volunteers)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의 부니아(Bunia)에서 UNDP의 내전후 처리 모니터요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UNDP의 내전후 모니터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이주리
 콩고민주공화국에서 UNDP의 내전후 모니터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이주리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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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자이르의 새로운 이름인 DR콩고의 동부는 르완다의 종족 다툼으로 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2009년, M23이라는 새로운 반군이 결성되어 전투를 벌여왔고 2013년, 내전이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북키부(North Kivu)지역 일부에서는 여전히 반군들이 출몰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 거점이었으며 주수도인 고마(Goma)인근의 니라공고(Nyiragongo)화산은 수시로 이산화황을 배출하며 언제 다시 화산재를 뿜을지 모르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주리가 상주하고 있는 부니아는 고마에서 북쪽으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쯤에 위치하고 있으며, 무시로 고마를 오가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부니아에서 고마를 오가며 근무 중인 주리. 북키부지역의 주수도인 고마는 M23반군의 점령지였다.
 부니아에서 고마를 오가며 근무 중인 주리. 북키부지역의 주수도인 고마는 M23반군의 점령지였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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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지역에 근무하는 UN의 근무 규정에 따라 6주에 1주일씩 휴가가 주어지며 휴가 시에는 필히 해당 국가를 벗어나야합니다. 

주리는 그때마다 아프리카의 주변국을 오가며 휴가를 보냈지만 최근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에 등 서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창궐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탓으로 아프리카 여행 자체가 어려워졌습니다.  

애초에 엄마를 아프리카로 오게 해 케냐와 탄자니아를 함께 여행하겠다던 계획도 제가 더욱 바빠진 탓에 아내의 휴가를 소진해버려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기력이 약해진 주리가 보름 전에 한국으로 휴가차 왔습니다.

아프리카의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벌어온 월급의 일부를 엄마와 아빠의 몫으로 각각의 봉투에 담아 용돈으로 내놓았습니다.
 아프리카의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벌어온 월급의 일부를 엄마와 아빠의 몫으로 각각의 봉투에 담아 용돈으로 내놓았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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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의 귀국선물로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이 마땅한 운송수단이 없는 DR콩고에서 운송소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추쿠두(chikudu) 모형을 깎아서 UNDP를 현지의 통용어인 불어로 표기해 선물해주었다.
 주리의 귀국선물로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이 마땅한 운송수단이 없는 DR콩고에서 운송소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추쿠두(chikudu) 모형을 깎아서 UNDP를 현지의 통용어인 불어로 표기해 선물해주었다.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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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의 한국에서의 보름이 쏜살같이 흘렀습니다. 엄마와 산사에서 템플스테이로 며칠, 시골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방문, 서울에서 친구들과 보낸 며칠... 저와는 평창을 탐방한 헤이리 주민들의 여행길에 합류했지만, 그 일을 진행해야했던 저와는 말 한마디 나눌 기회가 없었습니다.

엄마와 함께한 한국에서의 짧은 휴가
 엄마와 함께한 한국에서의 짧은 휴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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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는 출국을 앞둔 이틀 전에야 겨우 한 시간 만나 회포를 풀 수 있었습니다. 오늘(11월 9일) 오후 5시, 주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저 출국해요. 지금 인천공항입니다." 

저는 내일이 출국날인 줄 알았습니다. 몸조심하라, 는 말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전화를 끊고 나니 대처로 유학을 나왔던 국민학교 4학년 때의 내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한 달에 한 번 고향으로 간 뒤, 다시 학교가 있는 도시로 가기 위해 일요일 막차를 타는 것이 죽을 만큼 싫었습니다. 비포장 도로 어둠 속을 달려 도시로 가는 그 버스에서 저는 매번 홀로 속울음을 울었습니다. 

주리가 비행기에 오르는 지금의 심정이 그렇지 싶었습니다.

"비행기 탑니다~~ 우리 가족 모두 건승!"

밤 8시 30분이 되어서 주리가 가족 카톡방에 문자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주리야 힘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가야하는 게 어른으로의 첫걸음이란다."

아내가 주리를 격려했습니다. 

"조심히 가도록... 누나!"

영국의 영대가 힘을 주었습니다.

"주리 조심히 가! 항상 몸 건강하고... 화이팅!"

첫째 딸이 동생을 격려했습니다.

엄마가 다시 이모티콘으로 마음을 전했습니다.

딸에게 보내는 엄마의 마음을 이모티콘에 담았습니다.
 딸에게 보내는 엄마의 마음을 이모티콘에 담았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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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도 바쁘시더라도 건강 챙기세요. 에볼라만 무서운 게 아니라 안 챙겨서 조금씩 상하는 몸이 더 무서운 거랍니다~" 

에볼라를 걱정하는 가족들의 말에 주리는 이렇게 펀치를 되돌려주고 다시 아프리카의 심장인 DR콩고의 내전 후유증을 어루만지기 위해 떠났습니다.

다시 아프리카로.
 다시 아프리카로.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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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콩고민주공화국, #DR콩고, #M23반군, #부니아, #UN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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